새해에 기대를 걸어볼 이유 가운데는 다음과 같은 것들도 있다. 영화, 음악, 공연, 출판, 디자인 등 각 분야에 걸쳐 2015년의 흥미로운 이벤트들을 추렸다. 개봉 박두.

MUSIC & STAGE

 

빅 매치
황정민조승우가 함께 뮤지컬 무대에 선다. 지난 2000년 일본에서 미타니 코우키의 연출로 초연된 <오케피>는 오케스트라 지휘자와 단원들 간에 벌어지는 소동을 그린 코미디다. 예정된 개막 일정이 2015년 12월, 그러니까 거의 1년 뒤인 만큼 아직까지 프로젝트와 관련해 알려진 내용은 많지 않다. 더블 캐스팅이 될지, 아니면 두 배우가 앙상블 연기를 펼치게 될지조차 정보가 없는 상태. 그래도 한 가지만은 확실하다. 마우스에서 피가 튀는 예매 전쟁이 벌어지리라는 것.

 

놓치지 않을 거예요
현재까지 발표된 주요 내한 공연 일정

 

어벤지드 세븐폴드, 바스틸, 스타세일러, 루디멘탈, 아우스게일 1월 12일부터 17일까지, 잠실종합운동장 컬처 돔 스테이지

현대카드의 17번째 컬처 프로젝트인 <5 Nights>는 다섯 개 밴드가 한 주 내내 릴레이식으로 공연을 이어가는 일종의 록 페스티벌이다. 실속 없이 이름값을 따지기보다 현재 한창 급부상 중인 팀 위주로 출연진을 꾸린 점이 눈에 띈다.

맥 드마르코 1월 18일, 브이홀
기괴한 비디오 연출자이자 아메리칸 어패럴의 모델이며 각종 매체의 2014년 결산 리스트에 거의 빠짐없이 이름을 올려놓은 뮤지션인 맥 드마르코를 코앞에서 만날 기회가 기대 이상으로 빨리 찾아왔다.

 

신디 로퍼 1월 23~24일 올림픽공원 올림픽 홀

데뷔 무렵 라이벌 관계였던 마돈나와의 경쟁에서는 뒤처진 지 오래지만 그렇다고 신디 로퍼가 아예 사라져버린 건 아니다. 뮤지컬 <킹키부츠>의 음악으로 토니상 수상자가 된 왕년의 디바가 26년 만에 한국을 다시 찾는다.

 

마이클 부블레 2월 4일 잠실실내체육관
21세기 버전의 프랭크 시내트라라 할 만큼 로맨틱한 음색의 재즈 팝 보컬리스트. 그리고 빅밴드가 만들어내는 풍성하면서도 복고적인 사운드.

 

TV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외모뿐만 아니라 내면까지 남다른 남자들이 연초부터 시청자들을 찾을 예정. 다중인격장애를 소재로 한 두 편의 드라마가 1월에 나란히 방송을 시작한다. 지성과 황정음이 주연을 맡은 MBC의 <킬미, 힐미>는 일곱 개의 인격을 지닌 재벌 3세와 그의 비밀 주치의가 된 레지던트 1년 차의 로맨스를 다룬다. 웹툰 <지킬 박사는 하이드씨>를 각색한 SBS의 <하이드 지킬, 나>는 한 남자의 상반된 두 인격과 한꺼번에 사랑에 빠진 여자의 이야기라고. 삼각관계 아닌 삼각관계에 놓일 배우들은 바로 현빈과 한지민이다. 한편, <성균관 스캔들>의 김태희 작가가 작업 중인 <닥터 프랑켄슈타인> 역시 다중인격을 지닌 의사가 주인공인 것으로 알려졌다. 드라마 같은 사랑을 하기 위해서는 가져야 할 게 이렇게나 많다.

