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한 해 한 번쯤 정상을 차지했던 제품부터 정상은 아니었지만 마치 정상 같았던 제품까지, 뷰티 월드에서 벌어진 크고 작은 이슈와 그 주인공들을 한데 모았다.

주목할 만한 제품 부문

‘애간장’ 상

Sisley 휘또-립 트위스트(2 베이비&4 핑키)

올 초 ‘천송이 립스틱’으로 시작된 립스틱 열풍은 날이 갈수록 달아올랐고, 거기에 기름을 들이부은 것이 바로 이 제품이다. 그리기 쉽고, 선명하게 잘 발리고, 오래 지속되는 롱래스팅 효과로 ‘시슬리=기초 화장품’이란 편견을 깔끔히 깨뜨릴 만큼 뜨거 운 사랑을 받은 휘또-립 트위스트. 3월 론칭 이후 3주 만에 1년치 물량이 ‘완판’되는가 하면, 이후에도 입고될 때마다 낚아채듯 사재기하는 사람들로 연일 품절 현상을 일으켰다.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출시 3개월 만에 무려 100만 개가 팔리는 기염을 토하며 밀리언셀러를 기록. 몇 주간 전 세계 매장 에서 동시에 솔드아웃되는 진풍경을 연출하며 모두를 애태운 장본인이다. 2.5g, 4만8천원.

 

“화장은 지우는 것보다 뭘로 지우느냐가 중요합니다” 상

Clarisonic 아리아

모두가 좋은 클렌저 찾기에 혈안이 되어 있을 때, 제품보다는 클렌징을 하는 ‘방법’ 자체에 새로운 대안을 제시한 클라리소닉. 세안을 손으로 하는 게 전부인 줄 알았건만 손이 아닌 기계로도 할 수 있으며, 그러는 편이 더 깨끗하고 피부도 좋아진다는 사실을 몸소 깨달은 사람들은 뜨겁게 환호했다. 입소문은 급속도로 퍼졌고, 이제 론칭한 지 1년을 조금 넘겼을 뿐인데 올 한 해 클라리소닉에게 쏟아진 관심과 인기는 하늘을 찌른다. 2014년 내내 우후 죽순으로 출시된 미투(me-too) 제품이 바로 그 증거! 23만원대.

 

‘왔다! 립스틱’ 상

Nars 어데이셔스 립스틱(나탈리)

유사 이래 이런 적이 또 있을까 싶을만큼 다양한 립 제품이 출시되고, 또 사랑받은 2014년. 나스 어데이셔스는 그 완결판이라 할 수 있다. 브랜드 20 주년을 기념해 올 하반기에 출시된 제품으로 무려 40여 가지 셰이드를 자랑한다. 패셔너블한 색감과 최고 수준의 발색력과 발림성은 두말하면 잔소리. 그중 가장 인기 있는 건 ‘나탈리’ 컬러다. 코럴과 핑크를 균형감 있게 믹스한 듯한 차분하면서도 여성스러운 색으로, 드라마 <왔다! 장보리>에서 악녀 연민정이 직접 바르는 장면이 전파를 타면서 집중적 인 관심을 받으며 위용을 떨치고 있다. 4.2g, 3만 9천원.

‘괜찮아 이것도 사랑이야’ 상

Giorgio Armani 립 마에스트로(300번)

2014년 상반기가 ‘별그대’의 것이었다면, 하반기는 오롯이 ‘괜사’의 차지였다. 덕분에 큰 수혜를 본 것 중 하나가 바로 조르지오 아르마니 립 마에스트로다. 방송 초반 이성경과 공효진이 코럴 오렌지 빛깔의 300번을 바르는 장면이 방송에 나가자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내리는가 싶더니, 이전 대비 10배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하며 완판 행진을 이어갔다. 더욱이 립 마에스트로는 계절이 두 번이나 바뀐 지금까지도 꾸준히 인기몰이 중인데, 립글로스 처럼 번쩍번쩍 글로시하게 표현되는 여느 리퀴드 제품과 달리 벨벳과 같이 보송보송하게 마무리되기 때문에 추운 계절에도 유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6.5ml, 3만9천원대.

‘바람과 함께 나타나다’ 상

Aveda 드라이 레미디 라인

옛날이야기를 좀 해볼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남성 가운데에는 비누로 머리를 감는 이가 꽤 있었다. 여성은 그보다는 조금 나았지만, 그래 봐야 대부분 ‘슈퍼마켓용 샴푸’를 쓰는 정도였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헤어 케어 ‘전문’ 브랜드를 찾는 사람이 많아졌고, 그중에서도 자연주의/천연의 제품이 인기다. 특히 올해에는 ‘실리콘 프리’ 포뮬러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는데, 그와 함께 폭발적인 사랑을 받은 제품이 바로 아베다의 드라이 레미디 라인이다. 특히 유난히 모발이 건조하고 부스스해지기 쉬운 환절기나 겨울철에 인기. 그중에서도 두피의 모공을 막을 수 있는 실리콘 성분이 전혀 함유되어 있지 않을뿐더러 99.9% 자연 유래 성분으로 이루어진 오일 세럼은 없어서 못 팔 정도라고. 10만6천원(샴푸, 컨디셔너, 마스크 세트).

