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폴 구드의 나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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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디자이너, 일러스트레이터, 광고 필름 디렉터 등 다방면에 걸쳐 활약해온 최고의 비주얼 아트 크리에이터 장 폴 구드(Jean-Paul Gould)는 지난 40여 년간 패션계에서 가장 파워풀한 이미지들을 창조해왔다.

1984년 파리에서 촬영한 리 쿠퍼 광고.

1984년 파리에서 촬영한 리 쿠퍼 광고.

<W Korea> 최근엔 어떤 작업을 하고 있는지?

장 폴 구드 이세이 미야케의 ‘ 이미지 메이커스 (Image Makers)’ 전시회 일정을 마치고 막 돌아왔다. 도쿄의 21_21 디자인 뮤지엄에서 열리는 이 전시회는 밥 윌슨, 데이비드 린치와 일본 디자이너들이 함께 참여했고, 곧 아시아 전역을 순회할 예정이다. 또 스타드 드 프랑스 (Stade de France)에서 상연할 조르주 비제의 <카르멘> 연출을 맡았는데, 굉장히 흥미로운 무대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내가 좋아하는 수많은 타악기와 캐스터네츠, 스페인, 투우, 피와 열정이 어우러진 작품이다. 프로젝트의 스케일은 1989년 퍼레이드만큼 압도적인 건 아니지만(그는 프랑스 혁명 200주년을 기념하는 파리 퍼레이드를 연출했고 당시 8,000여 명의 관객이 참여 했다), 사실 테크놀로지에만 초점을 맞춘 대규모 무대는 내 스타일이 아니다. 내가 흥미를 느끼는 건 프로젝트의 정신이기 때문이다.

당신의 광고 커리어는 어떻게 변화하고 있나?

샤넬 에고이스트 향수 광고를 찍을 때 자크 엘루(Jacques Helleu, 당시 샤넬의 아티스틱 디렉터)는 ‘어쩌면 이번이 제대로 된 광고 필름을 찍을 마지막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이때부터 새로운 방식의 마케팅과 세일즈가 시작되고 판도가 바뀔 걸 직감했던 거 같다. 논란이 될 만한 스펙터클한 광고 이미지의 필요성이 줄어들 거라 판단한 거다. 그의 말대로 마케팅의 판도는 바뀌었지만, 다행히도 내겐 여전히 흥미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행운이 주어진다. 종종 브랜드에서 트렌드에 맞게 재편집하는 게 유감스럽긴 하지만.

그렇다면 이제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광고는 더 이상의 여지가 없다는 말인가?

사람들은 소셜 네크워크에 사로잡혀 있다. 그건 곧 쉽게 이해될 수 있는 짧은 단편이 넘쳐나고 있다는 얘기다. 난 야심만만하고 현명하며 구조적으로 뛰어난 광고가 그립다.

하지만 여전히 광고를 통해 당신의 유머를 기대해도 될까?

그러길 바란다. 프라다 광고 작업을 할 때 미우치아 프라다는 모던한 젊은 여성을 위한 새로운 향수 광고를 원했다. 난 그녀에게 오래된 아파슈 댄스 필름을 보여주었는데, 여자와 남자가 굉장히 호전적이고 격렬한 춤을 추는 이 장면을 보고 난 후 그녀는 아이처럼 흥분했다. 하지만 막상 편집 과정에서 필름은 조금 귀엽고 나약한 버전으로 바뀌었다.

장 폴 구드의 셀프 포트레이트.

장 폴 구드의 셀프 포트레이트.

아트, 디자인, 사진이라는 측면에서 가장 흥미를 끄는 작가를 꼽는다면?

난 빌 비올라(Bill Viola)의 엄청난 팬이다.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를 재해석한 그의 공간 연출뿐만 아니라 그랑 팔레에 서의 전시회는 정말 매혹적이었다. 또 사진에 있어선 여전히 기 부르댕, 어빙 펜, 리처드 아베던을 존경한다. 팀 워커의 유머 감각과 우아함도 감탄스럽고.

리터칭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지?

사실, 리터칭은 특정 잣대로 평가할 수가 없다. 컴퓨터 이전에는 모든 걸 손으로 작업 했는데, 드로잉에서 사진 커팅이나 페인팅에 이르기까지, 독자 들에게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환상적이고 드라마틱한 효과를 만들어내는 게 좋았다. 하지만 지금은 많은 방식이 변화했다. 난 지금도 사진을 리터칭하는 일은 삼가지만, 컴퓨터상에서 사진의 구성 효과는 조절하곤 한다. 그건 정도의 차이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프린트에 대한 생각은?

난 프린트를 사랑한다. 앞으로도 사진 프린트가 영원히 살아남길 바란다. 비록 미래를 장담할 순 없겠지만 말이다.

자주 체크하는 웹사이트가 있다면?

솔직히 말하자면 여전히 컴퓨터로 많은 걸 체크하지는 않는다. 흰 노트와 연필에 더 흥미가 많기 때문이다. 아이폰을 갖고 있지만, 아주 가끔씩 소소한 사진만 찍을 뿐. 아직도 디지털 과정은 늘 워밍업 단계다.

패션에 흥미를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건 아마도 가족사 때문일 거다. 조부모님은 파리에서 아주 작은 쿠튀르 상점을 운영하셨는데, 그들은 온몸으로 세기의 변화를 겪어내셨다. 이른바 에밀 졸라의 소설 <여인들의 행복 백화점, Au Bonheur des Dames)>을 연상시키는 스토리다. 패션은 내 DNA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인 것 같다.

패션계에서 시선을 사로잡는 디자이너를 꼽는다면?

장 폴 고 티에, 아제딘 알라이아, 이세이 미야케 등의 레전드 디자이너 외에도 니콜라 제스키에르와 빅투아르 드 카스텔란 등을 들 수 있다. 사실 난 컬렉션은 한 번도 디자인해본 적이 없지만, 요즘 엔 시계 디자인을 시도하는 중이다. 결혼 20주년을 기념한 시계로, 아내의 사랑스러운 얼굴에 어울릴 만한 동그란 형태다.

그레이스 존스, 안토니오 로페즈와의 협업으로 완성한 비주얼.

그레이스 존스, 안토니오 로페즈와의 협업으로 완성한 비주얼.

에디터
패션 에디터 / 정진아
Laure Gilbault
PHOTO
WWD/INTRO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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