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O 으르렁의 작곡가’라고 하면 신혁에 대해 제일 빠른 소개가 될 것이다. 하지만 가장 정확한 설명은 아니다. 그는 지금의 K-POP 신에서 아주 중요한 인물 중 하나지만, 좀 다른 이상을 품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무슨 일로 서울을 방문했나?

신혁 최근 프로듀싱하는 팀이 있어 몇 주간 서울에서 녹음 중이다. 자세한 내용을 밝힐 수 있는 단계는 아니지만 중국 쪽과 진행하는 프로젝트가 있다.

 

아이돌 팀인가?

아직 극비다(웃음). 중국에서는 유행하는 대중음악이 거의 발라드인데, K-POP이 세계적으로 유행하면서 현지화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는 정도만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

 

EXO 외에도 샤이니, 소녀시대, f(x) 등을 위한 곡을 쓰며 SM엔터테인먼트와 여러 차례 작업해왔다.

전속 작가가 많고 투자를 많이 하는 회사다. 한 건물에서 외국 작가들과 한국 작가들이 교류하며 집중적으로 일하는 라이팅 캠프 시스템을 운영하는데 매우 치열한 분위기다. 많은 작가들이 강도 높은 경쟁을 한다.

 

지난해 최고 히트곡인 ‘으르렁’ 이전과 이후에 당신은 어떻게 달라졌나?

예전부터 내 삶의 목표는 빌보드 차트에 오르는 곡을 내는 것이었다. 저스틴 비버와 ‘One Less Lonely Girl’로 그 목표는 이룬 다음, 이제 한국 시장에서 일등을 해보자는 생각을 했다. 결과적으로 2013년의 최고 히트곡이 됐으니 나에게는 또 한 걸음 나아갔다는 의미가 있다. 음악 계통의 사람들이 줌바스라는 뮤직 프로덕션 회사를 알게 되었다는 점이 가장 큰 성과다.

 

‘으르렁’ 이후에 특히나 더 많은 곡 의뢰를 받을 것 같다. 그 중 어떤 제안을 골라 받아들이나?

스스로 부끄러울 음악은 만들지 않는다는 게 원칙이다. 나답게 일할 수 있고 내 음악이 나올 수 있는 레이블과만 같이 작업을 한다. ‘으르렁’도 결과적으로는 잘되었지만, 처음에는 낯선 스타일의 곡이었다. SM은 그걸 이해하는 레이블이었기 때문에 멋지게 포장해서 이런 음악으로 나올 수 있었다.

 

당신 자신도 가수 출신이다. 2004년에 ‘로보트’라는 곡을 발표했던데.

어릴 때부터 뉴 잭 스윙 계열의 흑인 음악을 좋아했다. 아버지가 삼익피아노에서 일하셨는데, 그 덕분에 어릴 때부터 작은 건반을 가지고 놀다가 작곡에 흥미를 갖게 됐다. 중학생 때는 현진영의 ‘흐린 기억 속의 그대’를 작곡한 분이 클럽 활동부 선생님으로 와서, 컴퓨터 음악을 가르치셨는데 그때 처음으로 음악 스튜디오 구경도 하고 열정적으로 배웠다. 당시에 곡을 만들어봤는데 나중에 빌보드 차트에 오른 브리트니 스피어스 곡과 네 마디가 똑같은 걸 발견했다. 나에게도 소질이 있다는 용기를 얻었고, 버클리 음대 유학을 목표로 영어 공부를 시작했다. 솔로 앨범을 낸 건 작업하는게 즐거워서 곡을 많이 만들고 데모테이프가 쌓이니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것이다. 김형석씨가 프로듀서였는데 12곡 중 9곡이 내가 만들어둔 자작곡이었다. 처음부터 가수나 연예인이 아닌 작곡가가 목표였다. 공중파 음악 방송까지 나간 경험이 신기했지만 어느 순간 내가 갈 길이 아니라는 걸 확실히 알았다.

 

버클리 음대 시절에는 어떤 학생이었나?

나보다 최악의 학생은 없었을 거다(웃음). 진학한 목적부터가 공부를 배우려는 것보다 미국 있는 동안 곡을 팔아야겠다는 생각이었으니까. 주중에는 밤새 곡을 만들고, 주말마다 5달러짜리 중국 ‘풍화버스’를 타고 보스턴에서 뉴욕까지 가서 기획사에 CD를 돌렸다. 대학 4년 마지막 학기, 저스틴 비버가 신인이었을 때 내 곡을 선택했다. 불가능이 없다는 걸 그때 알았고, 그때처럼 여전히 어떤 오기 같은 게 있다.

 

K-POP이 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것은 사실이지만 포화 상태에 이르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스타일에 있어서도 자기 복제가 일어나고.

비즈니스적으로는 큰 시장을 열었지만 여기서 고민해야 하는 게, 외국 사람들에게 K-POP을 알리는 그다음 단계로 어떻게 나가느냐다. 엇비슷한 음악이 양산되는 건 제작자들에게 도박을 걸지 않으려는 두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이수만 회장님도 H.O.T 때부터 신선한 충격을 일으키지 않았나. 신선한 콘텐츠를 공급해서 시장을 넓히고 싶다. 돈을 써가면서도, 그런 도전을 하려고 한다.

 

적자를 감수한다는 얘긴가?

음악 제작은 리스크가 몹시 큰 일이다. 엄청난 수고와 공을 들여도, 대중의 마음에 안 들면 한순간에 사라질 수도 있는 거니까. 내 경우 혼자 작곡에만 전념하고 적당히 곡비를 받으면 생활에 문제가 없지만, 어려운 길일지라도 이걸 풀어보고 싶다. 조금 무모하더라도 배짱이 두둑해야 할 수 있다.

 

그럼 배짱을 가지고 당신이 제작하는 음악은 어떤 스타일이 될까?

정말 본전만 뽑으려면 아이돌을 내세울 수도 있겠지만, 내가 만족 못할 것 같다. 물론 아이돌 음악이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틀이 정해져 있으니까. SM의 보이밴드들 경우 아주 퀄리티 있는 곡을 많이 발표했지만, 아이돌이라는 이유만으로 묻히는 경우도 있었다.지금 SM, YG가 오랫동안 잘해왔고 훌륭한 시스템을 구축했는데 똑같이 아이돌로 경쟁한다면 휴대폰을 만들어서 삼성, 애플과 경쟁하려는 시도나 다름없을 것이다. 아직 상세하게 밝힐 수 없지만 3년 이상 디벨롭해온 싱어송라이터 솔로 뮤지션을 내년에 선보일 것이다. 멜로디와 라인을 기막히게 짜는 친구다.

 

앞으로 줌바스를 어떻게 키우고 싶나?

음악 잘하는 친구들이 많이 몰리는 회사였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