‘내 코에 캔디’ 상

Jo Malone 우드 세이지 앤 씨 솔트 코롱

고작 횟수로 3년째다. 조말론 런던이 한국에 론칭 한 것은. 그럼에도 조말론 런던은 패션 브랜드(와 몇몇의 셀레브리티) 향수가 판치던 우리나라에 ‘니치(Niche) 향수’라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었고, 트렌드를 선도했으며, 선두에서 매번 기록을 경신 중 이다. 2014년에도 마찬가지. 오드 투왈렛이 전부인 줄 알았던 사람들에게 ‘코롱’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소개하고, ‘꽃향기’ ‘과일 향’에 빠져 있던 여성들에게 중성적인 향기를 선물했다. 얼굴에는 백만원짜리 크림을 바를지언정 보디에는 만원 이상 투자를 꺼리는 이들에게는 럭셔리 배스&보디 케어 제품이 주는 기쁨도 알려주었다. 이 모든 것이 순전히 9월 신제품 ‘우드 세이지 앤 씨 솔트’ 라인 하나가 이룬 업적이다. 100ml, 16만9천원.

 

‘위기탈출 넘버원’ 상

Lancome 레네르지 마사지 디스크 & SK-II 마그네틱 아이스틱

‘진짜’는 위기에서 더 빛난다던가. 딱히 기억에 남는 제품이 없을 만큼 그 어느 해보다 스킨케어 화장품이 약세를 보인 2014년. 그럼에도 스타는 탄생했다. 바로 다양한 애플리케이터다. 화장품의 흡수나 효능을 높이기 위해 고안된 각종 툴(Tool)들은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해 드디어 ‘조력자’가 아닌 ‘주인공’의 자리를 차지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랑콤 레네르지 프렌치 리프트 크림에 포함된 마사지 디스크와 SK-II 아이 마그네틱 스틱이 대표적이다. 두 제품 모두 화장품 자체로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데 독자적으로 개발된 애플리케이터를 새로이 세트로 구성하면서 전에 없던 관심을 불러 일으킨 아이템. 이래서 짝을 잘 만나야 성공한다는 말이 있는 거다.

‘어디까지 가봤니’ 상

Hera UV 미스트 쿠션 오리지널&울트라 모이스처

올해는 가히 ‘쿠션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른 봄부터 컬러 메이크업 베이스부터 씨씨며 파운데이션이며 그와 관련된 브러시와 스펀지 등의 툴까지 봇물 터지듯 출시되었지만, 쿠션의 인기는 흔들림이 없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헤라가 있었다. 2012년에 처음 출시된 미스트 쿠션은 올 해 초 울트라 모이스처 버전과 패션 브랜드 오 주르 르 주르와의 협업 에디션까지 차례로 내놓으며 절대군주의 자리를 지켜갔다. 이러한 인기는 한국을 뛰어넘어 중국과 동남아 지역은 물론 미국에까지 퍼졌다. 전 세계적으로 평균 2초에 1개씩 판매될 만큼 명실상부 K뷰티의 상징이 된 미스트 쿠션. 오죽하면 외국인 관광객들의 ‘쓸어담기’를 방지하기 위해 1인당 면세점 구입 가능 수량을 제한했을까. 15gX2, 4만5천원대.

 

주목할 만한 이슈 부문

 

‘눈을 감아도 니가 보여’ 상

이니스프리 바이럴 광고 두 편

윤아가 공중파에서 활약하는 동안 케이블과 각종 온라인, 영화관을 정복한 것이 있으니 바로 ‘포레스트 포맨 퍼펙트 올인원 스킨’과 ‘수퍼 화산송이 모공 마스크’ 광고. 특히 배우 김보성이 등장한 전자는 한때 광고계를 점령한 ‘으리으리’ 시리즈의 원조격이라 할 수 있는데, 3월 처음 공개된 이후 ‘이니 으리’ ‘의리스킨’이라는 신조어와 각종 패러디 물을 쏟아낼 만큼은 연일 화제가 되었다. 그런가 하면 <서프라이즈>에 등장할 것만 같은 재연 배우 들이 열연을 펼친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의 ‘모공의 기적’ 광고 역시 이른바 ‘병맛’ 유머로 공개 단 7일 만에 96만 뷰를 돌파,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말 그대로 올해의 광고들이라는 말씀!

‘올해의 신인’ 상

톰 포드 론칭

2014년을 화려하게 마무리한 건 그 이름만으로도 설레는 ‘톰 포드’다. 그렇게도 소문이 무성하더니 결국 올해를 한 달 남짓 남기고서 드디어 대한민국 땅에도 작은 둥지 하나 텄다. ‘밀당의 귀재’상이 있다면 추가하고 싶은 심정. 향수, 메이크업, 스킨케 어 제품들은 하나같이 디자이너 톰 포드의 옷이 그러하듯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세련되었으며, 섹시하다. 그도 그럴 것이 취향 까다롭기가 ‘월드클래스’급인 톰 포드가 제 이름을 걸었으니, 무엇 하나 허투루 만들었을리 없다. 앞으로 인기몰이할 일만 남았다는 뜻. 올해보다 내년이 더욱 기대되는 브랜드, 바로 톰 포드 뷰티다.

