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일부터 11일까지 개최될 19회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작 중 가장 궁금한 아홉 편을 골랐다.

<맵스 투 더 스타>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저명한 인생 상담사와 요양원에서 갓 퇴원한 그의 딸, 밤이면 어머니의 환영을 보는 여배우, 연기자로서 성공하기를 원하는 운전수…. 데이비드 크로넨버그가 요란한 군상을 동원해 묘사한 신경쇠약 직전의 할리우드 풍경은 반쯤은 호러고 또 반쯤은 코미디 같다. 줄리앤 무어의 기괴하면서도 유쾌한 캐릭터가 특히 인상적이라는 소문이 들린다.

<파솔리니> 아벨 페라라

종잡을 수 없는 필모그래피를 이어온 아벨 페라라는 이탈리아의 시인이자 감독이었던 피에르 파올로 파솔리니의 마지막 하루를 그린다. 현실과 환상을 뒤섞으며 그날의 비극을 과격하게 재구성했는데 논란 속에 살다 간 예술가에게는 꽤 어울리는 방식 같기도 하다.

<더 드롭> 마이클 R. 로스캄

외로운 바텐더가 학대받은 강아지를 쓰레기통에서 구조하고 상처에 시달리는 여자와 만나게 된다. 체첸 마피아와 원래의 개 주인이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폭력적으로 꼬여간다. 소설가 데니스 루헤인이 자신의 단편을 직접 장편 시나리오로 각색한 프로젝트.

<내 남자> 구마키리 가즈요시

양아버지와 딸의 사랑이라는 민감한 소재를 불편하게 정면 돌파하는 어두운 멜로. 원작은 사쿠라바 가즈키의 나오키 상 수상작이다.

<식녀 쿠이메> 미이케 다카시

연인인 두 배우가 고전 괴담을 각색한 연극에서 나란히 주연을 맡는다. 남자의 외도를 의심하는 여자는 점점 극의 상황과 현실을 혼동하게 된다. 장르를 넘나들며 걸작과 괴작을 왕성하게 쏟아내 온 미이케 다카시가 오랜만에 선보이는 호러.

<죽을 때까지> 데이비드 로버트 미첼

웨스 크레이븐의 <스크림>은 ‘섹스를 하지 않아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10대 호러의 클리셰를 의도적으로 거스르는 장르적 농담이었다. <죽을 때까지>는 거기서 좀 더 나아간다. 즉, 링 바이러스처럼 전염되는 저주로부터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섹스라는 설정.

<실스 마리아> 올리비에 아사야스

성공한 연극 배우 마리아가 20년 전 자신을 스타덤에 올려놓았던 작품에 다시 출연한다. 하지만 과거 그녀가 맡았던 배역은 이제 스캔들을 몰고 다니는 젊은 신인의 몫이다. 올리비에 아사야스 버전의 <이브의 모든 것>이라 할 만한 작품. 마리아(쥘리에트 비노슈)의 어시스턴트로 등장하는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연기가 호평을 받았다.

<보이후드> 리처드 링클레이터

2002년 5월부터 2013년 8월까지 리처드 링클레이터와 그의 스태프들은 매년 정기적으로 모여 촬영을 진행했다. 그 결과가 바로 12년에 걸친 한 소년의 성장 드라마인 <보이후드>다. 주연인 엘라 콜트레인과 에단 호크, 패트리샤 아퀘트 등은 165분의 러닝타임을 통과하는 동안 그간의 세월이 자신에게 미친 변화를 고스란히 전시한다.

<더 홈스맨> 토미 리 존스

올해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대된 토미 리 존스의 두 번째 극장용 장편 연출작. 세 명의 정신이상자를 이송하게 된 젊은 여성과 그를 돕는 노쇠한 전과자의 여정을 좇는 서부극이다. 배우로서 낭비되는 경우가 많아진 노배우의 또 다른 역량을 발견할 계기가 될 수도 있겠다. 유럽 평단에서는 이미 새로운 영화 작가로 대접하고 있는 분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