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시팔이’에서 두 권의 베스트셀러 작가로, 그리고 싱어송라이터까지. 평범한 이들에게 공감의 위로를 주는 하상욱을 만나다.

줄무늬 패턴의 셔츠와 금색 로고가 얹힌 맨투맨, 카키색 팬츠와 남색 트렌치코트는 모두 오디너리 피플, 파란 프레임의 안경은 에나로이드 바이 옵티컬 더블유, 스니커즈는 프레드 페리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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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는 가야지 먹고는 살아야지 금요일인 줄 알았는데 오늘이 목요일이라니’. 얼마 전 공개된 하상욱의 첫 자작곡 ‘회사는 가야지’의 노랫말이다. SNS에 친구 공개로 재미있는 글귀를 자주 올리던 그는 이제 시집 <서울시>와 <서울시 2>를 연달아 베스트셀러로 만든 인기 작가가 되었다. ‘안 자면 이리와. 좀 안자’나 ‘취중진담 나중진땀’과 같이 제목 없는 시부터 ‘축의금’이라는 제목을 붙인 ‘고민하게 돼. 우리 둘 사이’ 같은 시는 각종 SNS에서 10만 개가 넘는 ‘좋아요’를 받았다. ‘회사는 가야지’의 발표와 함께 ‘시팔이’에 이어 ‘시 잉여송라이터’라는 새 이름도 얻었다.

 

“가사를 잘 쓸 자신도 있었고 멜로디를 잘 붙일 자신도 있었어요. 노래를 공개하기 직전에는 살짝 걱정도 했는데 다행히 들은 사람들 말로는 좋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노래는 좀 하는 편이에요.” 시집 출판을 염두에 두지 않고 시를 써서 올리기 시작한 것처럼 노래를 만드는 것도 하상욱의 계획에는 없던 일이다.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우연히 쓴 한 문장을 노래로 만들고 싶다고 생각하고 행동에 옮겼을 뿐이다. 밖에 나가서 친구들을 만나는 것보다 집에서 게임하고 만화 보는 걸 더 좋아하는 성격이 한 몫을 한 셈이다. 하상욱은 앨범을 내기 전에도 강연에 다니면서 직접 노래를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알고 보니 그는 김조한의 창법을 따라 하고 R&B에 빠져 유년기를 보낸 ‘솔리드시대’ 출신이었다. 심지어 한때 동대문 밀리오레 앞 무대에서 휘성의 ‘안되나요’를 부른 적도 있다.

 

“음원 작업은 처음 하는 거라서 생각보다 오래 걸렸어요. 4개월 정도? 경험이 없으니까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더라고요.” 일상생활의 사소한 관찰을 통해 만들어지는 그의 시처럼 노래 ‘회사는 가야지’ 도 그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실제로 하상욱은 ‘시팔이’가 되기 이전 IT 회사에서 5년 정도 일한 경험이 있다. “회사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노래를 만들고 싶었어요. 사명감에 회사 다니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먹고살려고 다니는 거지.” 그는 드라마 속에서나 나올 법한 회사 이야기가 거짓임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없으면 회사가 안 돌아갈까봐 걱정인 게 아니야. 내가 없어도 회사가 잘 돌아갈까봐 걱정인거야’라는 가사도 자연스레 만들 수 있었다.

 

혹시 예전 회사 생활이 그립지는 않은지 물었더니 질문이 채 끝나기도 전에 손사래를 치면서 지긋지긋했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시집이 인기를 얻고 각종 행사에서 강연 요청이 들어오면서 회사를 다니지 않아도 먹고살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처음 출판사에서 제의가 들어왔을 때 ‘못할 게 뭐 있어?’라고 생각했던 것처럼 한 번쯤 회사를 안 다녀보는 것도 괜찮겠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물론 그도 지금 이 상황이 언제까지나 지속된다고 믿지는 않는다. “지금쯤이면 제가 다시 회사에 다니고 있을 줄 알았 어요. 2년 가까이 이렇게 살게 될지는 정말 몰랐거 든요.” 이전과 비교했을 때 지금 가장 좋은 점은 무엇이냐고 물으니 ‘돈’을 상징하는 손가락 모양을 만들어 슬쩍 내밀어 보였다. “조용히 제스처를 취했다라고 써주세요.” 무언의 대답으로 내비친 장점 말고도 지금 그를 가장 기쁘게 하는 점이 한 가지 더 있었다. “저를 좋아해주는 여자분이 정말 많아졌어요. 이건 어딜 가서도 경험할 수 없는 거잖아요.”

 

그래서일까? 마지막으로 그에게 꼭 갖고 싶은 수식어를 묻자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저는 ‘갖고 싶은 남자, 하상욱’ 이거요. 그게 제일 중요한 거 아닌가요? 남자가 그거면 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