봐도 모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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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듯 말 듯하던 영화 제목들을 까고 뒤집고 해독해봤다. 영화 제목 속에 숨겨진 의미!

<킬 유어 달링>

작가 윌리엄 포크너는 이런 말을 남겼다. “글쓰기에 있어서는 가장 좋아하는 표현을 포기할 필요가 있다(In Writing, You Must Kill Your Darlings).” 작가가 객관적인 눈을 잃고 부분에만 집착하다 전체의 흐름을 망가뜨릴 위험에 대해 경고한 것. 물론 영화 <킬 유어 달링>의 제목은 포크너의 조언을 중의적으로 활용한 경우다. 비트 세대 문학가들이 겪은 충격적인 사건을 다룬 이야기니까.

<이미테이션 게임>

모방 게임이란 영국 출신 수학자 앨런 튜링이 제안한 실험이다. 질문을 받은 컴퓨터가 인간과 얼마나 흡사한 답을 하는지 관찰함으로써 그 우수성을 측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나치의 군사 암호 체계를 해독하는 공을 세우고도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비극적인 최후를 맞은 실존 인물을 연기했다. 한국에서는 내년 초 개봉 예정.

<밀리언웨이즈>

<서부에서 죽기 위한 백만 가지 방법(A Million Ways to Die in the West)>은 완벽하게 설명적인 제목이었다. 하지만 서부극의 장르적 클리셰에 관한 농담인 이 코미디는 국내에서 <밀리언 웨이즈>라는 갸웃한 개봉제로 소개됐다. 도대체 왜?

<엣지 오브 투모로우>

주인공 빌 케이지(톰 크루즈)는 영원한 ‘오늘’을 사는 남자다. 난해한 제목은 내일의 경계를 넘지 못하고 이미 경험한 하루로 거듭 돌아와야 하는 그의 운명을 암시한다. 평단의 환호가 무색할 만큼 미국 내 흥행 성적은 실망스러웠던 작품인데 워너브라더스 사는 아무래도 제목이 문제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블루레이 커버에는 ‘살고 죽고 반복한다(Live, Die, Repeat)’라는 설명적인 카피만 달랑 박아넣었을 정도다.

<모라토리움기의 다마코>

모라토리움이란 채무에 대한 지불 유예를 뜻하는 용어다. 대학 졸업 후에도 사회 활동의 책임을 외면한 채 최대한 부모에게 빌붙으려고 하는 주인공 다마코의 상황을 빗댄 제목인 셈. ‘모라토리움기’는 젊은 세대가 집단적인 무기력증을 겪고 있는 일본에서 익숙하게 쓰이는 표현이라고.

<인보카머스>

원제는 <악마로부터 우리를 구원하소서(Deliver Us from Evil)>지만 국내에는 <인보카머스(Invocamus)>라는 암호 같은 제목으로 소개된 오컬트 호러다. 라틴어로 ‘소환하다’라는 뜻이라는데 뭔가 으스스하게 그럴듯하긴 하나 도통 입에 붙지 않는다는 게 문제.

<트랜센던스>

극 중 천재 과학자 윌(조니 뎁)이 개발하던 슈퍼 컴퓨터의 이름이 바로 ‘트랜센던스(Transcendence)’, 즉 초월이라는 뜻이다. 반과학 단체의 공격으로 사망한 주인공은 자신의 발명품과 결합하면서 말 그대로 초월적인 존재가 된다.

에디터
피처 에디터 / 정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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