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다섯 번째 시즌에 접어든 온스타일의 리얼리티 서바이벌 프로그램 <도전! 수퍼모델 코리아>. 최종 파이널리스트 3명이 그 뒤에 숨은 이야기들을 털어놓았다.

한승수가 입은 화이트 셔츠는 Dior Homme, 턱시도 수트는 Saint Laurent 제품. 황기쁨이 입은 여성용 턱시도 수트는 Saint Laurent, 이철우가 입은 화이트 셔츠는 Louis Vuitton, 턱시도 수트는 Saint Laurent 제품.

한승수가 입은 화이트 셔츠는 Dior Homme, 턱시도 수트는 Saint Laurent 제품. 황기쁨이 입은 여성용 턱시도 수트는 Saint Laurent, 이철우가 입은 화이트 셔츠는 Louis Vuitton, 턱시도 수트는 Saint Laurent 제품.

 

 

노력도 재능이니까요
TOP3 한 승 수

Profile 1996년 3월 21일생 압구정고교 3학년 재학 중 | 188cm, 70kg

 

이제 <도전!수퍼모델코리아>는 하이패션계에서도 무시할 수 없는 타이틀이 되었다. 패션계를 적당히 씹고 뱉는 킬링타임용의 예능 프로그램을 넘어, 실제로 이 프로그램 출신의 도전자들이 하이패션계의 굵직한 자리를 꿰차고 들어앉기 시작한 까닭이다. 시즌1의 김나래, 시즌 2의 진정선, 시즌 3의 최소라와 김진경, 시즌 4의 정호연이 대표적인 예다. 현재 ‘도수코’의 꼬리표가 희미해질 정도로 하이패션계의 러브콜을 받는 이들의 공통점은, 우승 여부를 떠나 방송 진행 당시 실제로 미션을 진행한 사진가들과 에디터들에게 ‘당장이라도 캐스팅하고 싶다’는 평가를 받았다는 점이다. 그런 면에서 도수코 시즌5 의 실제 수혜자는 아직 고등학교 3학년에 불과한 어린 소년, 한승수의 몫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전형적으로 잘생겼다기보다는 카메라 앵글에 최적화된 선과 각이 살아 있는 얼굴 골격, 잘 다듬어진 근육에서 발현되는 몸 특유의 역동성과 강렬함을 동시에 갖춘 한승수는 여자 모델의 전매특허였던 <도수코>에 남자 모델의 매력을 강하게 불어넣었다.

 

약속 시간보다 일찍 왔네요? 그러고 보니 커버 미션 때도 제일 먼저 왔었는데. 

한승수 저는 일을 시작하고서 늦은 적은 한 번도 없어요. 그게 제 주관이에요. 일찍 가서 디자이너 선생님이나 에디터 누나들이나 사진가 실장님들에게 인사 먼저 드리고 같이 준비하면 뭐라도 설명을 들으니까 그게 다 저한테 도움이 되는 거더라고요. 그래서 어떤 작은 피팅도 30분 일찍 가서 기다리려고 해요.

 

DCM 아카데미를 수료하고 <도수코>에 나오기 전 어떤 일을 했나요?

제가 1년 전에 장광효 카루소 2014년 봄/여름 쇼로 데뷔했어요. 작년 일기를 뒤져보면 장광효 선생님 만나러 가는 날 부풀고 설레는 감정을 써놓기도 했을 정도로 준비를 많이 했거든요. 지난 쇼 몇 개를 다 찾아보기도 했고, 어떤 옷을 입게 될지, 선생님과 어떤 이야기를 나누게 될지 이런저런 걱정으로 밤잠을 설쳤던 기억이 나요.

고등학교 2학년 때 데뷔한 건데, 이른 나이에 진로를 결정했네요.

