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지 않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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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힙합 1세대의 대표주자 바스코. 슬럼프를 딛고 <쇼미 더 머니 >에서 다시 한 번 자신을 확인한 그는 14년이라는 세월이 무색할 만큼, 계속 도전하려 한다.

체크 셔츠는 브루넬로 쿠치넬리, 데님 팬츠는 디올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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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코의 새 싱글인 ‘Don’은 그가 <쇼미더머니> 시즌 3 준결승에서 선보인 곡이다. 발매를 위해 녹음을 하면서 더 콰이엇과 도끼가 피처링에 참여하게 됐다. 두 사람은 바스코를 누르고 결승에 진출해 결국 시즌 우승을 차지한 바비의 프로듀서기도 했다. “비트가 무척 마음에 든다고 하더라고요. 곡을 쓴 천재노창이 그럼 다 함께 작업을 해보자고 제안하게 된 거죠.” 사실 더 콰이엇과 도끼는 바스코의 본선 1, 2차 공연에 그리 호의적이지 않았다. 록적인 사운드가 지나치게 강해서 힙합으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졸지에 ‘록스코’라는 별명까지 얻은 뮤지션은 인신 공격이 아니라 음악적 견해차이니만큼 크게 서운함을 느끼진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약간의 답답함은 있었던 모양이다. “이해를 할 수가 없었어요. 록적인 요소를 차용했다고 힙합이 아닌 걸까요?” 장르의 순도를 따지고 엄격하게 경계를 긋는 모습에 그는 적잖이 당황한 듯했다.

어쩌면 ‘록스코’의 무대는 오래전에 예견된 것일지도 모른다. 10대 때까지만 해도 고교생 신동열의 꿈은 로커였다. 하지만 림프 비즈킷이나 콘 같은 뉴메틀 밴드를 접하면서 점점 힙합에 호기심을 갖게 됐고, 결국에는 음악적 진로를 수정하기에 이른다. 어느덧 14년째 래퍼로 살고 있지만 여전히 자신 안에는 예전의 취향이 남아 있다는게 바스코라 불리는 신동열의 이야기다. 사실 그는 언더그라운드 힙합 신에서는 이미 확고한 입지를 확보한 인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방송 초기에는 이 뮤지션의 오디션 쇼 출연 자체가 하나의 사건처럼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쌓은 경력이 상당해서 잃을 것도 많아 보이는 참가자였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정말 좋은 경험이었어요. 한동안 숨어 지냈고 심하게 위축되어 있었는데 죄다 극복했으니까요.” 개인적인 시련 끝에 사회공포증과 우울증까지 얻은 그는 살벌할 정도로 치열한 경쟁을 통해 스스로를 돌아본 뒤 오히려 자신감을 찾았다고 했다. 애초부터 우승은 그리 중요한 목표가 아니었던 눈치다. “오히려 적당한 시점에 잘 떨어졌다고 생각해요. 최후의 1인이 됐다면 너무 뻔한 각본 같았을 거예요.” <쇼미더머니> 시즌 3 이후 훨씬 많은 사람들이 그를 알아보게 된 건 분명하다. 하지만 그와 상관없이 바스코라는 아티스트는 여전하다고 했다. 카메라 앞이라고 해서 음악에 대한 그의 태도가 바뀌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 뮤지션은 10년이 넘는 세월을 무대 위에서 버텼지만 관객들은 나이가 들수록 자꾸만 떠나갔다. 14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는 10대와 20대를 위해 노래를 할 때 가 많다. “예를 들어 미국인들은 어떤 문화에 한번 소속감을 느끼면 그 라이프스타일을 꾸준히 유지해요. 한국은 다른 것 같아요. 학생 때는 힙합에 빠져 지내다 졸업하면서 딱 끊는 경우도 흔하죠. 플레이리스트부터 패션까지 전부 바꾸는 거예요. 너무나 쉽게 변하고 금세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흘러가는게 놀라울 정도 예요.” 작년에 발표한 4집 <Exodus>는 또래의 팬들에게 건네는 메시지였다. 과도기 같은 나이를 지나는 심경이나 아버지가 된 후에 더 깊게 이해하게 된 부모님의 모습 등을 가사에 담았다. “하지만 아무도 듣지 않더라고요. 관심 자체가 없는 것 같아요(웃음).”

그래서 당장은 젊음을 지켜야겠다는게 바스코의 생각이다. “앞으로 또 어떻게 달라질지 모르겠지만요.” 그는 요즘 그 어느 때보다도 의욕이 크고 하고 싶은 게 많다. 편안하고 서늘한 곡을 발표해서 특유의 강한 이미지를 바꾸고 싶은 욕심도 있다. “바꾸는 것 자체가 목적은 아니에요. 제 안에 그 정도로 광범위한 호기심이 있는 거죠.” 심지어는 과욕에 가까운 의욕이 고민스럽기까지 했다고 털어놓는다. 하고 싶은 걸 모조리 시도 할 경우 ‘바스코는 어떤 아티스트인가?’에 대한 답이 모호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너무 근시안적인 염려라는 결론을 내리긴 했지만요. 장기적으로 큰 그림을 보여주면 될 것 같아요. 늘 새로운 시도를 하는 사람, 그게 바스코라는 뮤지션인 거죠.”

에디터
피처 에디터 / 정준화
포토그래퍼
엄삼철
스타일 에디터
김한슬
헤어·메이크업
이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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