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제이슨 우(Jason Wu)는 미셸 오바마의 취임식 드레스를 디자인한 유망한 신진 디자이너에 불과했다. 그런 그가 오늘날 휴고 보스(Hugo Boss) 여성복의 아티스틱 디렉터라는 자리를 거머쥔 채 인생의 최고점을 즐기고 있다.

TALL ORDER보스처럼 거대한 패션 기계를 조종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디자이너 제이슨 우의 완벽주의자적인 태도와 초인적인 에너지는 그가 맡은 일이야말로 그에게 천직임을 보여준다. 자신이 디자인한 옷을 입고 있는 우.

TALL ORDER
보스처럼 거대한 패션 기계를 조종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디자이너 제이슨 우의 완벽주의자적인 태도와 초인적인 에너지는 그가 맡은 일이야말로 그에게 천직임을 보여준다. 자신이 디자인한 옷을 입고 있는 우. 

 

 

브루클린의 산업 지역에 위치한 동굴 같은 창고 안, 바로 자작나무로 만들어진 인공 황무지에서 모델들이 워킹을 하고 있다. 금발의 포니테일 헤어를 한 모델은 붉은색 드레스와 검정 페이턴트 가죽 부츠를 착용하고 있다.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는 그녀는 이따금 카메라 렌즈를 응시하기도 했다. 창백한 얼굴과 푸른 눈이 자아내는 압도적인 완전함에 몇 미터 뒤에 떨어져 그 광경을 지켜보던 젊은 남자 인턴이 “와, 정말 시크해요. 성공이에요!”라며 탄성을 질렀다.

 

정정할 것이 있다. 사실 이 남자 인턴은 현재 패션계의 성장을 책임지고 있는 제이슨 우였다. 2009년 대통령 취임식에서 미셸 오바마가 우가 디자인한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 장식의 아이보리 실크 시폰 소재 가운을 입으면서 커리어에 엄청난 변화를 맞이한 바로 그때처럼, 31세의 제이슨 우는 여전히 동안의 얼굴을 유지하고 있다. “전 아직도 아이 같이 생겼어요, 그렇죠?” 생김새와 현실 사이의 모순을 즐기듯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그가 말했다. “시각적으로 본다면 저는 그다지 설득력 있어 보이진 않죠. 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저 애송이, 지금 본인이 뭘 하고 있는지 알고는 있나?’라고 생각했을 거예요.”

 

이건 인상 깊고 특이한 이력에 더해진 최근의 일을 그가 언급한 것이다. 초등학생 때 인형 옷을 디자인했고, 자신의 이름을 딴 디자이너 레이블을 만들기 위해 파슨스 디자인 스쿨을 그만두었다. 그 후 영부인의 옷을 디자인하며 전세계 패션계의 주목을 받은 그가 최근 휴고 보스 여성복 라인인 보스(Boss)의 아티스틱 디렉터가 된 것이다. 4월의 어느 날 오후, 그가 세트장에 있었던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영국 모델 에디 캠벨이 출연한 보스의 새로운 광고 캠페인과 뉴욕 패션위크에서 처음으로 보스를 선보여야겠다는 결심, 그리고 기존보다 한층 더 여성스러운 실루엣을 어필하기 위한 촬영 말이다. 이번 촬영 자체는 보스 우먼을 ‘더 의미 있고 두드러지고 뚜렷하게’ 만들려는 우의 노력을 보여준다. 이는 보스의 CEO인 클라우스 디트리히 라르스가 원하는 바이기도 하다. 계속해서 이어진 편집 끝에 영상은 우가 브랜드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컬렉션과 함께 전 세계 휴고 보스 매장에서 상영될 예정이다. “전 이미 옷에 많은 변화를 주었어요. 그리고 이젠 제 옷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각을 바꿀 때죠.”