더 어렸을 때는 딱히 하고 싶은 게 없었어요. 그래서 아버지께서 운동부터 컴퓨터까지 여러 가지를 시키셨어요. 좀 교육에 남다르셨던 것 같아요. 중학교에 들어가게 되자 눈을 넓히고 시간도 가져보라면서 유학을 권하셨어요. 그래서 뉴질랜드에서 1년 반을 지내면서 일단 신나게 놀았죠. 영어도 자연스럽게 익히고요. 한국에 돌아올 때쯤 쌍둥이 누나(모델 한지현. 한승수와 함께 DCM 소속이다-에디터 주)가 ‘너도 모델 해볼래?’라면서 쇼도 보여주고 잡지에 실린 선배들의 사진도 보여줬어요. 그게 어린 나이에 엄청나게 희열을 주더라고요. 남들 사진만 봐도 이렇게 설레는데, 내 사진을 직접보면 얼마나 더 설렐까 싶어서 도전했어요. 그때 몸무게가 꽤 많이 나갔는데… 84kg 정도였을 거예요. 다이어트를 시작하고 80kg에 DCM 아카데미에 들어갔고, 석 달 만에 아카데미 수료 과정을 이수하면서 70kg을 만들어서 프로필 사진을 찍었어요. 전속모델 시험을 치르고 집에 온 날 영양실조로 쓰러졌는데, 그게 살아온 날 중에서 가장 뭔가를 이뤘다고 생각한 날이었어요. 아직도 기억이 생생해요.

 

실제로 데뷔하고 보니까 정말 적성에 맞는 일이었나요?

저는 시작부터 모델 일에 대한 자부심이 컸던 것 같아요. 원래 제가 낯을 가리는 편이에요. 그런데 그건 모델 일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되거든요. 부끄럽다고 조용히 있으면 ‘저 녀석 뭐냐’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으니까 내가 능동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걸 차차 배웠어요. 커뮤니케이션이 잘 되어야 에디터들이, 사진가들이 만족하는 사진이 나오기 때문에 ‘합’을 맞추려고 노력했어요. 적성이 맞다는 것과 ‘성격’이 부합한다는 건 다른 얘기니까요.

 

낯을 가리는 성격인데도 ‘방송’에 나가게 되었어요. 어떤 계기인가요?

(웃으며) 제가 TV 폐인입니다. 원래는 도수코보다 슈퍼모델 선발대회를 준비할까 했어요. 그런데 도수코를 시즌 1부터 쭉 보다가 특히 시즌 3 때 여연희 누나 나오는 걸 보고 너무 재밌다고 생각했어요. 시즌 4 시작할 즈음 DCM에 들어가게 됐는데, 실제 방송에 나온 황현주, 여연희 누나를 회사에서 만났을 때 연예인처럼 신기하게 보기도 했어요. 기회만 되면 저분들처럼 방송에 나가보고 싶다고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됐죠.

캐스팅 콜에 응모를 할 때 목표가 어느 정도였어요?

도전자 16인을 추릴 때, 제 이름이 초반에 불리진 않았어요. 그땐 아, 난 여기서 뽑히더라도 턱걸이로 살아남는 거구나, 싶었죠. 막상 16인 안에 들고 보니 욕심이란 게 생기잖아요. 최선을 다하면 몇 등까지 갈 수 있을까, 일에 집중하면 그래도 좋은 사진 한두 장은 건지지 않을까 했는데 회차 거듭하면서 살아남으니까 계속 도전 의식이 불탔어요.

그래서 하다 보니까 우승에 대한 욕심이 언제부터 생겼나요?

숙소에서 형 누나들 하는 말이, 떨어질 사람은 감이 온대요. 저는 잘 몰랐는데 동규가 하는 말이, 촬영장 분위기랑 심사장 분위기랑 너무 다르다는 거예요. 현장에서 한혜연 실장님이 맘에 들어했던 사진도 심사평이 어떻게 나올지 전혀 모르는 거라서, 심사평을 듣고 나서야 대충 추정이 가능했어요. 제 경우는 메이크오버해서 머리를 민 후 확실히 심사 반응이 좋아서 잘하면 꽤 올라갈 수 있겠다 싶었어요.

이번 시즌을 통틀어 가장 많은 미션 우승(3회)을 했어요. 평도 꾸준히 좋았고요. 본인만이 감지하는 위기감이 왔던 때도 있었나요?