국산 미드
2014년부터 한국, 멕시코, 독일, 아이슬란드 등을 돌며 촬영을 진행한 워쇼스키 남매의 드라마 <센스8>이 2015년 중 미국의 스트리밍 서비스 채널인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다. 전 세계 여러 도시에 흩어진 채로 교감하는 8명의 초능력자에 관한 이야기로 영화 <클라우드 아틀라스> <주피터 어센딩> 등을 통해 두 명 감독과 인연을 맺은 배두나 역시 주연급으로 참여하고 있다. 주요 배경 중 하나인 서울 촬영이 이미 지난 9월에 진행됐으며, 배두나 외에도 윤여정, 이경영, 마동석, 명계남, 홍석천, 이기찬 등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을 거라고. 결과물을 보면 어떤 기분일까? 해외 여행 기간에 쇼핑을 했다가 안에 적힌 ‘Made in Korea’라는 문구를 발견한 느낌?

 

환상의 복식

한 몸처럼 일하는 감독과 작가 팀이 내놓을 새로운 작품 둘

 

<풍문으로 들었소> 연출 안판석 + 극본 정성주

: <아내의 자격>과 <밀회>로 연륜의 본때를 보여준 두 사람이 당연하다는 듯 함께 신작을 준비중이다. 현재로서는 ‘우여곡절을 겪으며 사회인으로 성장해가는 여성의 이야기’라는 모호한 시놉시스와 주연 배우 정도만 알려진 상태. 바로어쩌면 ‘물론’이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김희애다. SBS에서 2월 중 방영 예정.

 

<하트 투 하트> 연출 이윤정 + 극본 이정아(이선미)
: <커피 프린스 1호점> <트리플>을 함께 작업했던 이윤정, 이정아 콤비가 오랜만에 팀워크를 이뤘다. tvN에서 1월 9일부터 방영될 〈하트 투 하트〉는 남들의 주목에 집착하는 남자(천정명)와 대인기피증을 앓는 여자(최강희)의 유쾌하고 예쁘장한 로맨스다. 하나의 현상이 된 〈미생>의 후속 작품이라는 건 유리한 환경일까, 불리한 조건일까?

 

FILM

 

오스카는 어디로?
할리우드의 영화 관계자와 라스베이거스의 도박사들은 이미 2015년 2월 22일을 향한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 아직 후보도 발표되기 전이지만 아카데미 시상식 결과에 대한 추측은 충분히 분분하다. 과연 리처드 링클레이터의 〈보이후드〉는 몇 개의 오스카 트로피를 가져갈 것인가?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의 <버드맨>에 대한 평단의 열광 역시 만만치 않다. 에드 레드메인(<사랑에 대한 모든 것>)과 스티브 카렐(<폭스캐처>), 베네딕트 컴버배치(<이미테이션 게임>까지 모두 쟁쟁한 후보들이지만 아무래도 남우주연상 수상자는 눈부시게 귀환한 마이클 키튼(<버드맨>)의 몫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렇다면 여우주연상은? 과연 리즈 위더스푼(<와일드>)이나 로자먼드 파이크(<나를 찾아줘>)가 알츠하이머 환자의 고통을 절절하게 연기한 줄리앤 무어(<스틸 앨리스>)를 누를수 있을까? 동세대에서 가장 중요한 배우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그녀는 이제껏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단 한 번도 수상한 적이 없다. 이제 때가 됐다는 뜻이다.

 

하정우의 신기한 모험
하정우는 한국의 조지 클루니나 클린트 이스트 우드가 될 수 있을까? 위화의 <허삼관 매혈기>를 스크린에 옮기는 <허삼관>은 수년째 대세의 중심에 서 있는 배우가 주연 겸 감독으로 참여한 프로젝트다. 괜찮은 평가를 얻는다면 그의 행보에는 더욱 힘이 실리게 될 것이다. 물론 <허삼관 매혈기>를 제쳐두더라도 2015년에 하정우를 주목할 이유는 충분하다. 또 한 편의 1천만 관객 흥행작이 될 조짐이 벌써부터 엿보이는 최동훈의 <암살>과 자신의 색깔을 흔들림 없이 지키는 작가인 박찬욱의 <아가씨>가 현장에 그의 자리를 마련해뒀다.

