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오트 쿠튀르 2014 F/W 시즌, 하이 주얼리의 화려한 각축전이 펼쳐진 파리. 그곳에서 만난 주얼리 메종들은 하이 주얼리가 지닌 판타지의 진면목을 찬란하게 드러냈다.

1. 정열적인 붉은빛의 선라이즈 라인 반지. 2. 기하학적인 형태가 돋보이는 오닉스와 다이아몬드 소재의 버블 라인 주얼 워치. 3. 원색이 역동적인 카페 소사이어티 라인 반지. 4. 가닛, 사파이어, 스피넬 등이 어우러진 카페 소사이어티 라인 목걸이.

1. 정열적인 붉은빛의 선라이즈 라인 반지. 2. 기하학적인 형태가 돋보이는 오닉스와 다이아몬드 소재의 버블 라인 주얼 워치. 3. 원색이 역동적인 카페 소사이어티 라인 반지. 4. 가닛, 사파이어, 스피넬 등이 어우러진 카페 소사이어티 라인 목걸이.

 

 

카페 소사이어티의 참을 수 없는 열정

 

이번 시즌, 샤넬 파인 주얼리가 향유한 아름다움은 한층 깊이 있는 문화의 향기를 풍긴다. 그동안 집중해온 마드무아젤 여사의 아이코닉한 상징물(카멜리아, 별, 사자자리 등)에서 벗어나 한 걸음 진일보한 것. 그리고 그 해답은 바로 ‘카페 소사이어티’에 있다. 다시 말해 파리의 고즈넉한 카페나 프라이빗한 별장을 찾던 단골들, 즉 예술가부터 작가, 음악가, 상류층의 보헤미안에 이르기까지 예술적 세계를 음미하던 이들 말이다. 1913년 이후, 유럽은 스트라빈스키와 피카소가 가져온 문화적 파장을 겪으며 그 아름다움의 찰나를 공유하려는 이들의 클럽 문화가 생겼는데 그 중심에 있던 이들이 바로 카페 소사이어티였다. 그리고 명예와 허영을 추종한 기존 문화에 반해 그들이 숭배한 것은 다름 아닌 ‘재능’이었다.

 

5, 6. 유명 포토그래퍼 사라 문(Sarah Moon)의 감성 어린 사진에 드러난 카페 소사이어티 컬렉션.

5, 6. 유명 포토그래퍼 사라 문(Sarah Moon)의 감성 어린 사진에 드러난 카페 소사이어티 컬렉션.

 

 

마드무아젤 샤넬 역시 파리 캉봉가 31번지를 예술인들이 모이는 사교의 장으로 만든 것으로 유명했으니 브랜드와 카페 소사이어티 사이에는 긴밀한 연결고리가 있었으리라. 샤넬 파인 주얼리는 그 당시 마드무아젤 샤넬이 중요하게 생각했던 카페 소사이어티의 유희와 진중함의 가치를 되새겼다. 오트 쿠튀르 기간에 새롭게 선보인 샤넬 파인 주얼리의 카페 소사이어티(Café Society) 컬렉션은 가브리엘 샤넬이 꿈꿨던 자유로운 삶, 그리고 창조와 사랑에 대한 열정을 보여준다. 그중 광란의 1920년대를 연상시키는 ‘브로드웨이’ 라인과 빛을 주제로 다이아몬드의 감각적인 커팅을 보여주는 ‘심포니’ 라인, 태양 광선을 모티프로 대담한 색감을 보여주는 ‘선라이즈 라인’ 등 다채로운 구성은 그녀의 화수분 같은 열정과 감각을 드러낸다. 여기에 전설적인 포토그래퍼 사라 문이 촬영한 감도 높은 비주얼이야말로 화룡점정. 마치 당시 카페 소사이어티를 이끌던 샤넬 여사의 환영을 보는 듯 그 빛나는 여운을 아스라히 남긴다.

 

 

1~3. 달빛 아래 반짝이는 물에서 영감을 받은 블루와 옐로 사파이어 소재의 롱 네크리스, 건축적인 구조의 귀고리, 대담한 나선형 형태의 반지는 모두 뤼미에르도 컬렉션. 4,5. 눈꽃에서 모티프를 딴 락 크리스털과 다이아몬드가 어우러진 목걸이와 반지는 뤼미에르도 컬렉션.

1~3. 달빛 아래 반짝이는 물에서 영감을 받은 블루와 옐로 사파이어 소재의 롱 네크리스, 건축적인 구조의 귀고리, 대담한 나선형 형태의 반지는 모두 뤼미에르도 컬렉션. 4,5. 눈꽃에서 모티프를 딴 락 크리스털과 다이아몬드가 어우러진 목걸이와 반지는 뤼미에르도 컬렉션.