 

많은 디자이너들은 이와 같은 촬영을 성가시다고 생각한다. 창의성의 인큐베이터나 다름없는 스튜디오에서 벗어나 회사 때문에 억지로 해야 하는 귀찮은 일로 여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는 다르다. 정교한 테일러링이 돋보이는 그의 컬렉션은 다이앤 크루거, 미셸 윌리엄스, 조 샐다나를 포함한 여성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데, 그는 여성복 디자인에 열정을 쏟는 만큼 브랜딩 기회나 마케팅 전략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 “보스는 거대한 회사예요. 마치 정교하고 압도적인 기계 같죠. 그러나 하나 결핍된 것은 매장과 고객들에게까지 미치는 회사 전체를 아우르는 메시지예요.” 예를 들 어 세트장에 있는 자작나무는 2월에 선보인 그의 첫 런웨이의 나무들을 연상시키고, 나아가 이는 독일 휴고 보스 헤드쿼터에 있는 나무들을 떠오르게 한다. 그의 가을 컬렉션의 테마인 ‘자연과 건축의 조우’는 바로 이 나무들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기도 하다.

 

우의 이름을 건 레이블 제이슨 우는 아방가르드한 창의성이라기보다 좀 더 차분하며 은밀하게 섹시한 우아함으로 표현된다. 그러므로 보스에서 그가 맡은 역할은 사람들의 생각 그 이상으로 자신이 얼마나 다재다능한 디자이너인지 증명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아티스틱 디렉터 역할을 맡은 그는 브랜드의 역사와 남성복의 전문성을 여성복에 적용하는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휴고 보스에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주는 정확하고 간결한 수트의 핵심 요소를 유지한 채, 흘러내리는 듯한 플리츠스커트나 정교한 자수 등 조금 더 부드러운 요소가 더해졌다. 저명한 패션 뉴스 미디어인 WWD로부터 ‘독일적인 요소와 여성스러움의 자연스러운 조합’이라는 호평을 받은 그의 첫 번째 컬렉션은 근엄한 검정과 조용한 회색의 벨트 장식 재킷을 포함하며, 여기에 시어한 드레스와 매니시한 로퍼가 함께 매치됐다. “남성복 브랜드였다는 사실을 굳이 숨길 필요가 있나요?” 그가 말했다. “휴고 보스의 맞춤 남성복은 너무나 훌륭해요. 그러나 여성복에는 시도한 적이 없었죠.”

 

바로 전날 우는 휴고 보스 스토어의 오프닝을 기념하기 위해 24시간 동안 홍콩에 머물렀다. 이곳에서 그는 사교를 다지는 일과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것, 그리고 솔란지 노울스의 디제잉에 맞춰 춤을 추는 것, 다시 말해 그가 가장 좋아하는 세 가지 일을 하며 밤을 보냈다. 그는 스스로 ‘떠돌이 인생’이라고 부를 만큼 빡빡한 일정에도 불구하고 지쳐 있기보다 오히려 활기차 보였다. 회사의 모든 방면에 개입하고 싶어하는 완벽주의자인 그는 아침 일찍부터 촬영장에 나와 효율적으로 일을 진행했다. “저는 매우 결단력 있는 사람이에요. 그리고 이러한 점은 독일 회사와 잘 맞죠.” 브루클린의 창고에서 그가 말했 다. 촬영이 막바지에 다다라서야 감독 의자에 몸을 젖히며 짧게 눈을 감는 그에게서 약간의 피곤함이 느껴졌다. “힘들이지 않고 수월하게 완성된 것처럼 보이게 하는 일도 사실 엄청난 힘과 노력을 필요로 하지요.”

 

패션계의 많은 사람들은 우와 휴고 보스의 조합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와 비슷한 연령대의 디자이너들이 서로 쇼크를 주기 위해 힘을 쓰는 데 반해, 우는 올드스쿨적인 접근법을 택했다. 즉 안정적으로 이익을 가져다주는 얌전하고 웨어러블한 컬렉션을 선보이는 동시에 오스카 드 라 렌타와 캐롤리나 헤레라의 뒤를 잇는 디자이너라는 평도 듣고 있다. 그러나 드래그 퀸을 선발하는 리얼리티 오디션 방송인 <루폴의 드래그 레이스>에 관해 몇 시간 동안 상세히 얘기할 수 있을 정도로 팝 문화를 사랑하고 뛰어난 비즈니스 감각을 지닌 그의 가장 적절한 비교 대상을 꼽자면 아마 마이클 코어스일 것이다. 사실 기 발하고 로맨틱한 우의 시그너처 디자인은 휴고 보스의 꾸밈없고 근엄한 미적 관점과 현저히 다르긴 하다. “그들이 제게 처음 접근했을 때 뭔가 의아하긴 했어요.” 러시아워 때 맨해튼의 웨스트 사이드 하이웨이를 이리저리 누비며, 회사에서 계약의 일부로 제공한 스튜디오로 향하는 타운카의 뒷좌석에 앉은 그가 말했다. “전 휴고 보스에 그다지 익숙하지 않았어요. 제 브랜드와 회사를 세워야겠다는 생각에만 열중하고 있었거든요.”

