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 | 더블유 코리아 (W Korea)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

2015-10-30T10:42:14+00:002014.11.20|피플|

이국주가 하면 좀 다르다. 뭐든지 흥겹고 유쾌하고 리드미컬해진다.

한쪽 어깨를 드러낸 검은색 롱 드레스는 Orange Dress 제품, 스타킹과 가터벨트, 구두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한쪽 어깨를 드러낸 검은색 롱 드레스는 Orange Dress 제품, 스타킹과 가터벨트, 구두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짧은 치마를 입고~ 내가 길을 걸으면 모두 나를 쳐다봐~ ” 옷매무새를 만져주던 스타일리스트가 그물 소재 드레스를 조금 걷어 올리자, 다리를 드러낸 이국주가 곧장 AOA의 노래를 부르며 리듬을 탄다. 아침 8시부터 시작된 촬영에 밤을 새우고 나타났지만 뽀얀 피부도, 중간중간 터지는 입심도 피곤한 기색이 없었다. ‘의리’를 외치는 보성댁, ‘호로록’ 식탐송, 현아의 ‘빨개요’를 따라 한 농염한 춤…. 올 한 해는 이국주 덕분에 웃거나 이국주에 대해 이야기하는 순간이 참 많았다. 수직상승 곡선을 그리며 단숨에 떠올랐지만 그녀는 지금 이렇게 사랑받는 게 갑자기 터진 잭팟이라기보다 지난9년 동안 차곡차곡 적립해온 적금을 탄 데 가깝다고 여긴다. 신용카드는 원래 없거니와, 개인 체크카드를 쓸 시간도 없을 정도로 일만 하며 달려온 몇 달이었다. 한숨 돌리며 한 해를 돌아보는 지금, 내년에 서른이 되는 그녀가 소망하는 건 더 큰 성공보다는 소박한 사랑이다.

 

“한 해 동안 일만 열심히 하며 너무 남성적으로만 산 것 같아요. 힘들어도 사랑을 하면 투덜투덜대면서 다 풀리는 편인데, 누군가를 좋아하는 풋풋한 마음을 느끼고 싶어요.” 이국주는 자신의 몸을 농담의 소재로 삼으면서도, 뚱뚱한 걸 비하하는 대신 섹시한 여성성을 드러내는 드문 개그우먼이다. “사실 내 몸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어요. 엉덩이, 턱… 팔뚝도 싫고요. 오늘 같은 콘셉트의 촬영에서는 내내 속살을 드러내는 게 신경 쓰이기도 해요. 하지만 당당하게 굴었던 건, 내가 그걸 통해 재미를 주는 사람이기 때문이에요. 그래야 사람들이 보고 웃을 테니까. 그런데 정말로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게 된 거죠. 사람들이 나를 웃음거리로만 삼는 게 아니라 멋지게 봐준다는 게 느껴지니 더 자신감이 생기고 당당해졌어요.” 사랑받으면 사랑스러워지고, 예쁘게 바라보면 점점 더 예뻐진다. 사랑의 힘을 믿는 이 낭만주의자는 성형할 의사는 전혀 없지만 결혼 전에 살은 좀 빼고 싶은 욕심이 있다고 말한다. 아침 10시도 되기 전부터, 점심 메뉴는 짬뽕으로 정해놨다고 즐겁게 털어놓으면서.

 

올 한 해를 생각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이국주였다. 2014년을 돌아본다면 어땠나?

시끄러웠던 한 해였다. 여름쯤 ‘보성댁’ 캐릭터가 잘 풀리면서 재밌다는 얘기를 많이 듣기 시작했다. 그동안 열심히 살아왔으니까 나도 이제 그 보답으로 사랑받나 보다, 그럴 수 있겠다 생각했는데 가을로 접어들면서 더 진지한 느낌이 됐다. ‘아, 한 방 터진다는 게 이런 거구나’ 싶더라.

‘한 방’ 왔다는 걸 실감한 순간이 있었나?

3개월 전쯤 <런닝맨> 섭외가 왔을 때. 공중파 프로그램들이 나를 섭외할 때는, ‘괜찮은 앤거 같은데 한번 써볼까?’ 긴가민가하면서 모험을 하는 기분이었던 것 같다. 그러다가 내가 공중파의 메이저 예능에 어울리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런닝맨>이었다. 그 뒤에 호스트한 뒤 광고가 많이 들어온 걸 보니 광고주들도 간을 보고 있었나 보다. <룸메이트>에 나가게 되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아, 이국주라는 사람이 한번 떴다 지나가는 사람이 아니라 오래갈 거라는 사실을 보여줄 수 있겠다.’

