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유 패션 위크 다이어리 런던편 | 더블유 코리아 (W Korea)

더블유 패션 위크 다이어리 런던편

2015-10-30T15:39:15+00:002014.11.04|트렌드|

뉴욕에서 시작해 런던, 밀라노, 그리고 파리까지, 한 달간의 2015 S/S 컬렉션 대장정에 들어간 에디터들은 단 한시도 손에서 핸드폰을 놓지 않았다. 그들이 더블유 코리아 페이스북(@wkorea)과 인스타그램(@wkorea)을 통해 실시간으로 전해온 생생한 컬렉션 현장의 이모저모!

1. 런던의 마지막 쇼였던 미드햄 커츠호프의 쇼를 내심 가장 기대하고 있었다. 이번 쇼의 콘셉트는 바로 ‘Freedom Is Not Reality’, ‘Reject Everything’. 소호의 뒷골목에 자리한 레코드 숍 지하를 그들이 소망하는 낙원으로 꾸몄는데, 한국으로 치자면 무당집을 연상시키는 그 신당에는 오색찬란한 리본, 말린 꽃, 탐폰이 나무에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쇼가 끝난 뒤 디자이너 에드워드 미드햄은 애견 트로잔을 안고 나타나 인사를 건넸다.

 

2. 런던은 어느 도시보다 신인 디자이너들이 성장하기에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다. 거대 패션 그룹이나 비즈니스 시스템이 휘두르는 권력의 힘에서 조금은 자유롭다고 해야 할까? 그들은 슈퍼 디자이너가 되겠다는 소망보다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뚝심 있게 밀고 나간다. 크리스토퍼 케인이 그랬고, J.W. 앤더슨이 그랬던 것처럼. 새우와 동명이인인 브랜드 쉬림프는 페이크 퍼, 로맨틱한 컬러를 추구하는 브랜드로, 최근 패션 피플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떠오르는 신예다.

3. 세계적으로 불어닥친 푸드 패션 열풍으로 단숨에 슈퍼스타가 된 아냐 힌드마치. 그녀는 이번 시즌 런던의 BFC센터 입구에서 켈로그와 협업한 패션 플레이크를 배포했다. 아냐 힌드마치의 시그너처이자 켈로그의 마스코트인 호랑이 토니가 프린팅된 귀여운 크럭에 가득 싣고 온 패션 플레이크. 아까워서 어느 누구도 쉽게 뜯진 못했겠지만 끼니를 거르며 이리저리 이동하는 패션 피플들에겐 일용할 양식이 된 셈.

 

4. 패션위크 기간에는 식사다운 식사를 포기해야 한다. 다른 도시보다 쇼 일정이 여유가 있다는 런던에서도 맛집 투어는 어림도 없는 일. 런던 패션위크의 마지막 날 저녁만큼은 제대로 먹고 싶어 찾아간 곳은 바로 ‘버거&로브스터’였다. 20파운드 정도면 야채와 매시트포테이토를 듬뿍 곁들인 두툼한 로브스터를 맛볼 수 있다.

5. 영국인의 가드닝 사랑이야 너무 유명해 별다르게 언급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멀버리는 꽃말 사전 초대장부터 프레젠테이션까지, 영국 가드닝의 면면을 보여주어 눈길을 끌었다. 수국 장식은 정교한 레이스로, 수챗구멍은 레이저 커팅된 가죽으로 표현했으니 말이다. 슈즈 역시 투박한 가드닝 신발에서 영감 받은 우드 굽 웨지 슈즈. 더불어 다섯 가지 각기 다른 꽃의 디테일을 정교하게 드레스는 당장 입고 달아나버리고 싶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멀버리 정원에서의 시간은 그야말로 힐링 그 자체!

 

6. 버버리 백스테이지에서는 동양 모델 3인방이 쇼 끝에 찾아온 환희를 나누고 있었다. 김성희, 샤오웬주, 리나 장의 익살맞은 포즈를 보니, 4대 도시를 함께 누비면서 무척 가까워진 모양. 한쪽에서는 수키 워터하우스가 카라 델레바인과 왁자지껄 떠드는 모습이 포착되었는데, 그녀를 둘러싼 관능적인 수식어와는 달리 사내아이같은 모습이었다. 이런 반전 매력에 브래들리 쿠퍼가

반했으려나.

