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나게 진지한 장난꾸러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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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블랙, 그리고 카일 개스와 미리 전화로 만났다.

당신들에게 궁금한 점을 물어보라고 하자, 많은 팬들이 질문 대신에 두 가지 얘기를 하더라. ‘왜 이제야 한국에 오나?’ 그리고 ‘사랑한다’.
우리가 왜 지금까지 한국에 안 갔지, 카일?
카일 아마 와달라는 말이 없어서 아닐까.
그렇다, 우리는 사랑이 있는 곳으로 가는 것 같다. 한국이 우리를 사랑하는지 확신이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한국인들이 우리가 필요하다고 말했으니까. 한국인에겐 우리만의 로큰롤이 필요하다. 우린 슈퍼 히어로와 같아서 우리를 필요로 하는 곳에 나타난다. 위급한 일이 있을 때 등장하는 록의 어벤저스라고나 할까!

블랙 사바스, 아이언 메이든, 주다스 프리스트 같은 메탈 밴드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진지한 음악을 하면서 가사나 아트워크, 퍼포먼스와 뮤직비디오 등 은 무척 코믹하다. 밴드의 정체성을 뭐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
한국에 아직도 음반 가게들이 있나? 우리 음반은 음반 가게의 어떤 섹션에 들어갈까?
카일 우린 올해의 코미디 음반 상을 탔지….
하지만 난 우리가 록을 하고, 올해의 록 음반상을 탔어야 한다고 생각해. 난 우릴 코미디로 한정 짓지 않아. 우리가 코미디라고 생각해, 카일?
카일 아니.
사람들이 우리가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건 이해하지만, 우린 웃음거리는 아니다. 이게 뭐가 다른 건지 이해할 수 있나? 우리와 비슷한 밴드는 아무도 없고, 우리와 같은 카테고리로 분류될 수 있는 밴드도 없다. 우리 말고 웃긴 록 밴드가 또 있나?
카일 포이즌?
응. 하지만 그들은 웃기려고 웃기는 건 아니지. 하하. 음, 플라이트 오브 더 콩코즈(동명의 HBO 드라마 주인공으로, 미국으로 건너와 음악을 하는 뉴질랜드의 양치기 청년 두 사람)라는 밴드가 있긴 하지만 우리가 훨씬 더 로킹하다. 뭐, 그걸 놓고 경쟁하는 건 아니지만. 우린 록계에서 핵심적인 어릿광대들이다.

늘 코믹한 뮤직비디오를 찍는다. 영화 산업에 오래 종사해온 잭의 아이디어도 반영되나? 

우리 곡들은 전부 상당히 직설적이어서 메타포가 없다. 그리고 우리 뮤직비디오는 거의 우리가 노래하는 가사의 내용을 담아낸다. 스파이크 존즈가 <반지의 제왕> 아이디어를 가지고 오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우리가 쓴 가사 내용을 우리가 풀어내는 거다. 카일, 우리가 크레딧을 전부 차지하면 안될까? 크레딧에 이름을 올려줄 만한 사람이 한 명도 생각이 안 나.
카일 응, 전부 우리 아이디어였지. 크레딧은 다 우리 거야.

둘이 밴드를 시작하게 된 스토리가 궁금하다.
액티브 갱 극단이라는 곳에서 만나서 절친이 됐다. 둘이 밴드를 결성하기로 하고 카일의 아파트에서 정말 많은 시간을 보냈다. 몇 년 동안이나 곡을 쓰고 계획을 세웠다. 음악을 익혀가고, 대마초를 피우고, 비디오 게임을 했다. 우린 형제나 다름없다.
카일 우리의 첫 공연을 잊을 수가 없다. 그 공연을 본 관객들은 공연을 보기 전과 같을 수 없게 되었다. 최고의 관객들이었다. 우리가 그들의 삶을 바꿔놨다.

1994년에 결성해 벌써 20년의 세월이 흘렀다. 몸매 외에 두 사람의 공통점이 있다면?
카일은 음이고 나는 양이다. 피넛 버터 샌드위치에서 나는 빵이고 카일은 피넛 버터다. 나는 고기고 카일은 고기와 잘 어울리는 맛있는 소스. 로큰롤은 화학작용과도 비슷하다. 한국에서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식이 뭔가?

비빔밥이라는 음식이 있다. 밥과, 여러 가지 채소를 섞어 먹는데 소스로 고추장이 들어간다.
그럼 난 밥과 채소고 카일은 거기에 정말 잘 어울리는 매운 고추장이다.
카일 한국에서도 고기를 구워 먹나?
아, 맞다. 그럼 난 돼지고기고 카일은 소고기다. 한국의 고기 구이가 정말 맛있나? 한국에 가면 꼭 먹어보고 싶다.

너바나 출신이며 푸파이터스 등의 밴드를 하는 드러머 데이브 그롤이 매번 레코딩에 참여할 정도로 중요한 역할을 하던데, 또 가깝게 지내는 다른 뮤지션은 누가 있나?
카일 음, 데이브 그롤은 정말 멋지지. 피시(Phish)를 아나?
피시도 한국에 간 적이 있나? (피시의 멤버 페이지 맥코넬은 테네이셔스 D의 1집에서 키보드를 연주했다) 벡 공연에서 우리가 오프닝을 한 적이 있지, 러시랑은 친하다.
카일 펄 잼 공연의 오프닝 팀으로 서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어떤 록 밴드가 인기 있나?

음… 콜드플레이?
아, 그런가. 우린 콜드플레이랑 친하다. 걔네 노래 중에 몇 곡이 우리가 쓴 거라서 법정까지 가서 합의를 봤다.

크리스 마틴 쪽에서는 그런 얘기 없더라. 12월에 만나게 될 한국 관객들에게, 공연을 더 즐겁게 볼 수 있도록 조언을 준다면?
카일, 여기서 한 방이 필요해. 거창한 말. 사람들의 주목을 끌 만한 말. 뭐라고 해야 하지?
카일 한국 사람들이여, D가 간다!
에이, 그거는 약하지. 한국이여, 테네이셔스 D가 간다! 우리가 콜드플레이보다 훨씬 낫다! 당신이 콜드플레이를 사랑한다면, 우리도 조금은 좋아할 것이다!

에디터
황선우
COURTESY
PRIVATE CUR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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