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탄생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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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수퍼모델코리아> 시즌 4의 세 파이널리스트들.

모자로 걸친 깃털 장식의 빨강 블라우스는 Jihaye Couture, 빨강 뷔스티에 드레스는 Jaison Couture 제품.

모자로 걸친 깃털 장식의 빨강 블라우스는 Jihaye Couture, 빨강 뷔스티에 드레스는 Jaison Couture 제품.

1등 타이틀에 지지 않을 거예요 -우승자 신현지
인기 서바이벌 TV 프로그램은 시즌이 거듭되면서 일정한 포맷을 구축한다.지원자들에게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말하자면 일종의 수학능력시험 같은 존재다. 예상되는 미션과 이를 통과하는 노하우 같은 것도 족보처럼 전해진다고들 한다. 진화하는 참가자들에 대응하는 제작진의 고민과 준비도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예상을 뛰어넘는 놀라운 실력의 참가자 발굴이 더욱 중요해진 이유다. 시즌 1에서 4를 통틀어 신현지는 아마도 제작진이 가장 쾌재를 불렀을 법한 원석이었을 것이다. 캐릭터를 구축하는 힘이나 드라마틱한 스토리는 다른 도전자에 비해 약했기에 프로그램 중반까지는 우승 후보로 거론되지는 않았지만, 화보 작업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미션의 순위와 상관없이 신현지의 인상이 강했다고 말한다. 인터뷰 내내 종달새처럼 재잘거리던 여고생 모델에게 한국 패션계는 전례없는 관심을 보내고 있다.

profile : 1996년 3월 15일생 | 한림예술고등학교 패션모델과 재학 중 | 175cm, 46kg, 30-22-33

신현지 (더블유 커버 사진을 보자마자) 와! 짱이다!

<W Korea> 이렇게 레이아웃된 건 처음 봤죠? 어때요?
엄청 좋죠. 우와, 우와… 뭐라고 말이 안 나오게 예쁘네요. 아니, 제가 예쁘다는 게 아니고요, 커버가(웃음). 너무 좋은데 아직 내색을 못해서 표정 관리가 힘들어요(인터뷰는 마지막 회가 방송되기 전에 이루어졌다-에디터 주).

아직 주변에서는 모른다는 거죠?
제가 학교 친구들한테는 그냥 추가 촬영이라고 말하고 최종 심사를 보러 나왔거든요. 주변에서 어떻게 될 거 같으냐고 물어보면 ‘말도 꺼내지 마, 아쉬워 죽겠으니까!’ 정도로 반응해요. 엄마는 최종심사 촬영 끝난 거 아시는데 2등 했다고 말씀드렸어요. 방송 나오는 날 서프라이즈로 알려드리려고요. 놀라게 해드리고 싶어요. 아, 난 이런 게 왜 그리 좋지?

1등에게 모든 특전이 몰리잖아요. 상금과 광고 모델 계약과 해외 진출 등등. 뭐가 제일 좋았어요?
(커버를 가리키며) 당연히 글로벌 패션 매거진 ‘더블유!’의 커버죠! 제가 다른 톱3 언니들에 비해 화보 촬영 경험이 적었거든요.

고교생이라는 신분에 1억원이라는 큰 상금을 받게 되었어요.
네, 큰돈이죠. 옛날에는 세금을 많이 떼었다는데 지금은 3.3%만 떼고 제게 들어오니까요. 예전에 허각님이 슈스케 우승하고서 서바이벌 상금도 노력해서 번 돈이라고 주장해 세금이 줄어들었대요. 허각님 대박이에요. 아무튼, 저는 미성년자니까 부모님께 드리는 게 맞는 것 같아요. 물론 옷 같은 거 사고 싶기도 하지만 부모님께서 저를 키우느라 투자 많이 하시니까요.

톱3였던 황현주 씨나 정호연 씨에 비해 모델 경험이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어요. 어떻게 모델의 꿈을 키우게 되었나요?
제가 대치동에 살아요. 학구열로 불타는 엄청 치열한 학군이잖아요. 분위기상 나도 공부를 해야 하나 싶었죠. 그러다가 우연히 장윤주 언니가 쓴 <탑모델>이라는 책을 보게 됐는데, 그 안에 모델 아카데미 할인 티켓이 들어 있더라고요. 그걸 발견한 엄마께서 어느 날 ‘현지야, 옷 갈아 입어라. 아카데미라는 데 한번 가보자’라고 이끄셨어요. 그래서 에스팀 아카데미에 다녔고, 학교도 모델과에 진학했어요. 이후 서울 컬렉션 무대도 섰고요. 나중에 거의 손 놓다시피 했지만.

도수코에 지원하게 된 계기는요?
아카데미를 수료한 다음에 전문반에 붙었는데, 제 스스로도 모델이 맞나, 판단이 잘 안 되더라고요. 방황도 하고, 의욕이 없으니 에스팀 전문반에서도 나오게 되고… 한마디로 잘린 거죠. 슬럼프가 오더라고요. 모델을 다시 하려고 해도 시발점을 찾아야 하는데 계기가 없어서 그냥 학교만 다녔어요. 이번 시즌 캐스팅 콜을 사흘 남겨놓고 엄마가 ‘넌 어리니까 다 해봐라,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하시면서 등을 떠미셨어요. 마감 직전에 겨우 접수했어요. 1500명 몰렸는데 제 접수번호가 1277번이었으니까 문 닫고 들어온 거죠.