성공했지만 크게 반짝하고 지나가버리는 데 대한 불안도 있나 보다.

그동안 마음 놓고 즐기지 못했다. 처음에는 갑자기 관심을 받다 보니 정신이 없었다. 두 달 동안 개인 카드를 쓴 적이 없을 정도로 바쁘게 일했다. 석 달쯤 됐을 때부터는 이대로 가도 될까, 새로운 걸 보여줘야 하나 부담감이 들기 시작됐다.

사람들이 계속 재미있어 할지가 가장 큰 걱정일까?

녹화하는 시점과 방송 나가기까지는 1~2주 시차가 있게 마련인데, 그 반응을 기다리는 동안에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걱정이 들기 시작한다. 내가 제대로 하고 있나 자꾸 돌아보게 된다. 갑작스럽게 관심받고 있는 건 분명한데, 내가 어떤 모습으로 관심받고 있을지 무서워졌다고 할까.

유명세에 따라오는 자연스러운 그늘이겠다.

지금까지 이런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뭐가 걱정인지도 모르게 걱정이 되는 거다. 또 하나는 내가 지치지 않을까 하는 거고.

인풋 없이는 고갈되기 쉬운 직업일 거다. 에너지는 어디서 얻나?
원래 많았다. 오래 기다렸다가 지금 그 에너지를 쓰고 있는데, 닳아 없어질까봐 뭔가를 찾고는 있다. 아마 동료들에게서 얻는 것 같다. 새로운 사람, 새로운 일을 워낙 좋아해서 새 프로그램 가서 사람 사귀고 친해질 때 재미를 느낀다. 이렇게 화보를 찍는 것도 좀 민망하지만 다른 걸 해보는 시도가 즐겁고, 그 과정에서 에너지가 생긴다.

오늘 촬영은 과감한 콘셉트가 잘 어울렸다. 체격이 크지만 당당한 당신을 많은 사람들이 좋아한다.

사실 나는 내 몸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엉덩이, 턱… 팔뚝도 싫어한다. 촬영하는 내내 속살을 드러내는 게 신경 쓰인다. 하지만 당당하게 굴었던 건, 내가 그걸 통해 재미를 주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래야 사람들이 보고 웃을테니까. 그런데 정말로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은 거다. 사람들이 웃음거리로만 삼는 게 아니라 멋지게 봐준다는 게 느껴지니 더 자신감이 생기고 당당해졌다. 처음에는 화보 촬영장에서 스태프들이 “예뻐요” 하는 소리가 듣기 싫었다. 분위기를 위해 마음에 없는 말 하는 것 같아서. 하지만 기계적으로 잘한다 잘한다 하는 게 아니라, 포즈나 표정에 따라 반응이 달라지는 게 느껴졌다. ‘자신들의 작품을 만들려고 하는 사람들이고, 내가 거기에 역할을 하고 있는 건데 마음에 안 들면 티가 나겠구나’ 느껴지고 나서는 더 편하고 당당하게 할 수 있었다.

자신감을 타고난 사람 같은데 의외다.

그렇지 않다. 엄마 아빠한테도 예쁘단 얘기 잘 못 듣고 자랐다. 그런데 나도 여자인지라 칭찬에 약하다. 예쁘다 예쁘다 해줄수록 힘이 난다. 

 

사랑받을수록 더 사랑스러워지는 건 어떤 존재나 마찬가지다.

실제로 지면에 나가는 건 두 장에서 네 장 정도지만 엄청나게 많이 찍으니까 연습도 되는 것 같다. 나는 이 각도에서 보는 이 얼굴이 더 낫구나, 이런 걸 화보 찍으며 배운 거 같다.

스스로 예뻐 보이는 순간은 언제인가?

숍 다녀왔을 때(웃음). 보통 맨 얼굴에 머리도 안 감은 채로 가니까 극과 극의 비포 애프터를 체험할 수 있다. 미용실 엘리베이터 타고 올라갈 때와 내려올 때 기분이 다르다. 치장했을 때가 확실히 예쁘고, 그 과정이 여자로서 누릴 수 있는 큰 즐거움인 것 같다. 예전엔 방송이 간혹 있다해도 라디오였고, <코미디 빅 리그>는 메이크업이라기보다 분장을 했기 때문에 최근에야 여러 가지 옷이나 화장을 해보고 있다. 다양한 경험이 중요하다는 걸 느낀다.

