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느 때보다 성공적인 시즌을 선보인 <히든싱어>의 조승욱 PD는 1997년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예능 프로그램을 이끌어온 베테랑 프로듀서다.

얼마 전 드디어 시즌 3 왕중왕전 촬영을 마쳤다고 들었다.

조승욱 최종 왕중왕전은 11월 29일에 생방송될 예정이다. 며칠 전 녹화에서는 일단 결승에 오를 세 명이 뽑혔는데 많은 사람들이 아쉬워하는 점이 있어서, 마지막 방송이 나가고 난 후 24시간 동안 시청자 투표를 통해 탈락한 8명 중 한 명이 추가로 결승 진출을 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29일 생방송에서는 총 4명이 대결한다. 그리고 이번에는 하나를 더 준비했다. 12월 첫째 주 토요일에는 시즌 1, 2, 3의 통합 왕중왕전이 펼쳐진다. 첫 번째 시즌과 두 번째 시즌에 서 각각 세명 그리고 이번 시즌에서 4명, 총 10명이 생방송에서 대결하는 방식이다.

 

시즌 4는 방송이 확정된 건가?

많은 사람들이 다음 시즌을 기대하고 있는데 솔직히 말하면 당장 시작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다른 때보다 시간이 많이 필요 하다. 이번에 세어보니까 우리가 지난 세 시즌 동안 총 37명의 가수를 다뤘더라.

 

그렇게 보니 정말 많다.

그렇다. 물론 아직 마음에 담아놓은 가수들이 더 있기는 하지만 <히든싱어>는 가수만 섭외해서 이루어지는 프로그램이 아니다. 무엇 보다 모창 능력자가 필요하지 않나? 반대로 모창 능력자는 준비가 됐는데 원조 가수가 출연을 고사하는 경우도 있다. 두 가지가 다 맞아야 진행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당분간은 방송을 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 아직 출연하지 않았던 원조 가수들이 하겠다고 마음먹거나 새로운 모창 능력자들이 등장해야 다시 할 수 있을 거다.

 

예전에는 가수들이 모창 능력자를 꺾지 못하고 중간에 떨어질 수도 있다는 부담감 때문에 출연을 고사하기도 했다. 그런데 시즌 3에 들어서면서 그 분위기가 조금 달라졌다.

첫 시즌에 조성모씨가 탈락한 후 여기저기서 말이 많았던 기억이 난다. 그렇지만 <히든싱어>에서의 탈락은 <나는 가수다>와 같은 경연에서의 탈락과는 다른 개념이다. <히든싱어>에서는 정말 어쩌다 보니 100명의 판정단이 듣기에 모창 능력자가 원조 가수보다 노래를 잘하는 것처럼 느끼는 경우가 있는 거다. 듣는 귀도 천차만별이고 시각보다 청각이 혼동하기가 더 쉬운 경향이 있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그런 요소에서 나오는 우리 프로그램만의 재미가 있기 때문에 원조 가수가 떨어져도 그게 불명예스럽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하나의 재미있는 해프닝일 뿐이다.

 

그만큼 실력 좋은 모창 능력자가 있다는 사실 자체가 프로그램의 재미를 높이는 것 같다.

모창 능력자가 원조 가수를 탈락시킬 정도로 실력이 출중하기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원조 가수가 못했다기보다 100명을 감쪽같이 속일 정도로 잘한 모창 능력자의 실력에 초점이 맞춰져야 하는 거다. 대중들도 몇 년 동안 방송을 보면서 그런 부분을 더 이해하게 된 것 같다. 원조 가수도 마찬가지고. 어떤 가수들은 자신들이 탈락했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한다. 자기를 탈락 위기에 빠뜨릴 정도로 실력 좋은 모창 능력자가 나타나면 좋겠다면서. 하하.

 

방송을 보다 보면 자막에 모창 능력자를 모집한다는 광고 문구가 눈에 띄더라. 보통 어떤 방식으로 모창 능력자를 섭외하나?

자막을 보고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하는 사람 중에서 선발하는 경우도 많다. 프로그램이 알려질수록 더 많은 시청자들이 신청을 한다. 그중에서 최종 오디션에 합격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하지만 그것보다 작가들이 직접 찾아내는 부분이 더 크다. 온라인 커뮤니티나 카페 등에 올라온 모창 영상을 찾아서 오디션 제안을 하기도 한다.

 

혹시 가수는 섭외해놓았는데 막상 괜찮은 모창 능력자가 없어서 방송을 못하게 된 경우도 있었는지 궁금하다.

변진섭 편이 그랬다. 그분은 고맙게도 꼭 해보고 싶다며 먼저 제안을 했다. 그래서 열심히 모창 능력자를 찾아봤는데 제대로 따라 할 수 있는 사람 두세 명 찾는 것도 어려웠다. 정말 없더라.

 

예전 인터뷰에서는 무엇보다 스케줄을 맞추는 것이 가장 어려운 부분이라고 했다.

그렇다. 사실 박효신 편을 위해 모창 능력자들을 많이 찾았는데 결국 방송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히든싱어>에서 꼭 보고 싶은 가수 1위로 늘 박효신이 뽑히던데, 정말 아쉽다. 대중의 기대가 크다고 들었다. R&B 보컬을 연습하고 공부 하는 사람 중에서 박효신을 롤모델로 생각하는 사람이 정말 많더라. 오랫동안 준비한 기획이어서 실력자들도 꽤 찾아놓은 상태였는데 여러 가지가 잘 안 맞아 서 녹화를 할 수 없었다. 그 외에 우리가 꼭 섭외하고 싶었던 사람들은 이승철, 조용필, 김동률, 이소라다.