‘대치동 엄마’인 어머니께서 정말 열의가 대단하시네요.
네, 전부 엄마 덕이에요. 거의 엄마가 만들어준 마마걸이라고 할 수 있죠(웃음).

최연소 참가자는 아니지만 언니들 사이에서 서바이벌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제가 자주 듣는 말이 ‘눈치로 먹고산다’는 거예요. 노련한 언니들 사이에서 튀면 안 되겠다, 눈치껏 행동하자, 했죠. 초반에 10대 친구들이 6명 있었고 말도 잘 통했는데 1회 미션에서 세 명이나 우수수 떨어졌어요. 장난 아니다 싶었죠. 언니들은 나이도 많은데 대놓고 견제하니까 솔직히 무서웠어요. 특히 체스판에서 오프닝 찍을 때 황현주 언니가 눈에 불 튀기면서 진짜 세게 어깨를 밀치더라고요. ‘초면인데 이거 기분 나빠야 돼?’라고 생각도 했지만 결국 이건 서바이벌이고 미션에서 이겨야 한다고 결심하는 계기가 됐어요.

이번 시즌은 초반부터 불을 뿜은 참가자가 많았어요. 상대적으로 현지 씨는 우승 후보감으로 부각되진 않았고요. 뭘해도 간절한 느낌은 보이지 않았거든요.
눈치를 너무 봐서 그랬나 봐요. 초반에는 촬영에 대한 감이 너무 없었어요. 이런 포즈나 눈빛이 맞는 건지 모르겠더라고요. 눈치껏 남들 하는 만큼만 했죠. 그러다가 합성화보 미션에서 2등을 했는데, 그때 처음으로 촬영에 몰입이라는 걸 해봤어요. 진짜 유령 소녀가 빙의된 것 같고… 아, 이게 모델의 맛이구나, 라고 처음 알았어요.

언제부터 슬슬 1등에 대한 욕심이 생겼나요?
그 합성화보 찍을 때요. 도수코 우승을 하고 싶다기보다, 모델일이 너무 즐거워서 계속하고 싶다는 뜨거운 게 생겼어요. 공교롭게 다음 부산 미션에서 1등을 했는데, 되게 찝찝한 1등이었어요. 제가 잘해서라기보다 다들 너무 못해서… 부끄러웠어요. 그 다음부터는 너무 잘하려고 해서 그런지 생각보다 잘 안 나오더라고요. 도수코 촬영하면서 가장 즐거웠을 때가 마지막 커버 촬영 때였어요. 참, 제가 사진이 잘 나오고 있다는 신호를 알게 됐어요. 플래시 소리가 아주 크게 들리더라고요. 그 외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아요.

지금처럼 활발하고 때론 당돌한 모습에, 벌써 SNS 팔로어와 팬이 많더라고요.
공중파 프로그램도 아니어서 잘 모르실 줄 알았어요. 대치동 것들은(웃음) 티비 잘 안 보니까친구들도 잘 모를 것 같았고요. 하루는 추리닝 입고 동네를 나갔는데 사람들이 ‘도수코, 도수코’라고 수군대는 소리가 들리는 거예요. 사인도 해봤어요. 신기하더라고요.

어떤 모델이 되고 싶어요?
일단은 모델로 최고의 자리에 올라보고 싶어요. 지금 모델즈닷컴 보니까 리우 웬이 3위더라고요. 동양 모델로는 가장 높은 순위라고 들었는데, 저는 1위에 올라보는 게 소원이에요. 제가 혜박 선배님 닮았다는 소리를 좀 듣는데, 그 선배님은 모델즈닷컴에 순위에 올라갔잖아요. 부럽고 존경스러워요.

우승 후 아마 이런저런 제안도 많을 것 같아요. 도수코 출신 모델들이 하이패션보다는 상업적으로 많이 풀렸고요.
저는 저를 잘 알아요. 되게 예쁘게 생긴 것도 아니고, 사실 일반인 중에서도 못생긴 얼굴이잖아요. 좋게 말해서 귀염상인 거고(웃음). 영화나 드라마에서 카메오 정도라면 모를까, 정말 발연기거든요. 나중에는 윤주 언니처럼 진행을 해보거나 런닝맨, 해피투게더처럼 한국을 대표하는 예능에도 나가보고 싶긴 해요. 개그맨도 해보고 싶은데, 머리가 좋아야 된대요(웃음). 하지만 톱모델부터 될 거예요. 잡지를 펼치면 가장 앞쪽에 제 얼굴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아시죠? 고급스러운 명품 브랜드의 얼굴요!

에디터
패션 디렉터 / 최유경
포토그래퍼
홍장현
모델
신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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