개그우먼 가운데는 스스로의 외모를 개그의 소재로 삼다가, 어느 순간 성형을 하거나 살을 빼는 사람도 있다.

누구나 자기 만족이라는 게 있지 않나. 보는 사람들은 ‘예뻐지더니 안 재밌어졌어, 별로야’ 하고 반응할 수도 있지만 당사자 입장에서는 웃겨도 봤으니 예쁜 여자로서의 삶도 살아보고 싶은 거다. 어쩌면 인생이 확 달라질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하고 도전하는 데 대해 큰 박수를 쳐주고 싶다.

 

 

어깨에 두른 퍼 머플러는 Sabatier제품.

어깨에 두른 퍼 머플러는 Sabatier제품.

 

 

그렇다면 당신도 외모를 바꾸고 싶다는 생각을 하나? 

성형을 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고친다고 해서 내가 한예슬이 될 것도 아닌데, 마음 편하게 먹는 게 낫지 않나. 그런데 살에 대해서는 결혼하기 전에 빼보고 싶은 욕심도 있다. 주변에서 건강 생각 하라는 조언도 많이 해주시고. 그런데… 못 뺄 거 같다. 운동이 싫다.

춤을 잘 추고 좋아하지 않나? 

한 번에 2시간씩 항상 춰왔기 때문에 이미 단련돼서 그 이상을 추지 않으면 효과가 없다. 운동을 하더라도 볼링처럼 즐거운 운동을 좋아한다. 일을 할 때도 돈이고 뭐고 다 필요 없고 내가 내가 재밌고 즐거워야 한다. 요즘 행사 섭외가 많이 들어오는데 관심을 두지 않는다. 방송에서 했던 코너를 거기 가서 똑같이 하는 건 재미없으니까. 나부터 재미없다고 생각하는데 사람들이 과연 재밌어 할까?

행사 섭외를 마다한다는 얘기는 좀 놀랍다. 

요즘은 일이 많으니까 차라리 그 시간에 충전하면서 체력 보충하고, 또 다른 걸 시도하고 싶다. 돈에 매달려서 쫓아가고 싶지 않다. 아버지도 늘 “돈 쫓아가면 망하는 거야”라고 가르치셨다. 지금도 일을 많이 하기보다 정말 하고 싶은 걸 하라고 말씀하신다.

아버지의 가르침, 또 어떤 게 있나? 

“빚지지 마라.” 돈이 없으면 집사지 마, 돈 없으면 차 사지 마, 형편에 맞춰서 살면 되는데 뭐하러 대출을 받아서 무리하냐고 하신다. 우리 집에서는 뭘 구입해도 무조건 일시불이다. 나는 지금도 신용카드 대신 체크카드만 갖고있다. 현금이 수중에 있어야 그만큼만 쓰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다.

건강한 가정교육의 영향을 받은 것 같다. 

아빠 성격을 많이 닮았다. 어릴 때는 몰랐는데 크고 나니 점점 이해되는 부분이 있다. 가끔 취해서 들어오시던 모습이라던가. 나도 술을 못 마셨다면 사람들하고 친해지지 못했을 거다. 동료들에게 술 한잔 마시자고 내가 리드하는 편이다. 담배는 안 피우니까 술이라도 마셔야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 같기도 하고.

요즘 가장 큰 고민은 뭔가? 

내가 어떻게 가야 지치지 않을까, 오래 버티면서 웃음을 주는 방법은 뭘까다. 출연하는 방송이 늘고 일이 많아지다 보니 나를 거슬려 하는 분들도 생기는 것 같다. 예를 들어 <룸메이트>에서 나나한테 성형 얘기를 한다면, 우리끼리는 편하게 장난치고 쿨하게 나눈 대화인데 남들은 다르게 본다. 원래 밝고 까불까불한 성격인 나를, 처음엔 인간미 있고 괜찮은 사람이었는데 뜨고 나니 변했다는 식으로 언급하는 글을 좀 보면서 멘붕이 왔다. 나는 변함없이 편하게 방송을 했는데, 그렇다면 이제부터 성격을 바꿔야 하나 절제해야 하는 건가…. 절제하면 파이팅이 없어지고 내 모습이 아닐 텐데, 이런 생각이 든다. 급하게 많은 것을 얻으면서 이런 것들을 다 해도 되나, 이걸 다 누려도 되는 건가 뒤집어서 점검 중인 거 같다.

