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도, 의심도 많아 뭐든 직접 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깐깐한 뷰티 에디터의 좌충우돌 면 생리대 체험기.

1. 세탁기용 액상 세제와 분말 세제는 모두 Seventh generation.2. 화이트 셔츠가 그려진 사각 비누는 Izola.3. 별과 도트 패턴이 반복되는 면 생리대는 Hannah Pad4. 유기농 코튼 소재의 면 생리대와 홀더 패드, 전용 팬티는 The Organic.5. A.P.C와의 협업으로 개발된 손세탁용 식물성 액상 세제는 Aesop.6, 8. 묵은 때와 얼룩 제거에 효과적인 스테인 솔루션 세제와 전용 브러시는 The Laundress.7. 세탁물을 담아두기 편리한 대형 사이즈의 런드리백은 Izola.9. 생활 방수 기능이 있는 클러치 모양의 파우치는 Lesporsac 제품.

1. 세탁기용 액상 세제와 분말 세제는 모두 Seventh generation.

2. 화이트 셔츠가 그려진 사각 비누는 Izola.
3. 별과 도트 패턴이 반복되는 면 생리대는 Hannah Pad
4. 유기농 코튼 소재의 면 생리대와 홀더 패드, 전용 팬티는 The Organic.
5. A.P.C와의 협업으로 개발된 손세탁용 식물성 액상 세제는 Aesop.

6, 8. 묵은 때와 얼룩 제거에 효과적인 스테인 솔루션 세제와 전용 브러시는 The Laundress.

7. 세탁물을 담아두기 편리한 대형 사이즈의 런드리백은 Izola.

9. 생활 방수 기능이 있는 클러치 모양의 파우치는 Lesporsac 제품.

 

 

‘솔까말’. 이런 날이 올 거라고는 상상 못했다. 이 편리한 걸 대체 왜 안 쓰나. 조기 폐경이라도 왔다면 또 모를까. 대안 따위는 생각도 해본 적이 없던 내가 일회용 대신 면 생리대에 관심을 갖게 된 건 30대를 훌쩍 넘기면서부터다. 끊임없이 ‘순수’ 혹은 ‘순함’을 강조하는 일회용 생리대 광고를 보고 있자면 어쩐지 그 반대의 사실을 은폐하려는 것처럼 여겨졌으니, 뭐로 보나 세상 의심 많은 성격 탓이다. 결정적으로 ‘한번 해봐?’라고 결심하게 된 건 가수 이효리의 포스팅을 통해서다. 어느 날, 실시간 검색어에 ‘이효리 면 생리대’가 올랐고, 그 생뚱맞은 조합에 끌려 자연스레 클릭했다. 그러고는 그간 미처 생각하지 못한 사실을 인지하게 되었다. ‘내가 죽고도 500년 동안 썩지 않는 내 생리대가 지구에 쌓여 있다…’ 헉! 내 몸에서 나온 무언가가 (심지어 내가 죽은 뒤에도) 그 모양 그 대로 어딘가에서 남아 있다니. 흔적을 남기는 것을 극도로 꺼려 SNS에 제 사진 한 장 올리지 않는 내게 이는 적지 않은 충격이었다. 바로 그때다. 면 생리대라는 물건이 안중에 들어온 건.

 

인터넷상에는 의외로 면 생리대를 쓰는 사람도, 판매처도 다양했다. 문제는 서울 시내에서도 손에 꼽을 만큼 드문 오프라인 매장. 편의점부터 동네 구멍가게, 백화점까지 어디에서든 쉽게 살 수 있는 일회용 생리대와는 시작부터가 비교 불가다. 어렵게 면 생리대를 손에 넣고는 비교적 가벼운 팬티라이너부터 도전했다. 사용한 걸 고이고이 집으로 다시 가져와야 하는 과정이 (몹시) 불편했지만, 그 외에는 꽤 만족스러운 경험이었다. 제아무리 고운 제품도 일회용은 닿는 면이 차가운 느낌을 주는데, 면 소재다 보니 매번 깨끗한 속옷을 입은 듯 편안하고 개운했다. 빨래도 망에 넣어 세탁기에 돌리기만 하면 OK. 하지만 팬티라이너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막상 생리대를 쓰기까지는 몇 번의 고비가 존재했다. 구입은 했지만 선뜻 손이 가질 않았던 것. 두려웠다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 르겠다. 새어 나올까 걱정되었고, 손빨래는 엄두도 나지 않았으니까. 큰맘 먹고 처음 시도한 건 오버나이트다. 여느 일회용 생리대보다 넓고 긴 넉넉한 사이즈가 내심 믿음직스러웠다. 다행히 무사히, 그리고 생각보다 훨씬 편안한 밤을 보낸 뒤 나는 점차 사용량을 늘려갔고, 현재는 집에 있는 동안에는 줄곧 면 생리대를 사용하는 ‘경지’에 있다.

 

그럼에도 면 생리대는 여전히 나에게 숙제다. 화장실 문을 걸어 잠그고 애벌빨래를 할 때마다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기도 하고, 집에서는 사용하지만 밖에서는 엄두도 못 낸다. 기사 작성을 위해 외출 시 사용한 적이 한 번 있는데, 그날은 종일 주변 사람들 눈치를 살피느라 진땀을 뺐다. 시중에는 방수 효과 짱짱한 파우치도 많을뿐더러 염려하는 만큼의 악취는 전혀 없음에도, 현실은 쉽지가 않다. 그러고 보면 단점이 수두룩한데도 면 생리대를 버리지 못하는 까닭은 비용 절감을 위해서도 아니요, 환경보호 같은 대단한 사명감 때문도 아니다. 고작 석 달 (그것도 집에서만) 썼으니 분비물이 줄었으며 생리통이 말끔히 사라졌다는 식의 어메이징한 경험을 말하기에도 분명 자격 미달. 다만 한 가지, ‘무해하다’고 주야장천 외치는 일회용 생리대를 보면서는 정작 한 번도 받아보지 못한 정말 자연스럽고 건강하다는 인상을 매 순간 받는다. 이 안에는 표백제도 흡수제도, 그로 인한 발암 물질이나 환경 호르몬 같은 부산물도 전혀 없다. 오직 면(Cotton)만으로 만든 면 생리대. 지극히 이기적이지만, 그날에도 나는 소중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