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미더머니> 시즌2를 통해 자신을 알리고, ‘착해빠졌어’, ‘견딜만해’로 대중적인 래퍼로 거듭난 매드클라운. 그는 아직도 하고 싶은 것이 많다.

줄무늬 장식 데님 셔츠는 쏘잉 바운더리, 데님 팬츠는 캘빈 클라인 진, 미래적인 형태의 스니커즈는 프라다 제품.

줄무늬 장식 데님 셔츠는 쏘잉 바운더리, 데님 팬츠는 캘빈 클라인 진, 미래적인 형태의 스니커즈는 프라다 제품.

 

 

포털사이트에 매드클라운을 검색하면 유독 손석희의 이름이 자주 보이는 걸 알 수 있다. 래퍼와 아나운서 사이에 도대체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궁금해지는 건 당연지사. 반전 아닌 반전이 섞인 정답은 바로 또렷한 발음. 마치 단어 하나하나를 곱씹는 듯이 정확한 발음으로 랩을 하는 매드클라운의 랩 스타일 때문에 그는 래퍼계의 손석희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쇼미더머니> 시즌 2에서 다른 래퍼들과 경연할 당시 시청자들로부터 유일하게 자막 없이도 모든 가사가 들린다는 칭찬을 받았을 정도였다니 어느 정도 그 별명에 수긍이 간다. 그 스스로도 자신의 랩을 ‘귀에다 때려 박는 랩’이라고 표현한 적이 있다. “제가 사실 방송에서 말을 잘 못하는 편이거든요. 그런데 <쇼미더머니>는 경연이잖아요. 그래서 무대에 올라가서 관객들에게 강하게 제 자신을 어필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순간적으로 그 말이 나온 건데 운이 좋게도 화제가 됐죠.”

 

물론 그라고 처음부터 지금의 힙합 팬들이 열광하는 랩을 구사할 수 있었던 건 아니다. 많은 뮤지션들이 그렇듯 그 역시 초창기에 녹음한 곡 이야기가 나오자 손사래를 쳤다. “너무 민망하죠. 못했으니까. 그래도 그런 건 있어요. 그 시절에 품은 느낌이나 뜨거운 에너지가 모두 담겨 있더라고요. 그건 지금은 억지로 만들고 싶어도 만들 수 없는 거잖아요.” 올해 서른 살이 된 매드클라운은 적지 않은 나이가 말해주듯 꽤 오랫동안 언더그라운드에서 실력을 키워온 래퍼다. 한때는 키비와 더콰이엇 같은 당대 최고의 래퍼들이 이끌던 소울컴퍼니의 일원이기도 했다. <쇼미더머니>가 언더그라운드에 서 주로 활동하던 그를 재조명하는 통로가 됐다면 스타쉽엔터테인먼트와 계약을 맺은 후 발표한 ‘착해 빠졌어’와 ‘견딜 만해’는 그를 대중이 사랑하는 래퍼로 만드는데 큰 몫을 했다. “가장 최근에 효린 씨와 한 작업도 개인적으로는 매우 좋았어요.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시간에 쫓기는 바람에 서로가 정말 원하는 곡을 완성하지 못했다는 거예요. 타이틀곡이 되지 못하더라도 조금 더 무게감 있는 음악을 해보고 싶었거든요. 제가 생각하는 효린씨는 그걸 충분히 소화시킬 수 있는 분이니까요.” 오로지 그 두 곡의 노래를 매드클라운의 전부로 알고 있다면 특유의 하이톤 플로우 랩이 밝은 곡보다는 사연 있는 어두운 음악에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자신의 목소리 톤이 어떤 분위기의 노래와 더 잘 어울리냐고 물어본 질문에는 예상치 못한 답이 돌아왔다. “사실 다 자신은 있어요. 나긋나긋하고 달콤한 음악도 해보고 싶고, 반대로 어둡고 센 음악도 저는 환영이에요.” 최근 발표한 ‘쇼콜라체리밤’은 어쩌면 그 ‘나긋나긋하고 달콤한 음악’의 첫 번째 시도라고 봐도 좋을 테다. 드라마 <하이스쿨러브온>의 OST인 이 곡은 요조와 그가 함께한 새로운 도전이었다. “재미있었어요. 저는 그런 색의 음악을 해본 적이 없잖아요. 신선하더라고요. 물론 가사는 조금 오그라들지만.”

 

아직도 사진 촬영이 어색하다고 말하는 매드클라운과 오래 이야기를 나눌수록 무대 위에서 거칠게 랩을 뱉어내는 모습과는 정반대라는 그의 실제 성격이 궁금해졌다. “랩을 할 때랑 많이 다른 편이에요. 일단 화를 잘 못 내요. 조용히 참았다가 갑자기 확 터뜨리는 편이라 주변 사람들이 놀랄 때도 많아요.” 심지어 날씨가 따뜻한 날이면 자전거를 타는 걸 즐기고 음악을 제외한 다른 취미는 ‘산책과 독서’라는 말까지 듣고 나니 마치 어느 대기업 면접에서의 이상적인 자기소개 답변을 들은 듯한 기분마저 들었다. 한 달간 걷고 온 산티아고 순례길을 잊지 못해 꼭 다시 한번 스페인을 가고 싶을 정 도로 걷는 것을 좋아한다니 그 답변에 어설프게 반박할 수 있는 틈도 없는 셈이다. 듣는 사람을 의식해서 꾸밈을 섞는 부분 하나 없이 솔직 담백하게 말하는 태도는 그가 가사를 쓰는 방식과도 닮았다고. “저는 최대한 큰 단어를 안 쓰려고 해요. 어렸을 때는 괜히 현학적으로 보이려고 추상적이고 모호한 가사도 많이 썼죠. 이제는 그런 것들을 나무 가지 치기하듯 계속 쳐내는 연습을 하고 있어요.” 짧고도 긴 1시간을 그렇게 이야기하다 보니 매체에 드러난 모습만 보고 오해한 것들이 생각나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예전 한 인터뷰에서 헤르만 헤세가 좋아서 그의 동그란 안경을 따라 쓰기 시작했 다는 말 때문에 그에 대한 오해나 의문이 하나 더 늘었었다면 다음 답변이 그의 진심을 조금이나마 더 이해하는 데에 도움을 줄 수도 있겠다. “저는 어린 시절 혼자 생활한 시간이 많았어요. 그게 외로움이라는 걸 나중에야 알았어요. 그때 저한테 큰 위로가 되어준 소설이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