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리오, 공간이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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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리오 갤러리가 처음으로 여는 미술관, 그리고 공간사옥의 인수 및 9개월간의 레노베이션. 두 가지 굵직한 프로젝트가
한 몸으로 실체를 드러냈다. 공식 명칭은 ‘아라리오 뮤지엄 인 스페이스’ 다.

아라리오 뮤지엄 인 스페이스는 문화재로 지정된 (구) 공간사옥의 내부를 변형 없이 보존하면서 전시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키스 해링의 ‘Untitled(Breakers).’

아라리오 뮤지엄 인 스페이스는 문화재로 지정된 (구) 공간사옥의 내부를 변형 없이 보존하면서 전시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키스 해링의 ‘Untitled(Breakers).’

1. 컬렉터일 뿐 아니라 씨킴이라는 이름의 아티스트로도 활동 중인 아라리오 김창일 회장의 작품도 아라리오 뮤지엄인 스페이스에서 만날 수 있다.2. 아라리오 대표 김창일 회장이 코헤이 나와의 작품 앞에서 미술관에 대해 품어온 야망과 운영의 포부를 이야기하고 있다.

1. 컬렉터일 뿐 아니라 씨킴이라는 이름의 아티스트로도 활동 중인 아라리오 김창일 회장의 작품도 아라리오 뮤지엄인 스페이스에서 만날 수 있다.
2. 아라리오 대표 김창일 회장이 코헤이 나와의 작품 앞에서 미술관에 대해 품어온 야망과 운영의 포부를 이야기하고 있다.

“공간은 건축계 주류 중의 주류이자 건축을 넘어 문화계의 핵심이다.” 지난해 공간건축의 부도 직후 더블유 기사에서 건축 전문 구본준 기자는 이렇게 썼다. 아라리오 갤러리 대표인 김창일 회장이 이곳을 인수해 그간 모아온 아라리오의 컬렉션을 선보이는 현대미술관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을 때, ‘문화계의 핵심’을 이 공간이 이어갈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건 사람들 이 많았을 것이다. 그리고 ‘아라리오뮤지엄 인 스페이스’에서 만난 김창일 회장은 “LA의 MOCA에 처음 가본 이후 뮤지엄은 내내 나의 꿈이었으며, 미술관을 짓기 위해 그동안 돈을 벌어왔습니다”라고 이 프로젝트의 오래된 출발에 대해 회고했다.

9개월의 개보수 기간을 거쳐 공개된 아라리오 뮤지엄 인 스페이스는 과연 놀라울 정도로 공간 사옥의 본래 모습을 보존하고 있다. 좁게 나누어진 구획, 작은 창 하나며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콘센트까지 훼손하지 않고 미술관으로 탈바꿈시켰다. 널찍 한 화이트 큐브에 익숙한 관람객이라면 당황스러울지 모른다. 70년대에 지어진 이 건물 안에서 아티스트의 혈액을 응고시켜 만든 조각 작품인 마크 퀸의 ‘셀프’를 마주하는 경험은 다소 으스스하기도 하다. 그러나 좁은 계단과 낮은 천장으로 연결된 미 로같이 좁은 건물은 한 공간에 한 작가를 소개한다는 원칙에 최대한 집중하게 만든다. 백남준, 김구림 같은 한국 작가부터 트레이시 에민, 바바라 크루거, 키스 해링, 수보드 굽타 등 다양 한 시대와 미디어의 폭넓은 작품들을 망라한 개관 기념 <really?> 전시는 김창일 회장의 컬렉션에서 엄선한 아티스트 43명의 작품 100여 점을 소개한다. 미국 미술 전문지 <아트뉴스>에서 매년 뽑는 200대 톱 컬렉터의 리스트에 7년째 포함된 유일한 한국인이기도 한 그는 “작품을 보면 5분 안에 구매를 결정합니다. 보는 순간은 짧지만, 내가 갖고 있는 우주가 5분 안에 결정하게 하니까요”라고 말한다. 지난 35년간의 ‘5분’ 이 쌓인 3,700여 점의 현대미술품이 앞으로 선을 보이게 된다.

공옥진 1인 창무극의 최초 공연장이기도한 지하 공간에서는 당시 모습처럼 바닥에 앉아 감상할 수 있도록 피에르 위그의 ‘반짝임 탐험’을 설치하고, 람보르기니 무르시엘라고를 본뜬 권오상의 ‘더 스컬프쳐 II’는 원래 주차장이었던 공간에 설치했다. 그 스스로 ‘씨 킴’이라는 이름의 미술 작가이기도 한 김창일 회장은 “내가 뭔가 일을 벌일 때마다 그게 진짜냐고 묻는 사람이 많아서”라고 개관 전시 제목에 대해 설명했다. 버려진 모텔, 영화 관과 바이크 숍 등을 인수해 손보고 있는 아라리오 제주 미술관은 10월 1일에 문을 연다. 올레길처럼 제주 시내에 미술관을 잇는 아트의 길이 생긴다.

3. 개관 기념 전시인 에 선보이고 있는 인도 작가 수보드 굽타의 작품 ‘Everyting Is Inside.’4. 백남준 ‘TV Cello’.

3. 개관 기념 전시인 <really?>에 선보이고 있는 인도 작가 수보드 굽타의 작품 ‘Everyting Is Inside.’
4. 백남준 ‘TV Cello’.

에디터
황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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