 

LADIES’ MAN보스 우먼 컬렉션에 대한 우의 비전은 다음과 같다. 바로 한층 더 여성스러운 실루엣과 브랜드의 시그너처인 최고 수준의 남성복 테일러링의 만남. 모델들이 입고 있는 옷은 모두 Boss, 슈즈는 Christian Louboutin 제품.

LADIES’ MAN
보스 우먼 컬렉션에 대한 우의 비전은 다음과 같다. 바로 한층 더 여성스러운 실루엣과 브랜드의 시그너처인 최고 수준의 남성복 테일러링의 만남. 모델들이 입고 있는 옷은 모두 Boss, 슈즈는 Christian Louboutin 제품. 

 

 

대부분 야망이 큰 미국 출신 디자이너들은 대부분 거대한 유럽 패션 하우스에서 경험을 다지곤 한다. 셀린의 마이클 코어스, 루이 비통의 마크 제이콥스, 구찌의 톰 포드, 그리고 2012년 발렌시아가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된 알렉산더 왕을 예로 들 수 있다. 휴고 보스는 이런 유럽 패션 하우스와 비교했을 때 그다지 번지르르하지 않다. 그리고 이 점이 우에게는 오히려 참신하고 거부할 수 없는 매력으로 다가왔다. 휴고 보스는 여성복 사업을 한 지 16년밖에 되지 않았고 저명한 아티스틱 디렉터를 가진 적도 없었다. 따라서 그는 전에 있던 디자이너들과 비교당해야 하는 압박감 없이 거대 기업의 엄청난 자원을 제공받을 수 있다. “그들이 과거에 사랑하던 인물을 제가 대체한다는 그런 상황이 아예 오지 않는 거죠”라고 그가 말했다.

 

차는 뉴욕 가먼트 지구의 7번가에서 멈춰 섰다. “이곳은 생각의 탱크 같은 곳이에요. 영감으로 가득 찬 지역이거든요.” 보스 스튜디오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그가 말했다. 보스 스튜디오는 그의 개인 스튜디오에서 두 블록밖에 떨어지지 않아 낮 일과 밤 일을 동 시에 할 수 있어 매우 편리하다. 높은 천장과 통풍이 잘되는 공간에는 극비 의상을 두르고 있는 마네킹이 군데군데 있었고, 그가 감독하는 많은 사람 중 하나인 뉴욕 디자인 팀은 아직 초기 단계에 있는 봄 컬렉션의 경과를 그에게 보여주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우는 의상 스케치들과 연분홍, 주황, 바이올렛 색상의 시어한 오간자 천을 1시간 동안 살펴본 후, 첫 시즌 컬렉션이 전달할 메시지를 담고 있지 않은 것들을 과감히 제외시켰다. 이러한 그의 확고함과 빠른 판단은 강한 인상을 안겨주었다. “제이슨은 브랜드를 한층 더 성장시키기 위해 다른 종류의 여성을 아울러야 한다는 사실을 매우 빠르고 능숙하게 간파했어요.” 브랜드의 CEO인 라르스가 말했다. “그저 비즈니스 우먼으로만 보여지기 싫어하는 여성들 말이죠.”

 