7. 패션위크 기간 톱모델들의 하루는 마치 007 작전을 방불케 한다. 조셉 쇼장 앞에서 만난 샘 롤린슨의 경우, 쇼가 끝나자마자 부리나케 뛰어나오더니 우리나라로 치면 퀵서비스 아저씨와 만났다. 그에게 헬멧과 장갑을 받아 쓰고는 3초만에 오토바이를 타고 사라졌고, 그랬던 그녀는 바로 다음 하우스 오브 홀랜드 쇼에서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태연하게 걸어 나왔다.

 

8. 쇼를 보는 즐거움 중 하나는 디자이너가 영감 노트에 적어놓은 단서를 포착하는 것. 런던의 로맨티스트 시몬 로샤가 이번 시즌 영감 받은 것들은 피나 바우시, 리처드 고먼, 홍콩, 슬픔, 플라워로 요약되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아티스트 리처드 고먼의 작품에서 영감 받은 둥근 실루엣이었다. 둥글고 납작한 작가의 페인팅을 수없이 떠도는 영감들과 유기적으로 연결한 그녀의 영민함이 돋보였다.

9. 유난히 빛이 좋았던 일요일 아침. 첫 쇼는 프린이었다. 마사이의 크리켓 전사들의 모습에서 영감을 받은 쇼의 장소는 바로 웨스트민스터 대학. 장소와 쇼의 환상적인 궁합이란 바로 이런 쇼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크리켓 고유의 색인 빨강, 파랑, 하양을 바닥에 라인으로 표현했는데, 쇼 시작 즈음 비쳐든 따사로운 햇살과, 그 빛이 만든 그림자는 이를 더욱 풍요롭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10. 버버리 어쿠스틱은 버버리 홈페이지와 유튜브를 통해 런던의 신예 뮤지션을 소개하는 매력적인 플랫폼이다. 여기서 크리스토퍼 베일리가 선택한 신예들은 매 시즌 버버리 컬렉션에서 라이브 연주를 하게 된다. 이번 시즌의 히로인은 바로 몽환적 음색이 독특한 제임스 베이(James Bay). 그는 훌륭한 연주 실력은 기본이요, 찰랑이는 긴 머리와 근사한 외모까지 갖춘 뮤지션이다. 쇼를 보는 내내 그의 음색이 귀를 떠나지 않았다. 다음 쇼로 이동하는 동안에도 그의 음악이 들려왔다. 한국으로 돌아와서도, 그리고 지금도.

11. LVMH가 선택한 런던의 신예, 토마스 테이트는 테이트 모던이라는 별명에 걸맞은 컬렉션을 보여줬다. 옵티컬 일루션이라는 콘셉트로 진행된 이번 쇼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프랑스 아티스트 조르주 루스가 조형한 공간. 버려진 공간을 채워 새로운 공간으로 만드는 그는 이번에도 허물어져가는 건물을 색칠과 테이핑으로 근사하게 탈바꿈시켰다. 어떤 공간도 소유하지 않으며 어떤 공간도 영원하지 않다는 작가의 말이 여운에 남는다.

 

12. 런던 리크 스트리트에는 법적으로 그라피티가 허가된 터널이 있다. 소피아 웹스터의 사이키델릭 정글이 마련된 장소도 바로 그곳. 90년대 테크노 음악이 흐르는 몽환적인 동굴 안에서는 그녀의 시그너처인 강렬한 색감의 작품이 시신경을 자극했다. 아프리칸 부족의 형광색 하이힐부터, 열대 과일이 주렁주렁 달린 메시 소재의 부티, 열대 과일과 식물을 유쾌하게 표현한 슈즈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눈을 시리게 한 과감한 색감과 장식 덕분에 터널을 빠져나온 후에도 잔상이 남아 잠시 멍하게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