 

요즘에는 다음 시즌에 서태지나 신해철 편을 기대해 봐도 좋지 않겠느냐는 말도 많더라.

사실 이미 예전에 서태지 쪽과 이야기를 나눈 바가 있다. 안타깝게도 이번 시즌에는 성사되지 못했다. 또 올해 신해철에게 그런 슬픈 일이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그런 생각을 할 것 같다.

 

지난 시즌에는 김광석 편이 화제가 된 바 있다.

프로그램을 시작할 때부터 이미 고인이 된 가수 편을 오랫 동안 준비해왔다. 나도 김광석의 팬이었기 때문에 그 방송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김현식이나 유재하 편으로 한 번 더 비슷한 특집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은 했는데 모창할 수 있는 사람을 찾을 수가 없었다. 신청한 사람도 거의 없었다. 언젠가 해보고는 싶은데 가능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이번 시즌의 하이라이트는 아무래도 이승환 편이지 않을까?  다가오는 왕중왕전에서도 이승환 모창 능력자에 대한 대중의 기대가 크다.

우리 프로그램에서 가장 중요한 건 무엇보다 모창 능력자들의 진심이라고 생각한다. 이승환 편은 순수한 마음으로 원조 가수를 좋아하는 마음과 음악이 주는 힘이 조화를 이룬 방송이었다. 파이널 라운드에서 세 명이 ‘어떻게 사랑이 그래요’를 열창하는 순간에는 나도 울컥하더라. 함께 노래를 한다는 것 자체가 큰 감동이었다. 방송 당일에는 나와 이승환 그리고 모창 능력자들이 모두 모여서 같이 방송을 봤다. 같이 보는데도 눈물이 날 것 같았다. 하하. 지난 방송들을 돌이켜 생각해보면 종종 모창 능력자들의 실력보다 순수한 팬심이 더 큰 감동을 주는 것 같다. 물론 실력이 낮으면 긴장감도 떨어지지만 팬들의 진심이 담긴 무대는 의미가 크다. 윤종신 편 같은 경우에는 마지막 라운드에서 조금 싱겁게 끝나긴 했지만,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우리가 예능인이라고 생각한 윤종신이라는 가수를 다시 세상 사람들에게 환기시켰다고 생각해서 보람을 느끼기도 했다.

 

흔히 <히든싱어> ‘레전드’편이라고 불리는 편을 살펴 보면 어린 가수들보다 어느 정도 관록 있는 가수들의 무대가 대부분인 걸 볼 수 있다.

아무래도 그런 가수들이 자신의 음악관에 대해 할 이야기가 많으니 보여 줄 수 있는 게 풍성할 수는 있다. 그래도 아이유나 태연처럼 연차가 비교적 낮은 가수들이 나왔을 때도 나름대로 재미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나에게는 한 편 한 편이 다 소중하다. 열 손가락 깨물어서 아프지 않은 손가락이 없듯이. 우리가 시즌제를 고수하는 이유도 방송을 매주 할 수 없을 정도로 준비 시간이 길기 때문이다. 정말 철저하게 준비한다. 그래서 가끔 시청자들의 반응이 싸늘할 때는 속상하기도 하다.

 

요즘은 SNS나 댓글을 통해 즉각적인 피드백을 전달 받을 수 있다. 그런 것들에 대한 부담은 없나?

부담이 많이 된다. 시간이 갈수록 사람들의 기대치가 높아지는 것 같다. 조금만 별로인 방송이 나가면, ‘히든싱어 망했네’ 같은 댓글들이 달리더라. 물론 시청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싶지만 그런 말들이 은근히 상처가 된다. 특히 제작진보다도 모창 능력자들이 상처를 많이 받더라. 그 무대를 꿈꾸며 짧게는 한 달, 길게는 두세 달을 준비한 친구들인데,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상처 받을 수밖에 없다. 가끔은 ‘PD님, 저희 때문에 망해서 죄송해요’라는 문자가 올 때도 있다. 정말 최선을 다한 친구들인데 안타깝다.

 

1997년에 KBS에 입사한 후 지금까지 정말 다양한 프로그램을 맡아왔다. 아직까지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그램은 무엇인가?

<지금, 만나러 갑니다>라는 프로그램이 여러모로 기억에 남는다. 어렸을 때 해외로 입양된 사람들과 친부모를 만나게 해주는 프로젝트였다. 어려움도 많은 프로그램이었는데 아직까지도 그 이야기를 해주는 사람들이 많다. <쟁반노래방>을 처음 시작했을 때의 기억도 특별하다.

 

요즘 들어 왠지 모르게 <쟁반노래방>을 포함한 예전 예능에 대한 향수가 커진 것 같다. 예능 프로그램이 주는 재미가 예전 같지 않다는 말도 많다.

사람들은 항상 더 새롭고, 독하고, 자극적인 예능을 원하는 것 같다. 한편으로는 시청자들의 눈이 계속 높아지는 상황에 웬만한 프로그램으로는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힘든 부분도 없잖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프로그램들은 늘 만들어지고 있다. 결국은 흐름의 문제다. 요즘은 관찰하고 지켜보는 리얼리티 예능이 대세라고 하는데, 그런 형식이 지겨워지는 날도 분명 올 것이다. 언젠가는 시청자들이 또 다른 것을 찾게 될 거고 그것을 잘할 수 있는 새로운 PD들이 나타나지 않을까?

 

<히든싱어>가 공백기를 가지는 동안 조PD의 새로운 프로그램을 기대해도 좋을까?

일단은 이번 <히든싱어 >를 잘 마무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이후에는 머리를 조금 식히고 천천히 생각해봐야 될 것 같다. 지금은 정말 쉴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으면 좋겠다.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