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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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명의 아티스트에게 2015년 다이어리를 한 권씩 보냈다. “다이어리의 첫 장을 꾸며주세요”라는 말과 함께. 2주 뒤 보냈던 다이어리가 묵직해져 돌아왔다.

계한희 (KYE 디자이너)

“다이어리는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다시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는 마음으로 준비하는 물건이다. 다음 해를 기대하는 의미에서 카이의 영문체로 해피 뉴이어를 만들고, 안에는 양의 해를 맞이하며 작은 양을 몇 마리 그려 넣었다. 카이만의 스타일로 포장해 뜯는 재미도 함께” .

노보 (타투 아티스트)

“아주 사소하고 소박한 누군가의 바람이 다른 사람에게 닿았을 때 어떤 방향으로든 자극이 된다. 다이어리에는 지극히 개인적인 나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2015년 가족 모두 건강하고 많이 웃을 수 있는 한 해가 되길 바라며 가족과 운동에 대한 계획을 그렸다. 한마디로 가족 행복을 위해서 달리는, 꿈꾸는 아빠가 되기 위한 다짐이다”.

최용빈 (사진가)

“지나온 시간을 찬찬히 되돌아보니, 스스로에게 지키지 못한 약속이 많았다. 어느 순간 삶이 더디게 가는 시간처럼 권태롭게 느껴졌나 보다. 다이어리 속 사진은 뉴욕이다. 뉴욕은 나를 자극하는 도시다. 부서지고 상실된 것들을 사진 찢어 표현했고, 다가올 앞날을 생각하며 다시 조각을 맞췄다. 그리고 나머지 반쪽은 새롭게 그려 넣었다. 앞으로 다가올 날들이 사진과 똑같은 모습으로 채워질지는 모르겠지만. ”

김기조 (그래픽 디자이너)

“하나의 도형이 하루를 말한다. 이것은 2015년, 즉 365개의 풍경이다. 과분할 정도로 많을 수도 있고, 턱없이 부족할 수도 있다. 어쨌든, 이만큼을 지내고 나면 우리는 또다시 새해를 맞게 될 것이다.”

표기식 (그래픽 디자이너, 사진가)

“계절마다 다른 나무의 표정을 보고 싶어 1년 동안 같은 자리에서 같은 나무를 찍었다. 첫 장에 붙인 이 사진은 너무 푸르러서 들뜨거나 너무 앙상해서 애잔한 마음도 들지 않는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그저 평온해질 뿐이다. 뾰족한 것에 찔려 다친 마음을 사진으로나마 치유받길 바라며 첫 장에 붙였다”.

박승건 (푸시버튼 디자이너)

“더 나이스한 한 해를 보내리라는 다짐은 다이어리의 첫 장을 펼쳤을 때의 벅차오름과 같다. 지나간 1년을 아쉬운 마음으로 보내고, 다가오는 1년을 반가운 마음으로 맞이하는, 이 아이러니하고도 조화롭게 뒤섞이는 감정을 “안녕”이라는 인사로 표현해봤다. 물론 푸시와 함께.”

김원중 (모델)

“2014년은 나에게 무척 특별한 한 해였고, 2015년도 분명 그러리라 믿는다. 이런 초긍정적인 마인드를 다이어리의 첫 장에 담았다. 실제 다이어리를 들고 사진을 찍고, 그 사진을 분할한 뒤 첫 장과 표지에 붙였다. 자꾸만 들여다보고 싶은 다이어리, 웃음이 피식 나는 다이어리, 사진 속 내 모습처럼 다가오는 새해는 매 순간 즐거웠으면 하는 마음이다. 더불어 아주 오랜만에 누군가에게 보내는 손편지도 써보았다.”

홍장현 (사진가)

“시베리아 횡단 중… 우린 언제나 누군가와 함께 간다. 내년에도 다 같이 잘 살아보자”.

남노아 (노앙 디자이너)

“The eyes cannot see the most important things in the world. 2015년에는 우리 모두가 서로에게, 또 자신에게 마음으로 듣고, 보고, 쓰며 행동할 수 있는 한 해가 되길…”

조민호 (모델)

“내가 꾸민 다이어리 한 권 자체가 X, 즉 내 다이어리를 받을 누군가에게 보내는 편지다. 내 글씨와 그림을 다이어리 곳곳에 그려 넣었는데, 그건 누군가에게 전하는 은밀한 필담 같은 것이다. 사소하기도 하고, 의미심장하기도 한 그림과 글은 하나의 디자인으로 생각해주었으면 좋겠다(그래서 일부러 정중앙에 떡하니 그려 넣었다). 내 다이어리를 받은 누군가의 일상이 내 그림과 글씨 위에 겹쳐지길 바라며” .

*다이어리는 모두 몰스킨 제품.

에디터
김신(Kim Shin)
포토그래퍼
박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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