초반에 여러 가지 구조물에서 프로필을 찍는 미션이 있었어요. 방송으로 나가진 않았지만 원중이 형이 ‘키가 작아 보이는 비율이다’고 해서, 크게 보이려면 어떻게 포즈를 잡아야 할지 몰라서 고민스러웠어요. 메이크오버 후 잘하다가 한계점이 온 게, ‘쿵푸 팬더’랑 촬영할 때 느낀 건데요, 제가 보여줄 수 있는 영역이 한참 적은 거예요. 머리는 밀어놨고, 센 거밖에 못하는 이미진데 그쪽으로 너무 굳어지니까 걱정이 좀 심했죠. 그 상황에서는 머리를 기를 수도 없어서 센 이미지 하나라도 잡은 게 어디냐, 밀고 나가자고 마음을 다잡았죠.

우승이 아니어서 아쉬웠겠어요.

탑 3에 올라온 이상 하고 싶었죠. 많은 분들이 ‘탑 3면 됐지’ 하고 위로하시는데 저는 솔직히 아쉬웠거든요. 그런데 인정해요. 기쁨 누나가 잘했고 축하해주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철우 형하고도 2, 3등으로 나뉜 게 아니라 공동 2등이라서, 만족합니다, 하하.

다른 파이널리스트 두 사람에게도 같은 질문을 했어요. 승수씨는 남녀 간의 모델 경쟁이라는 게 가능한 포맷이라고 보나요?

음… (한참 고심하다가) 저는 가능하다고 봐요. 모델 전체 시장으로 보면 여자에 비해 남자가 채 30% 될까 말까 할 정도로 일이 적거든요. 과연 도수코에 나와서 여자 모델 정도의 인지도를 얻고 돌아갈 수 있을지, 그것조차 남자 모델들에게는 도전이었을 거예요. 그런데 확실히 프로그램 출연 후 일이 늘었어요. 일단 그 자체가 전 너무 기뻐요.

도전자들이 대체로 순해서 별다른 갈등 없이 흐르던 이번 시즌에 유일하게 풋풋한 러브라인을 만들어낸 주인공이기도 해요. 어느 정도 사실인가요?

반 정도는 사실이에요. 저희 촬영할 때 숙소가 좀 추웠거든요. 여자애들이 많이 추워해서 옷을 좀 챙겨줬어요. 지은이랑 민정이한테도 챙겨줬는데 예림이에게 뭘 해주면 유독 편집으로 잘 부각되더라고요. 엮이다 보니까 호감이 점점 생긴 것도 맞고요. 그런데 ‘서바이벌’이라는 극한 상황에서 생겨난 동지애 비슷한 호감이었던 것 같아요. 지금은 그냥 좋은 친구예요. 서로 까댈 수 있는 친구요(웃음).

 

우승은 못했지만 도수코로 인해 얻은 것이 있다면요?

저는 어릴 때부터 ‘아빠, 저 이거 할게요’라면 뭐든지 했단 말이에요. 메달 몇 번 딸 정도로 열심히 하던 수영을 부상으로 포기하게 된 후에 하고 싶은 것이 딱히 없었어요. 그러다가 모델을 하고 싶다고 했더니 은근히 반대가 심했어요. 누나가 모델로 크게 성공한 게 아니어서 부모님 입장에서는 아들이 먹고살 수 있는 미래까지 고려해서 모델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셨던 것 같아요. 제가 오랜만에 확고한 의지로 모델을 원한다는 걸 아버지께 증명해야 했는데, 그런 의미에서도 도수코 파이널리스트가 되어서 지지를 받고 싶었어요. 그래서 더 의미가 있죠.

앞으로 어떤 모델이 되고 싶어요?

남자 모델로서 뜨는 게 쉽지 않을 것 같긴 한데, 한국 활동도 남부럽지 않게 하고 싶고, 때가 되면 외국으로 진출해서 모델스닷컴 랭킹에 들어보고 싶어요. 꿈이 이루어지려면 멀리 봐야 한다고 하잖아요. 아, 그전에 한국 브랜드 전속 모델이 되어서 커다란 전광판에 얼굴 한 번만 나왔으면 좋겠어요. 의류 브랜드면 좋겠지만 박카스 광고도 좋고요. 아무튼 크고 밝은 곳에 뜬 제 얼굴을 꼭 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