인터넷 댓글 같은 거 읽지 않고 신경 안 쓰면 될 것 같은데. 

겁이 많아서 그렇다. 밖으로는 당당한 사람이고 시끄러운 사람일수록 뒤에서는 소심한 경우가 있는데, 개그맨들이 대체로 그렇다. 집에 들어왔을 때 허무와 외로움, 나를 과연 웃겨주는 사람이 있을까 하는 고독…. 그래서 주변에 사람을 만들려고 하는 성향이 강하다. 이런 소심함 때문에 사람들의 리액션을 매의 눈으로 다 본른이어서 우울한 기분이 있는데, 이런 일이 잊게 해주는 거 같다.

보통 서른을 앞두고 겪는 심적인 불안감 같은 게 당신도 있었나?

빠른 86이라 친구들이 다 올해 서른인데, 나도 덩달아 작년에 힘들었다.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교통사고도 당하고…. 큰일들을 한꺼번에 겪어서 작년을 스물아홉으로 쳐버리자 싶은 기분으로 올해를 살았다. 다행히 좋은 일이 많았다. 이제 서른하나가 되는 느낌이라 오히려 설레기도 한다. 같이 사진을 찍자거나 할 때 귀여운 척, 예쁜 척을 주문하면 내가 민망해서 ‘저도 서른이에요’라고 피해간다.

내년에 바라는 점들은 어떤 것인가?

올해 많은 걸 새로 얻었다면 내년에는 내 것을 지키고 싶다. 새로운 일이나 인연을 흘려보내는 게 아니라 내 걸로 만드는 거. 이국주를 믿고 쓸 수 있도록 하는 해가 되어야 할 거 같다. 높이 올라가면 언젠가 내려와야 된다는 생각을 당연히 하는데, 거기에 무던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열렬한 환호가 아니라, 무덤덤하지만 즐겁게 지켜봐 주는 시선을 편하게 여길 수 있으면 좋겠다.

연말 시상식이 곧 있는데, 이번엔 뭔가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그런 건 모르는 거다. 어느 방송사든 시상식에 가보기라도 하고 싶었다. 올해 다행히 <룸메이트> 덕분에 7년 만에 가게 되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나에게 의미가 있다. 공채 출신으로 신인상 받고 그 뒤로는 주춤주춤 살다가 올해 이렇게 기회가 생겨서 기쁘다. 가서 테이블에라도 앉고 싶고 누군가 상 받을 때 우루루 같이 나가서 꽃다발도 주며 축하해주고 싶었는

데 그걸 할 수 있어서 설렌다.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내 사람을 만나고 싶다. 일이 힘들어도 사랑을 하면 투덜투덜대면서 다 풀리는 편이다. 쌍방의 격한 사랑은 아니더라도 내가 설렐 수 있는 사람을 만났으면 좋겠다. 한 해 동안 일만 열심히 하며 너무 남성적으로 산 것 같아서 누굴 좋아하는 풋풋한 마음을 느끼고 싶다.

사람의 빈자리는 일적인 성취감이 채워주지 않았을까.

주변에서는 나한테 지금은 일에 집중할 때라고들 말한다. 그런데 사랑에 때가 어딨나? 연애라는 건 바빠도 하려면 다 하는 거다. 잠을 안 자도 행복하고. 그런데 연애하면 나는 망가지는 연기를 잘 못하는 단점이 있다. 작년에 <드립걸즈> 공연할 때 남자친구가 보러 왔는데 민망하고 쑥스러워서 그쪽으로는 고개도 못 돌렸다. 헤어지고 나니까 ‘보성댁’ 같은 걸 맘 편히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이제는 일하다 만나고 싶다. 내 모습을 다 알고도 좋아해주는 사람, 망가지는 걸 해도 귀엽다고 해줄 수 있는 사람, 듬직하고 나를 리드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서른두 살에 결혼이 목표였는데 늦었다.

계산으로는 내년에 만나도 충분하지 않나?

결혼 전에 1년 넘게는 사귀어봐야지. 시간이 별로 없다. 소개팅 주선은 언제나 환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