 

 

빛을 따라 물 흐르듯

 

프랑스의 철학자 가스통 바슐라르는 말했다. 물은 별들이 새로운 삶을 사는 또 하나의 하늘이라고. 잔잔한 호숫가에 비친 밤하늘의 별을 바라본 적이 있는 이라면 이 말에 공감하지 않을까. 대지를 씻어내는 빗물, 호수에 비친 햇살, 어린 시절의 일렁이는 추억의 한 장면인 물수제비 놀이, 그리고 졸졸 흐르는 시냇물에서 뛰놀던 여름의 한 조각…. 물과 관련된 숱한 이미지와 잔상이 쇼메뤼미에르도(Lumières d’eau) 컬렉션을 완성한다.

 

물에서 영감을 받아 물 흐르듯 아름답고 유연하게 펼쳐진 주얼리들은 동시에 빛을 머금는다. 때론 물방울처럼 똑똑 떨어지고, 때론 물 속의 소용돌이처럼 굽이치거나 물결처럼 구불구불한 형태는 부드러움과 강함을 동시에 전한다. 나아가 동그란 카보숑 컷의 수정을 통해 해안가에 찰싹찰싹 부딪치는 파도의 모습을 완벽하게 구현하기도 했다. 뤼미에르도 컬렉션이 특별한 이유는 1780년에 파리 방돔 광장의 12번지, 바로 이곳에서 쇼메 하우스가 탄생한 것을 기린 숫자 12를 모티프로 해 총 열두 가지 주제의 컬렉션이 다채롭게 펼쳐진다는 점이다. 그러니 북국의 빙산부터 태평양 연안의 산호 섬까지, 쇼메의 환상적인 여행은 지루할 틈이 없다.

 

 

 

1. 디올의 바 수트에 경의를 표하는 반지. 2. 디올의 아카이브 속 드레스의 함께 전시된 하이 주얼리. 3. 예술적인 드레이핑을 표현한 창조적인 형태의 앵볼 반지.

1. 디올의 바 수트에 경의를 표하는 반지. 2. 디올의 아카이브 속 드레스의 함께 전시된 하이 주얼리. 3. 예술적인 드레이핑을 표현한 창조적인 형태의 앵볼 반지.

 

 

주얼리의 건축학 개론

 

디올 파인 주얼리의 현재를 이해하기 위해선 두 명의 인물에 대해 알아야 한다. 우선 언급할 인물은 1998년 이래 디올 하우스의 독창적인 주얼리 디자인을 도맡고 있는 빅투아르 드 카스텔란. 럭셔리란 누가 뭐라 해도 근심이나 걱정이 없어야 한다는 그녀의 가치관이 묻어나는 유색 보석의 주얼리는 마치 총천연색의 꿈 속 세계를 그리듯 화려하고 황홀한 자태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리고 또 한 명은 크리스찬 디올. 건축가를 꿈꿨던 이 전설적인 쿠튀리에는 언제나 옷감으로 건물을 쌓아 올리듯 드레스를 디자인했다. 그래서 그는 각각의 컬렉션을 마치 새로운 건축물을 선보일 기회로 여기곤 했다.

 

4. 아름다운 빛깔의 에메랄드와 다이아몬드가 세팅된 주름 모티프의 팔찌. 5. 멀티 컬러의 스톤들이 소용돌이 치며 허리 주위를 따라 움직이는 드레스의 섬세한 주름을 연상시키는 에일리 팔찌.

4. 아름다운 빛깔의 에메랄드와 다이아몬드가 세팅된 주름 모티프의 팔찌. 5. 멀티 컬러의 스톤들이 소용돌이 치며 허리 주위를 따라 움직이는 드레스의 섬세한 주름을 연상시키는 에일리 팔찌.

 

 

이번 시즌 빅투아르 드 카스텔란이 디자인한 디올 파인 주얼리의 아치 디올(Archi Dior) 컬렉션에 영감을 준 것도 이러한 화려한 건축물이다. 파리의 디올 작업실에서 다이아몬드 한 알 한 알을 채워 나가는 것, 유려한 곡선미의 주얼리 틀을 다듬는 것 등 모든 주얼리의 제작 과정은 새로운 건축물을 짓는 일과 크게 다르지 않으니까. 카스텔란은 아치 디올 컬렉션을 소개하며 “크리스찬 디올이 건축가의 눈으로 드레스를 만든 것처럼 나도 모든 주얼리를 같은 방식으로 창조해내고 싶었어요. 보석으로 조각을 하고, 주름을 잡고, 벨트를 채우거나 옷감을 드레이프하는 것처럼 말이죠”라고 그 영감을 밝혔다. 그 결과 탄생한 건 마치 여성의 몸이 지닌 풍만한 곡선이 드러나도록 벨트로 허리를 조인 듯한 브로치와 물결처럼 넘실대는 드레이핑이 돋보이는 반지와 귀고리 등으로 쿠튀르 드레스에 대한 환상을 불러일으킨다. 이처럼 핑그르르 돌 때 살짝 들리는 드레스의 밑단이 지닌 로맨틱한 풍경을 작은 주얼리에 옮겨놓은 카스텔란의 마법에 우린 다시 한번 흠뻑 빠질 때가 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