 

역사 속으로
2015년의 한국 영화 기대작 가운데는 유독 시대극이 많다.

 

1370~90년대 <협녀, 칼의 기억>
이병헌, 전도연, 김고은이 주연을 맡은 박흥식의 <협녀, 칼의 기억>은 고려 무신 시대를 무대로 한다. 배신과 복수가 꼬리를 무는 줄거리를 보면 언뜻 무협물로 번안한 <킬 빌>이 연상되기도 한다.

1760년대 <사도>
수차례 극화됐던 사도세자의 불행한 죽음을 새로운 관점에서 해석하려는 프로젝트. 이준익 감독이 송강호, 유아인, 문근영 등으로 이어지는 화려한 출연진을 지휘한다.

 

1930년대 <암살> <아가씨>
엇비슷한 시대 배경을 다루지만 두 작품이 담는 그림은 사뭇 다를 듯하다. 최동훈의 <암살>은 상하이에서 친일파 처단에 나서는 독립 운동가들을 좇는 드라마다. 김민희와 신인 김태리를 주연으로 확정 지은 박찬욱의 <아가씨>는 알려졌다시피 새라 워터스의 <핑거스미스>를 영화로 옮기는 작품.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이야기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ARTS & DESIGN

 

전시로 보는 패션
젊고 충성스러운 관객을 꾸준히 불러모으는 대림미술관의 전시 기획은 매번 그 자체로 뉴스거리가 된다. 일찌감치 발표한 2015년의 프로젝트 중 하나는 바로 헨릭 빕스코브의 대규모 개인전이다. 패션 디자이너이자 인테리어 디자이너이고, 영화감독이며 뮤지션이기도 한 이력을 생각해보면 큐레이터가 그에게 손을 내민 이유를 수긍할 수 있다. 그만큼 보여줄 게 많은 사람이라는 뜻이니까. 7월이 되면 이른 바 ‘노르웨이의 새로운 물결’에 제대로 발을 담가볼 기회가 열린다. 한편 대림미술관은 2015년 가을에 오픈할 분관인 한남동의 D뮤지엄 개관에 즈음해 또 하나의 패션 전시를 계획 중이다. 아직까지는 프로젝트에 대한 공식 발표를 미루고 있는 중이라 궁금한 이름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좀 더 기다려야 할 듯.

문을 여시오
1992년 런던에서 처음 시작돼 뉴욕, 로마, 헬싱키 등 20여 개 도시로 확산된 오픈하우스는 1년에 한 번씩 유명 건물 내부를 일반에 인심 좋게 개방하는 건축 축제다. 2014년에 18개의 건축물과 10개의 건축 사무소 안으로 방문객을 불러들이며 프리 오픈 행사를 치른 서울이 2015년부터는 정식으로 프로그램의 문을 연다. 익숙하다고만 여겼던 도시의 몰랐던 구석구석을 한 겹 더 들여다볼 기회가 마련된 셈.

 

BOOKS

 

외국어로 읽는 한국 소설
한국 소설가들이 해외에서 그 입지를 점점 넓혀가고 있다. 2015년에 추가될 새로운 사례들은 다음과 같다. 신경숙은 <엄마를 부탁해>와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에 이어 자전적 소설이자 자신의 대표작인 <외딴 방>을 2015년 중 북미 출판계에 소개할 예정이다. 한강 역시 영국과 미국을 비롯한 11개 국가에 <채식주의자>를 출간하기로 계약을 마친 상태. <바람의 화원> <뿌리깊은 나무> 등을 쓴 이정명의 <별을 스치는 바람>도 곧 미국 서가에서 찾아볼 수 있게 됐다. 한국 소설을 각색한 할리우드 영화를 보게 될 날이 머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