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아홉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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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를 찌르는 가사와 넘치는 패기를 무기로 자신의 영역을 만들어가고 있는 올티. 그에게 랩은 가장 즐거운 놀이다.

모직 코트는 프라다, 데님 재킷은 A.P.C., 안에 입은 꽃 장식의 셔츠는 버버리 프로섬, 빈티지 데님은 디젤, 스니커즈는 캠퍼, 골드 반지와 알파벳 장식 목걸이는 모두 미네타니 제품.

모직 코트는 프라다, 데님 재킷은 A.P.C., 안에 입은 꽃 장식의 셔츠는 버버리 프로섬, 빈티지 데님은 디젤, 스니커즈는 캠퍼, 골드 반지와 알파벳 장식 목걸이는 모두 미네타니 제품.

큰 질문 하나를 던져도 알아서 솔직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술술 풀어내는 사람이 에디터가 선호하는 인터뷰이라고 한다면, 별다른 지시 없이도 자유자재로 포즈를 취할 줄 아는 사람은 사진가가 편애할 수밖에 없는 모델이다. 올티는 시원시원한 말투와 끼 넘치는 포즈를 보여줌으로써 두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시켰다. 카메라 앞에 선 내내 때로는 진지하게 멋있는 모습을, 때로는 검지손가락을 살짝 코로 같다 대는 장난기 넘친 모습도 마음껏 뽐냈다. 마지막 컷을 앞두고 은근슬쩍 요구해본 ‘제자리 점프샷‘에도 흔쾌히 응해주었다. “아! 고등학생 때 친구들하고 하던 것처럼 말이죠?” 180cm가 훌쩍 넘는 키로 온힘을 다해 펄쩍펄쩍 뛰는 모습을 본 스태프 몇 명은 그 자리에서 폭소를 터트렸을 정도다.

<쇼미더머니> 시즌 3이 막을 내린 지 한 달이 지난 지금, 올티에게는 지겨운 이야기라는 걸 뻔히 알면서도 그 말도 많고 탈도 많던 프로그램에 대해 묻지 않고 넘어갈 수는 없었다. 준결승을 코앞에 두고 탈락한지라 팬들의 아쉬움도 컸다. “누구나 다 우승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겠죠. 그게 제가 되었더라면 저도 좋았을거고 회사는 어쩌면 더 좋아했겠죠. 하하. 보여줄 수 있는 것을 못 보여줬으면 후회도 남았을텐데 저는 그냥 시원섭섭했어요. 제가 가장 잘하는 것들을 계속 보여줬고 떨어진 거니까 아쉬움보다는 후련함이 더 커요.”

방송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올티에 대해 인정한 점이 랩 실력 외에도 하나 더 있었다. 인터넷에서 그의 이름을 검색해보면 알 수 있듯이 그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작사 능력이다. 상황에 맞게 자유자재로 랩을 구성할 수 있는 데에는 앙데빌 (ADV) 크루와 함께한 길거리 프리스타일 랩의 도움도 컸다. “제가 가진 경쟁력에서 프리스타일을 빼놓는다면 거짓말일 거예요. 하지만 제가 오로지 프리스타일만 고수하는 건 아니에요. 고수한다는 말은 어쩌면 특별한 책임감을 갖는다는 말인데 저에게 프리스타일은 그런 게 아니거든요. 동네 친구들하고 PC방에 가서 게임 한판 할 때, 책임감을 갖고 하는 사람이 있나요? 그건 그냥 재미있어서 하는 놀이거든요. 프리스타일도 저에게 그런 거예요.” ADV의 유튜브 채널에는 올티를 포함한 크루 멤버들이 길거리에서 펼치는 프리스타일은 물론 사무실에서 즉흥적으로 프리스타일을 하며 노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가득하다. 아쉽게도 요즘에는 ADV만큼 일상적으로 프리스타일을 선보이는 크루가 많이 사라진 상태다. “어느 정도 위치에 올라간 사람들은 쉽사리 나설 수가 없나 봐요. 실력이 드러나는 것에 대한 부담 때문이겠죠. 무조건 잘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다 보니까 나서기를 꺼리죠.”

물론 올티도 처음부터 완벽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는 실력을 보완하기 위해 더 길거리로 나갔다. 잃을 것이라고는 하나도 없을 만큼 어렸을 때다. 하루에 8시간 이상을 연습에 매진했고 잘하고 싶은 마음만큼 즐기려는 마음이 늘 존재했다. “이제는 부담감이 없어요. 잘하게 되니까 뭔가를 보여달라고 해도 즐겁게 할 수 있더라고요.” 랩을 시작한 지 몇 년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올티는 지금 활동 중인 래퍼들과 비교했을 때도 젊다 못해 어린 편이다. 빠른 96년생인 그는 고등학교는 졸업했지만 아직 법적으로는 성인이 아닌 미성년자이니까. 함께 고등학교 시절을 보낸 친구들이 대학에 가서 OT를 가고 MT를 갔다 온 자랑을 하면 살짝 부러울 때도 있지만 그 또한 스무 살을 앞두고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있는 중이다. “제 10대를 마무리하는 앨범을 만들고 싶어요. 그래서 내년 졸업 시즌에 맞춰서 발표할 예정이에요. 그러면 뭔가 더 의미가 있지 않을까요?” 몇 달 뒤의 목표를 넘어 더 큰 꿈이 있느냐고 묻자 이번에도 역시 자신감 넘치는 대답이 돌아왔다. “지금 사람들은 한국에서 언제쯤 ‘제 2의 빈지노’가 나올 수 있느냐에 관심이 많은 것 같아요. 하지만 저에게 제2의 누군가는 필요 없는 말이에요. 저는 저라는 사람이 첫 번째 표본이 되어서 ‘제2의 올티’ 같은 사람이 나와줬으면 좋겠어요. 그게 제 목표예 요. 어떤 영역에서의 ‘일빠’라고나 할까요?” 화보 촬영현장에 있던 스태프들이 ‘끼쟁이’라는 별명까지 붙여줄 정도로 넘치는 끼와 자신감을 발휘 한 올티가 앞으로 차세대 예능 스타가 되는 건 아닐까 궁금해졌다. 얼마 전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한 식품회사의 게맛살 광고에서는 신구와 함께 코믹한 랩을 선보이기도 했으니 말이다. “아직 예능을 하고 싶은 마음은 없어요.” 왜? “거기 나가면 분명히 ‘그 크랩 랩’을 시킬 거거든요. 어휴. 아직은 그냥 음악 해야죠.”

에디터
피처 에디터 / 이채린
포토그래퍼
엄삼철
스타일 에디터
김한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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