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브리 스튜디오가 더는 새로운 애니메이션을 만들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아쉬움을 증명하는 듯 얼마 전에 시작한 <스튜디오 지브리 입체조형전>에는 벌써부터 많은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그 인사가 정말 마지막 인사가 되지 않기를 바라며 지브리 만화 속 캐릭터들을 작은 시상식을 통해 돌아보았다.

커플상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하울과 소피 하울과 소피는 누구나 한 번쯤 꿈꿨을 풋풋한 사랑의 결정체를 보여준다. 하울이 소피에게 건네는 고백의 외침, ‘이제 지켜야 할 것이 생겼어. 바로 너야!’는 지브리 로맨스의 명대사로 꼽힌다. 하울의 꽃다운 외모 뒤에 숨겨진 아픔과 두려움을, 비극적인 저주에 걸렸지만 늘 긍정적인 소피가 치유해준다는 설정은 진부하지만 감동적이다.

 

우정상

<모노노케 히메>의 모노노케와 아시타카 자연을 지키려는 신과 그것을 파괴하려는 인간의 싸움은 최선의 답을 찾지 못한 채 끝이 난다. 하지만 영화는 끊임없이 해결책을 모색하는 인간 아시타카와 늑대와 함께 살며 대자연의 수호신이 된 모노노케의 관계를 통해 희망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그리고 그것은 남자와 여자의 우정보다 인간과 신의 우정에 가깝기에 더욱 특별하다.

 

가족상

<이웃집 토토로>의 자매, 사츠키와 메이 사소한 일에도 죽일 듯이 달려들다가도 한순간에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한 마음이 되는 자매의 일상을 사츠키와 메이도 그대로 보여준다. 여동생이 없다면 그토록 깜찍한 메이에게 어찌 화를 낼 수 있겠느냐고 따질 수도 있겠지만 모르시는 말씀. 최고의 골칫덩어리에게 상을 줄 수 있다면 사츠키를 은근히 괴롭히는 메이도 유력 후보다.

 

악역상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유바바 유바바는 지브리가 추구하는 ‘미워할 수 없는 악역’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절대 정을 주지 못할 것 같은 험상궂은 얼굴과 기괴한 풍채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무조건 싫어할 수 없는 이유는 특유의 호탕한 성격 때문이다. 물론 기회주의자의 면모를 드러내기는 하지만 자신이 한 약속은 절대 깨뜨리지 않는 높은 신뢰도를 자랑한다.

 

동물상

<붉은 돼지>의 포르코 로소 지브리 애니메이션에서는 저주에 걸려 인간에서 동물로 변한 캐릭터들이 종종 등장한다. 포르코 로소도 마찬가지다. 요즘 여자들이 자주 이상형으로 지목하는 ‘무뚝뚝하지만 섬세한 남자’ 포르코를 보다 보면 한국 포스터에 써 있는 ‘낭만을 꿈꾸는 로맨티스트’라는 카피가 왜 이 돼지 아저씨에게 어울리는지 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