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링 신의 한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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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룡영화제 여배우들의 드레스를 보며 ‘어느 브랜드야?’ ‘누가 스타일링 했어?’를 궁금해 했을 당신을 위해 더블유가 준비했다. 그날의 드레스에 관한 모든 것.

연말 시상식을 앞두면 스타일리스트들은 어느 때보다 바빠진다. 전화는 늘 정신 없이 울리고, 몸은 평소 몇 배의 빠른 속도로 움직인다. 자신이 스타일링 하는 여배우를 가장 빛나게 만들 아름다운 드레스를 선점해야 하기 때문. 이것은 비단 할리우드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시상식을 앞두고 매번 일어나는 일이다. 그래서 제35회 청룡영화상이 끝난 바로 다음날, 스타일리스트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 드레스 이야기 좀 들려주세요!”

정윤기 says
“허리 선이 높은 벨 라인 드레스야말로 김윤진의 건강하고 아름다운 몸의 선을 강조해줄 최적의 드레스라 생각했다. 특히 넓은 네크라인을 가진 디자인을 고르는데 중점을 뒀는데, 쇄골 라인이 정말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김혜수의 레드 카펫 룩으로 처음에 낙찰되었던 건 블루마린의 골드 드레스였다. 하지만 당일 예상치 못한 영하 12도의 강추위 때문에 2부 드레스로 골랐던 주하이 무라드의 벨벳 드레스를 레드 카펫 드레스로 변경했다. 노출로 자주 화제가 되었기 때문에 이번엔 정 반대의 룩으로 관능적인 이미지를 연출하고자 했고, 성공적이었다.”

“나는 배우와 드레스에도 ‘궁합’이라는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올해 유난히 드레스를 입을 일이 많았던 김희애에게는 이번 시상식을 앞두고 “누나, 이런 컬러는 안 입어 봤지?”하며 돌체 앤 가바나의 청록색 레이스 드레스를 추천했다. 기품 있고 안정감 있는 레드 카펫 룩을 위한 최상의 선택이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남다른 청순함을 가진 신세경 특유의 분위기를 살리고 싶어 핑크 레이스 드레스를 선택했다. 볼륨감 있는 여성스러운 몸 라인을 갖고 있어 튜브 톱 디자인도 망설임 없이 시도할 수 있었다.”

“지난 대종상 영화제 때 도나카란 드레스 룩으로 언론들로부터 ‘바비 인형’이라는 찬사를 받았던 수현을 위해 이번에도 또 다른 도나카란 드레스를 본사로부터 공수했다. 피팅 하는 순간, ‘다른 드레스를 더 입어볼 필요도 없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이하늬는 누가 봐도 완벽한 몸을 갖고 있다. 그래서 모델이 아니라면 소화하기 힘든 테일러링이 돋보이는 담백한 드레스를 골랐다. 스커트 부분의 깊게 파인 슬릿은 세련된 관능미를 보여준 포인트다.”

박희경 says
박지수는 키는 작은 편이지만, 군살이 없고 볼륨감도 적당한 멋진 비율의 몸을 갖고 있다. 그래서 몸 라인을 살려주는 드레스에 초점을 맞췄다. 화이트 컬러에 여신 풍의 드레스 다른 제니 팩햄 드레스를 놓고 마지막까지 고민하다, 좀더 도회적인 느낌이 드는 이번 드레스에 손을 들어주었다.”

서지희 says
천우희는 심플한 드레스를 자주 입었다. 하지만 청룡영화상은 올해의 마지막 시상식이고, 연말이기도 해 좀 더 화려한 비즈 장식의 드레스를 골랐다. 물론 다른 드레스 후보도 많았다. 10벌 좀 넘게 입어본 걸로 기억된다. 간결한 스타일링을 좋아해 쥬얼리도 작은 것을 하거나 생략하는 편인데, 그런 전략과 드레스 디자인도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 같은 드레스를 입는 예상치 못한 해프닝이 발생해 검색어 1위에 오르기도 했는데 정작 원래 친분이 있는 천우희와 조여정 두 배우는 기분 좋게 웃으며 시상식을 마무리했다.”

안미경 says
“늘 몸매와 피부 관리에 누구보다도 열심인 손예진은 평소에도 자신의 취향에 관해 나와 이야기를 자주 나눈다. 지난 대종상 영화제에는 뉴욕 디자이너 브랜드인 나임 칸의 화이트 드레스를 입어 여성스럽고 우아했다면, 이번엔 그 때와 다르게 좀 더 세련된 분위기를 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제이멘델 뉴욕 본사 측에 요청해 드레스를 공수했다. 사실, 마지막까지 제이멘델과 마르케샤의 드레스가 각축전을 벌였다. 아름다운 몸을 가졌음에도 시상식 전날엔 샐러드와 고구마만 먹을 만큼 자기 관리가 철저한 그녀는 정말 스타일링 하기 즐거운 배우다.”

윤상미 says
임지연은 백인처럼 하얀 피부 톤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겨울 왕국> 속 엘사처럼 하얗고, 차갑고, 아름다운 이미지를 떠올리며 아이디어를 발전시켜나갔다. 그 결과 보통은 시도하기 힘든 밝은 누드 톤의 드레스가 선택되었다. 비즈 장식이 화려한 화이트 드레스와 둘 사이에서 고민했는데, 더 세련된 이미지를 보여주기 좋았던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최경원 says
이솜은 배우이자 패션 모델답게 거의 모든 브랜드의 옷이 예쁘게 맞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주 담백한 디자인이면서 몸 라인에 정확히 밀착되는 드레스를 찾기는 힘들다. 그래서 이번에는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의 드레스를 새로 만드는 쪽을 택했다. 소재는 물론 허리선의 높이, 주름과 같은 디테일 하나 하나까지, 세심하게 신경 써서 제작했다. 화려한 벨트는, 지나치게 심심한 드레스가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선택한 묘책!”

에디터
이경은
PHOTO
GETTY IMAGES/MULTIBI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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