 

‘믹스앤매치’ 상

라네즈X푸시버튼 컬렉션

컬래버레이션 부문에서 맥의 더 심슨 컬렉션과 함께 공동 수상의 영광을 차지한 건 바로 디자이너 박승건과 함께 협업한 라네즈다. 사실 그동안 몇몇 브랜드에서 패션 디자이너와의 협업을 선보였지만, 큰 감흥을 남기지 못한 채 기억에서 사라지곤 했다. 하지만 라네즈는 달랐다. K뷰티의 아이콘이자 명실상부 글로벌 뷰티 브랜드인 라네즈는 푸시 버튼 특유의 경쾌하고 개성 넘치는 디자인은 그대로 묻어나되 갖고 싶고 바르고 싶은 제품을 탄생시켰고, 두 브랜드의 명성에 걸맞게 완벽했던 협업은 패션과 뷰티 두 분야에서 두고두고 회자될 만큼 성공적이었으니까.

 

‘너의 목소리가 들려’ 상

아이오페 어반 에이징 코렉터

광고 카피 “피부 나이, 시간보다 네 배나 더 무서운 건 스트레스, 유해 환경이에요”라고 말하는 고소영의 목소리에 전도되듯 홀렸다. 봄부터 불어온 황사며, 미세 먼지, 공해와 담배 연기, 산성비를 비롯한 유해 환경이 피부를 괴롭힌다는 사실을 모르는 건 아니었다. 만병(피부 노화 포함)의 근원이 스트레스라는 사실도 마찬가지. 알고는 있었지만 딱히 해결책이 없으니 모르는 체했다고 보는 편이 맞겠다. 그런 데, 마침내 방도가 생겼다니. ‘도시형 노화’도 개선이 가능하다는 그녀의 목소리와 여전히 탱탱한 그녀의 얼굴이 동시에 들어왔다. ‘도시형 노화’. 처음 듣는 용어지만, 생소하지는 않다. 감히 올해의 카피상이라 불러도 좋을 만큼.

‘캐치 미 이프 유 캔’ 상

더 심슨 컬렉션

샤넬 패션 하우스를 시작으로 모스키노까지, 그 어느 때보다 키치하고 펀(Fun)한 요소들이 특히 사랑을 받은 2014년. 이러한 트렌드는 뷰티에도 영향을 미쳤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지난 9월에 출시된 맥의 더 심슨 컬렉션이라 하겠다. 맥도날드 해피밀 세트에나 딸려나올 법한 심슨 가족이 맥의 아이코닉한 제품의 패키지에 등장한 것. 사실 맥이 다양한 분야의 디자이너나 아티스트들과 함께 협업을 선보인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나, 심슨 가족의 탄생 25주년을 기념해 선보인 9월 한정판은 말 그대로 ‘대박’이었다. 출시 전부터 문의가 쇄도했음은 물론, 공식 판매일에는 오픈 전부터 콘서트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로 매장 앞이 가득 찼는가 하면, 공식 온라인 몰에서는 단 3분 만에 품절을 기록했다.

 

‘여자의 변신은 무죄’ 상

엘리샤코이 광고 모델 이국주

확실히 대세다. 연일 각종 지면과 방송 프로그램을 도배하며 위용을 떨친 개그우먼 이국주는 마침내 웬만한 여배우도 힘들다는 ‘화장품 광고’까지 섭렵했다. 바로 얼마 전 당당히 엘리샤코이의 모델이 되었고, 심지어 그의 이름을 딴 ‘국주쿠션’도 출시 되었다. 장미꽃을 들고 핑크색 립스틱을 바른 광고 속 모습은 심지어 예쁘기까지 하다. 어마어마한 덩치와 전형적인 미인의 그것과는 백만 광년쯤 떨어진 페이스지만, 이국주에게도 우리에게도 그런 것 쯤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인다.

‘남자의 변심은 무죄’ 상

디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피터 필립스

지난 3월, 디올로부터 한 통의 이메일이 도착했다. 저명한 메이크업 아티스트 피터 필립스가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합류했다는 것이 요지였는 데, 고백하자면 그건 올 한 해 받은 뉴스레터 가운데 가장 쇼킹한 것이었다. 이유는 단 하나다. 그는 누구나 탐낼 만한 ‘최고의 메이크업 아티스트’이기에 앞서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샤넬’ 메이크업 팀의 수장이었던 인물. 희대의 라이벌이라 할 수 있는 샤넬과 디올의 하우스를 보란 듯이 차례로(!) 넘나들다니 역대급 뉴스가 아닐 수 없었다(제아무 리 그가 타고난 감각과 아이디어로 백스테이지는 물론 리얼웨이에서도 유용한 색조 제품을 줄줄이 탄생시켰다 할지라도!). 굳이 비교하자면, 팀 쿡이 어느 날 갑자기 애플을 버리고 삼성전자 사장으로 영입된 것과 같은 느낌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