이스트 빌리지의 레스토랑에 도착해 ‘약간 더티한’ 보드카 마티니를 마실 때 그는 14시간 동안 일한 상태였는데, 이는 그가 즐기는 일상이기도 하다. 지난해 오랜 남자친구이자  제이슨 우 회사의 CFO 구스타보 랑헬과 함께 열흘간 하와이로 여행을 떠난 것은 그가 살면서 처음으로, 어쩌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오랫동안 쉰 것일지도 모른다. “정말 좋았어요. 그러나 열흘 이상은 못 쉴 것 같아요. 아무것도 안 하고 쉬는 건 자신이 없거든요.” 타이완의 타이베이 출신인 그는 첫 재봉틀을 갖게 된 9세 때 브리티시 컬럼비아주의 밴쿠버로 이주했고, 뉴잉글랜드 기숙사 학교에서 교육을 받았다. 성공적인 무역 회사를 운영하며 늘 그를 북돋아주던 부모님 아래에서 자란 그는 이주민의 자부심을 일의 가치관으로 삼고, 누군가 그가 쉽게 성공했다거나 운 때문에 잘되었다고 생각하면 늘 발끈한다. “잊지 말아야 해요. 제가 늘 일을 해오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죠. 전 우연히 패션계에 발을 들였다가 영부인으로부터 갑자기 부름을 받게 된 게 아니에요. 3년 동안 거의 무명이었지만 저는 정말 열심히 일을 했고, 많은 동료들처럼 떠들썩하지 않았어요. 그리고 기회가 왔을 때 저는 필사적으로 잡으려 노력했죠.” 그가 디자인한 옷을 정말 입게 될지 확실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는 자신의 마음이 전달되기를 바라며 미셸 오바마에게 직접 드레스를 전달했다. “그 유명한 오바마의 취임식 바로 다음 날, 저는 두 개 이상의 어마어마한 제안을 거절했어요. TV 쇼 출연과 거액의 계약이었지만, 제 브랜드가 진지한 패션 브랜드라는 인상을 심고 싶어 거절해야 했지요.”

 

화이트 와인 몇 잔과 든든한 식사를 마친 후인 자정 즈음 그는 택시를 잡아 집으로 향했 다. 현재 랑헬과 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 미드타운에 위치한 원 베드룸에 살고 있는데, 그는 17세인 1999년 뉴욕에 처음 왔을 때부터 이곳에 세를 내어 살고 있다. 최근 다운타운에 아파트를 구해 자신의 기호에 맞게 개조하고 싶기는 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시간이 있을까요? 저는 분 단위로 일정이 있어요. 어떻게 될지는 두고 봐야겠죠.” 그는 늘 들고 다니는 아이폰 두 개의 스크린을 터치하기 시작했는데, 하나는 그의 것이고 다른 하나는 휴고 보스의 로고가 적힌 케이스를 끼고 있었다. 그가 지닌 두 아이폰의 캘린더에는 매 달, 매일, 매 시간마다 색깔별로 구분된 일정으로 가득 차 있다. “올해 말까지 이렇게 되어 있어요.” 그가 만족이 섞인 한숨을 내쉬었다. “괜찮아요. 지금껏 이 장소는 매우 좋았 어요. 풍수지리를 믿기도 하고요. 이럴 때 제가 중국인이라는 사실을 느껴요.” 그가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전 아직 젊잖아요.”

 

PERCHANCE TO DREAM사람들에게 여유로운 인상을 심어주는 제이슨 우. 하지만 그는 여성복 디자인 뿐만 아니라 휴고 보스의 남성복 광고와 마케팅에도 손을 대며 더 큰 계획을 야심차게 실행에 옮기고 있다. 남자 모델들이 입은 가죽 트렌치코트는 Terra New York, 여자 모델들이 입은 브라와 브리프는 Eres 제품.

PERCHANCE TO DREAM
사람들에게 여유로운 인상을 심어주는 제이슨 우. 하지만 그는 여성복 디자인 뿐만 아니라 휴고 보스의 남성복 광고와 마케팅에도 손을 대며 더 큰 계획을 야심차게 실행에 옮기고 있다. 남자 모델들이 입은 가죽 트렌치코트는 Terra New York, 여자 모델들이 입은 브라와 브리프는 Eres 제품. 

 

 

