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시계 태엽 오렌지>의 감독 스탠리 큐브릭은 과연 촬영장의 괴팍한 독재자였던 걸까?
그가 생전에 남긴 인터뷰는 좀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스탠리 큐브릭과 관련된 몇몇 일화는 지금까지도 할리우드에서 도시 전설처럼 전해 내려온다. <샤이닝>의 주인공 잭이 욕실 안에 숨어 있던 아내를 찾아내는 유명한 장면을 완성하기 위해 잭 니컬슨은 3일간 60여 개의 문을 도끼로 때려부숴야 했다. <풀 메탈 재킷> 개봉 당시에는 극장 시설에 결격 사유는 없는지 미리 확인한 뒤 상영을 승인하려 했다고. 심지어 자동차를 끔찍이 무서워하는 데다 기사가 시속 48킬로미터 이상으로 운전하는 걸 금하는 신경증 환자라는 소문까지 돌았다. 어느 정도는 사실이겠지만 늘 그렇듯 그 가운데는 과장되거나 왜곡된 내용도 많다. 일례로 1987년도에 <롤링 스톤>과 인터뷰를 하며 큐브릭은 다음과 같은 반박을 들려줬다.
“사실을 말하면, 나는 운전기사가 없고 포르쉐928S를 직접 몹니다. 때로는 고속도로에서 시속 130~145킬로미터까지 밟기도 하고요.” 빈틈없는 걸작들로 필모그래피를 채웠던 완벽주의자이자 숱한 오해에 시달렸던 무뚝뚝한 거장을 조금 더 가까이 들여다보게 할 자료가 최근 국내에도 소개됐다. 진 D. 필립스의 <스탠리 큐브릭- 장르의 재발명>은 앞서 인용한 <롤링 스톤>과의 대화를 포함해, 그가 생전에 남긴 16개의 인터뷰를 엮은 책이다. 여러 인터뷰어가 각기 다른 상황과 시기에 관찰한 예술가의 표정이 한데 포개어져 입체적인 초상을 완성한다. “영화를 만드는 목적은 관객이 다른 방식으로는 볼 수 없는 무언가를 보여주고 알려주는 거라고 믿어요. 때로는 관객 자신이 처한 환경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머물게끔 만드는 걸로 그 목적을 가장 잘 성취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중략) 리얼리티는 자기 집 뒷마당에서만 발견되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때로는 그곳이 리얼리티하고는 가장 거리가 먼 장소가 되기도 하지요”.(조지프 겔미스의 <슈퍼스타 영화감독> 중에서)
확실히 스탠리 큐브릭은 비일상적이고 낯선 세계에 현실적인 설득력을 싣는 연출자였다. 여전히 유효한 그의 걸작들을 다시 찾을 때, 감독의 육성이 담긴 이 대화들은 요긴한 주석이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