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를로트 갱스부르는 아무 욕망이 없어 보이는 말간 얼굴과 금욕적인 몸을 하고서 섹스에 중독된 여자를 연기한다. 스타일 아이콘이자 괴팍한 배우,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자유로운 존재다.

블레이저, 스웨터, 셔츠와 바지 모두 Charlotte Gainsbourg for Current/Eliott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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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츠와 베스트, 팬츠와 귀고리는 모두 Louis Vuitton 제품.

셔츠와 베스트, 팬츠와 귀고리는 모두 Louis Vuitton 제품.

 

 

샤를로트 갱스부르보다 더 논란 속에 데뷔한 뮤지션은 떠올리기 힘들다. 프랑스의 전설이자 도발적인 가수인 아버지 세르주 갱스부르와 함께 듀엣으로 ‘레몬 근친상간(Lemon Incest)’이라는 노래를 불렀다. 가사는 제목에 걸맞은 내용이었다. 2년 후에는 세르주 갱스부르의 1986년 영화 <샤를로트 포 에버>에 알몸으로 등장했다. 이제 43세가 된 그녀는 그 후의 20~30년 동안 프란코 체피렐리 감독의 <제인 에어>에서 주연을 맡기도 했고, 실제 남편인 이반 아탈이 2001년에 만든 우디 앨런풍의 코미디 <내 아내는 여배우>에 아탈과 함께 출연하는 등 세계적인 메인스트림 영화에도 나왔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갱스부르는 순진한 처녀로 출발해 매혹적인 여자, 검사 캐릭터로 옮겨가는 전통적인 캐스팅 커리어를 따르지는 않았다. 덴마크 감독 라스 폰 트리에의 뮤즈인 그녀는 폰 트리에의 최근 영화 세 편에서 스스로 성기를 절단하고, 종말론적 불안에 시달리고, 섹스에 중독되는 등의 캐릭터를 대수롭지 않게 연기해냈다. 그러니 갱스부르는 제시카 심슨을 따라 자신의 데님 라인을 론칭할 것 같은 타입은 아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파리의 몽탈랑베르 호텔의 바에 앉아 바로 데님 라인 이야기를 하고 있다.

갱스부르가 나타난다. 조용하고 조금은 수줍어 하는 것 같다. 낡은 스탠스미스를 신고 크루넥 톱을 입었다. 슬릿 포켓만 있으면 놈코어 룩으로 보일 법한 루스한 스트레이트 레그 진을 입고 있다. 그녀는 컬트 데님 브랜드 커런트/엘리엇과 함께하는 두 번째 컬렉션의 진을 내년 봄에 선보일 예정이다. 7월에 파리의 콜레트, 로스앤젤레스의 맥스필드, 네타포르테닷컴에서 데뷔한 그녀의 첫 컬렉션은 스키니 진, 헐렁한 티셔츠, 가죽 핫 팬츠, 아주 탐나는 내추럴 레더 보머 재킷을 모은 간결한 구성이었다. 톰보이적인 옷이었고, 너드와 록스타의 느낌이 같은 비율로 배합됐다. 스타일을 절제하는 지적인 프랑스 배우가 입을 법한 옷들로 보였다면, 그건 실제로 그런 옷 들이기 때문이다. 갱스부르에게 완벽한 상의는 몸에 붙는 화이트 셔츠나 밝은 푸른색 줄무늬 면 셔츠다. 그녀는 ‘사랑스러운 드레스’에 대한 반감이 전혀 없다고 강하게 말하지만 그런 옷을 디자인한 적은 없다. “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정직하게 표현해야 하고, 유니폼을 좋아해요.” 그녀는 홍차를 따르며 말한다.

“이 라인을 만들 때 기준은 아주 단순했어요.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입는 것. 나는 젊어 지려고도, 다른 사람들을 기쁘게 하려고도 애쓰지 않았어요. 판타지가 많이 들어가지 않은 베이식한 옷을 원했죠.”

“작업 초기 그녀는 진만 몇 벌 만들고 싶어 했어요. 하지만 같이 1시간 정도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자, 가죽 제품부터 스웨터, 블레이저까지 다 갖추게 됐어요. 그녀는 자기가 뭘 좋아하는지 알고, 재능이 있어요.” 커런트/엘리엇의 소유주 세르주 아즈리아의 말이다.

갱스부르의 부모는 둘 다 스타일 세터였다. 그녀의 아버지는 면도를 하지 않은, 매력적이지만 사회적으로 용납되지 않는 스타일의 본보기를 만든 사람이나 다름없다. 그 뒤로 수십 년 동안 프랑스 남자들은 그를 따라 하고 있다. 그리고 이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는 모르겠지만, 레페토 재즈 슈즈를 유행시킨 이 역시 세르주 갱스부르다. 그리고 그녀의 어머니인 영국 배우이자 가수 제인 버킨은 60년대 말부터 70년대까지 다리가 길고 자유분방한 남성적인 여성으로 이름을 날렸다. 갱스부르는 니콜라 제스키에르가 발렌시아가에 있었던 초창기부터 자신의 친한 친구였다고 한다. 그는 발렌시아가에서 자기가 처음으로 만든 향수의 얼굴로 갱스부르를 선택했으며, 루이 비통에 있는 지금도 그들의 관계는 끈끈하다. 갱스부르는 리야 케베데, 프레자 베하 에릭슨 같은 모델과 더불어 루이 비통의 새 광고 캠페인에 등장할 예정이다.

 

케이프는 Celine, 셔츠와 재킷은 Charlotte Gainsbourg for Current/Eliott, 파자마 팬츠는 Brooks Brothers, 슈즈는 Adidas Originals, 모자는 Christys' Hats London 제품.