2주 후 그는 매달 열리는 휴고 보스의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독일로 떠났다. 슈트트가르트에서 그리 멀지 않은 조용하고 목가적인 메칭겐에 위치한 최첨단 캠퍼스에서 2000여 명의 직원들이 유리, 콘크리트, 스틸 소재로 만들어진 건물을 오가는데, 군대의 벙커와 비행기 격납고의 사이를 연상시킨다. “정말 대단하지 않나요?” 우가 중앙 빌딩의 아트리움을 거닐며 물었다. 이곳에는 마치 석순을 닮은 거대한 LCD 스크린이 설치되어 있는데, 이네즈 판 람스베이르더와 피노트 마타딘이 촬영한 그의 가을/겨울 컬렉션 영상이 재생되고 있었다. 지난봄 그는 비밀리에 이곳을 방문해 둘러보았다. “어느 주말에 그들이 저를 뒷문으로 불러들였죠. 아무도 일하지 않은 날 말이에요.” 그날을 상기하며 우가 말했다. 휴고 보스의 하이엔드 의상 중 몇 벌은 이곳의 기술 센터에서 만들어진다. 그곳에서 유능한 재단사들이 기계로 하루에 몇백 벌의 옷을 대량으로 만든다. 이렇게 만 들어진 옷들은 다양한 국가의 기후가 천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보기 위해 ‘기후 상자’ 안에서 시험을 거친다. “하나의 우주 같은 이곳은 이미 실현되기는 했지만, 완벽하게 모든 것이 활용됐다고는 말할 수 없죠.” 그가 말했다. “이곳에 올 때마다 저는 한 번에 수백 가지 일을 해요.” 촬영에 쓰일 룩북과 뉴욕에서 선보일 2015 봄/여름 컬렉션 쇼의 계획, 그리고 매장 진열부터 마네킹 디스플레이까지 모든 것을 논의하는 끝없이 이어지는 회의를 언급하며 그가 덧붙였다. 이번 방문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그가 처음으로 참석하는 모든 디자인 팀들, 즉 의상, 액세서리, 슈즈, 니트 웨어 디자이너들과의 정상회담이다. 화요일 아침 그들은 햇빛이 내리쬐는 회의실에서 모였는데, 이곳은 빈 공간으로 착각할 정도로 티끌 하나 없이 깨끗한 우의 방과 가까운 위치다. “좋은 아침이에요!” 그가 미소를 머금고 할 수 있는 독일어를 모두 사용해 다양한 팀원들과 인사를 나눴다. “정말 많이들 오셨네요. 너무 흥분돼요!”

 

회의가 진행됨에 따라 우의 태도도 바뀌었다. 가볍고 장난끼 넘치던 그가 진중하고 비즈니스적인 사람으로 변한 것이다. 그가 맡은 역할은 거시적 관점과 미시적 관점을 모두 필요로 한다. 1년 이상 매장에 있지 않을 디자인에 대해 생각해야 하는 동시에 마지막 단계에 있는 디자인을 수정하고, 또 전 세계 오피스에 있는 몇백 명의 사람들이 모두 그의 아젠다를 따르도록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그의 뉴욕 팀은 그가 2주 전 봤던 새로운 컬렉션의 수정된 버전을 가지고 왔고, 스위스 콜드레리오에 기반을 둔 니트 웨어 팀은 이미 다음 가을 컬렉션의 콘셉트를 잡고 있는데, 제이슨 우는 회의 당일 모든 사람 들이 그들의 아이디어를 공유해 더 일관성 있는 결과를 낳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 다. “저는 여러분 모두가 우리가 지금까지 해온 일에 대해 자랑스러워하길 바라요.” 이질 적인 것들을 하나로 모으는 재능을 자랑하는 우가 말했다. “이 말은 우리는 앞으로 더 잘 할 수 있다는 말이에요. 우리는 늘 같은 여성을 입히고 꾸며주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해요.”

사실 그는 여성을 입히고 꾸미는 일에만 관심을 둔 것이 아니다. 남성복과 관련된 일을 맡고 있지는 않지만, 여성복과 남성복 라인이 동떨어진 것처럼 보이지 않도록 남성복 마케팅 또한 지켜보고 있다. “제가 맡은 일은 아니죠.” 가을/겨울 광고 캠페인에 관해 광고 팀과 회의를 마친 후 그가 말했다. “그렇지만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에요.” 하룻동안 우는 캠퍼스 내를 잽싸게 돌아다니며 창의적인 디자이너와 비즈니스맨 사이를 거침없이 오갔다. 또 앞으로 다가오는 두 시즌의 핸드백 컬렉션 디자인을 조정하기도 했다. 이례적으로 찾아온 잠시 동안의 고요함 속에서 그가 과거를 회상했다. “우리는 정말 대단한 일을 해낼 수 있었어요. 그러나 이 정도의 속도에 만족하지 않아요. 저는 더 많은 것을 하고 싶거든요. 모든 것이 매우 빠르게 진행된 건 사실이지만, 저는 더 빠르게 진행 하고 싶어요.” 그가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그러곤 말했다. “좋아요, 다음은 뭐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