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다 매카트니의 사진전이 열린다. 폴의 아내, 스텔라의 엄마가 아니라 사진가로서의 린다를 만날 수 있는 첫 기회다.

 

린다 매카트니는 재능이 많은 여자였다. 비틀스 해체 이후 매카트니의 밴드인 윙스에서 키보드를 연주하고 함께 노래를 했으며, 엄격한 채식 주의자로서 요리책을 내고 동물권 운동가로 활동했던 이력 또한 유명하다. 하지만 폴 매카트니의 반려자로 옆에 서기 전부터 그녀는 유능한 사진가였다. 비틀스는 물론이고 롤링 스톤즈, 밥 딜런, 지미 헨드릭스, 에릭 클랩튼, 도어스 같은 수많은 뮤지션들의 무대 뒤 이완된 모습을 근접해서 담은 사진을 남겼다. 누구의 아내 또는 누구의 엄마로도 알려졌지만, 기억할만 한 사진을 남기지 못했다면 오늘 우리는 린다에 대해 말하고 있지 않을 것이다. “나의 사진은 바로 나 자신이다.” “모든 사진 속에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는 말을 믿는다.” 린다 매카트니의 사진은 대체로 기술적으로 뛰어나거나 사진 미학의 영역을 확장했다고 평가하기는 힘들지만, 그녀가 남긴 말처럼 풍성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타셴에서 발행한 작품집인 <Linda McCartney. Life in Photographs>는 매력적인 캔디드 포토북이며, 60, 70년대 팝 문화의 황금기를 목격할 수 있는 생생한 자료다. 뉴욕에서 태어나고 사진가로 활동한 린다 매카트니는 특히 로큰롤 밴드들의 비주얼을 많이 남겼는데, 자연광 아래에서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고 찍힌 이 자연스러운 일상 사진들은 뮤지션 공식 사진사들 이 ‘각 잡고’ 찍는 프로필보다 더 강하게 각인되어 있다. 허드슨 강을 건너가는 보트 안에서 찍은 믹 재거의 이미지처럼. 1968년 5월에는 에릭 클랩튼의 사진으로 <롤링 스톤> 지의 표지를 찍은 첫 여성 사진가가 되기도 했다. 재니스 조플린, 사이먼 앤 가펑클, 더 후, 그레이트풀 데드, 아레사 프랭클린…. 린다의 사진을 통해 여전히 기억되는 록스타들은 수없이 많다. 피사체들의 밝고 자연스러운 표정, 사진에 흐르는 스스럼없고 편안한 무드를 통해 카메라 뒤의 사진가가 아마 친절하고 사랑스러웠을 거라 짐작하게 된다. 그러나 무엇보다 린다의 사진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것은 남편인 폴, 그리고 자녀들인 메리와 헤더, 제임스, 스텔라 등을 찍은 스냅이다(딸 메리 역시 사진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스텔라는 우리가 잘 아는 바로 그 디자이너다). 모든 사진 속에는 이야기가 담겨 있고, 이 가족의 사진 속에는 린다 매카트니 자신의 이야기가 담겨 있기 때문일 것이다. 따뜻한 그 이야기의 장면을 목격하고 상상할 좋은 기회가 왔다. ‘1960년대 연대기’, ‘사회에 대한 시선’ ‘가족의 일상’ ‘린다의 초상화’ ‘후기 작업’ 등의 파트로 구성된 린다 매카트니의 사진 전시는 11월 6일부터 내년 4월 26일까지 대림미술관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