케이프는 Celine, 셔츠와 재킷은 Charlotte Gainsbourg for Current/Eliott, 파자마 팬츠는 Brooks Brothers, 슈즈는 Adidas Originals, 모자는 Christys’ Hats London 제품.

 

 

갱스부르는 영화를 통해 스타일 센스를 길렀다고 말한다. 제2차 세계대전 후의 프랑스를 배경으로 한 1988년 영화 <귀여운 여도적>에서 맡았던 역을 계기로 그녀는 빈티지 옷에 매료되었고, 그 사랑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일단, 배경이 1940년대였어요. 그리고 1960년대 남자 양복은 늘 내 몸에 잘 맞아요. 난 옷을 보는 옛날의 시각 역시 좋아해요. 지금에 비해 입었다 버리는 패션, 소비적 성향이 덜하죠.”

 

갱스부르는 가족이 자신의 패션 센스를 형성한 것은 아니라고 하지만 부모가 좋은 옷을 골라놓은 옷장을 소유하고 있었다는 건 분명 영향이 있었다. “부모님은 옷이 아주 많지는 않았지만, 취향이 고급스럽고 명확했어요.” 갱스부르는 부모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지겹지만 한편으로는 멈출 수가 없다고도 한다. “내 나이가 되면 거기서 자유로워져야 하지만, 부모님 이야기를 하지 않고 넘어가는 인터뷰가 한 번도 없어요. 상대방이 부모님 이야기를 안 하면 내가 먼저 꺼내요. 엄마 아빠에 대해 말을 안 하면 뭔가 빠지게 돼요. 그렇지만 내가 한발 물러설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그거기도 해요.”

‘한발 물러선다’는 것은 프랑스를 떠난다는 의미로 한 말이다. 아마 미국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지난 10년 동안 생각만 해왔을 뿐, 실제로 옮기지는 않았다고 시인한다. 어쨌거나 굉장히 친밀한 버킨의 가족이 다른 대륙에 산다는 건 상상하기 힘들다. 제인 버킨이 1982년에 낳은 자크 두아용 감독의 딸 루 두아용이 그녀의 여동생이다(제인 버킨이 1967년에 낳은 영국 작곡가 존 배리의 딸 케이트 배리가 그녀의 언니인데 지난 12월에 사망했다. 사인은 자살로 보인다). 제인과 세르주가 그들의 터부를 깬 듀엣곡 ‘주 템므… 무아 농 플뤼’로 1960년대 말의 프랑스를 떠들썩하게 만든 이래, 버킨은 통렬한 예술을 추구하는 데 있어 노골적임의 척도가 되어왔다. 그녀의 딸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문화적 보수주의 앞에서 순진하게 눈을 깜빡이는 일의 고수들이다. 비판하는 사람들을 오히려 히스테리컬하게 보이게 만드는 것이다. 일부 평론가들은 갱스부르와 폰 트리에의 관계가 그녀와 그녀 아버지와의 관계와 비슷하다고 말한다. 두 남자 모두 그녀를 충격과 자극의 도구로 이용한다는 것이다. 갱스부르는 부인하지 않는다. “어렸을 때 다른 사람이 나를 자극하는 도구로 사용하는 게 어떤지 알게 됐고, 난 그게 좋았어요.”

 

그러나 갱스부르가 역효과에 면역이 된 것은 아니다. 폰 트리에의 최신작 <님포매니악 볼륨 2>에는 그녀가 남자 둘과 스리섬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리고 인터넷 때문에 그 장면의 클립들이 그녀의 첫째와 둘째 아이(11살과 3살인 두 딸, 17살짜리 아들이 있다), 아이들의 친구들 눈에 띄게 되었다. 갱스부르의 아버지가 펠라티오의 즐거움을 노래한 ‘러브 온 더 비트’를 불렀을 때를 그녀는 이렇게 기억한다. “아이들이 보기엔 좀 격하고 심한 가사였지만, 그때는 인터넷이 없었어요. 이 두 영화는 내 아이들에게 상처가 되긴 했지만, 만약 아이들에게 정말 악몽이었다면, 난 앞으로 그런 건 다시는 안 할 거예요. 하지만 그건 정말 큰 희생이 될 거예요. 내 생각에 폰 트리에는 세계 최고의 감독이거든요.”

그녀의 다음 영화는 아시아 아르젠토의 반자전적 이야기 <미스언더스투드>다. 칸에서 선보였을 때 호의적인 반응을 얻었다. 갱스부르는 9살 주인공 아이를 학대하는 술꾼 어머니 역을 맡았다. 여전히 그녀는 어려운 역할을 피해 다니지 않는 것 같다. 데님 라인을 론칭하든 안 하든, 갱스부르는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는 사람이라는 평판을 잃을 리 없어 보인다. 그녀가 폰 트리에 감독 칭찬을 마치자마자 도저히 참을 수 없었던 브라질 여성이 우리의 대화에 끼어든다. “당신, 우리나라에서 무척 사랑받는 거 알아요? 배짱 있고 용감해서 당신을 사랑해요.” 그리고 그녀는 갱스부르를 위해 급히 그린 그림 두 장을 건넨다. 엄청나게 발기한 성기가 달린 토끼 스케치다. “이거 바이올린이에요?” 갱스부르는 얼굴을 붉히며 묻는다. 나오는 길에 그녀가 호텔 로비의 다른 여자 두 명에게도 스케치를 주는 것을 나는 보았다. 하지만 그건 그냥 사람 얼굴을 그린 것이었다. 좋은 것들은 다 샤를로트를 위해 따로 남겨져 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