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올 테면 따라와봐

W

기존의 플래그십 스토어는 브랜드에만 집중했다. 지난 6월, 홍콩 퀸즈로드에 문을 연 자라의 플래그십 스토어는 환경과 매장이 위치한 지역성까지 고려하며 진화한 플래그십 스토어의 모습을 보여줬다.

층마다 마련된 디스플레이 공간. 홍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열대 식물이 장식되어 있다.

층마다 마련된 디스플레이 공간. 홍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열대 식물이 장식되어 있다.

퀸즈로드 매장 내부의 모습.

퀸즈로드 매장 내부의 모습.

쇼핑에는 돈이 든다. SPA 브랜드 매장에 가면 조금 적게 든다. 저렴한 가격에 트렌디한 아이템을 구입할 수 있는 매력을 지닌 SPA 브랜드. 이 치명적 존재를 나는 한때 멀리했다. 디자인과 가격에 반해 구입했지만 얼마 입지도 못하고 의류 수거함으로 고이 접어 보낸S PA 브랜드 옷이 몇 벌인지. 이런 경험이 쌓이자 내 머릿속에는 SPA 브랜드에 대한 편견이 자리 잡았고, 자연스레 발길이 뜸해졌다. 그러나 홍콩의 중심이라 불리는 퀸즈로드에서 다시 만난 자라는 예전의 자라가 아니었다.
낮은 퀄리티와 환경 오염의 원흉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자라는 변화를 시도했다. 오래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들기 위해 수만 번 의류 착용 시험을 진행했고, 매장에서 발생하는 에너지 소비량을 줄이기 위한 방법도 연구했다. 지난 6월 24일 문을 연 홍콩 퀸즈로드 플래그십 스토어는 이런 고민과 노력을 바탕으로 세워졌다. 그 한 예로 ‘전기 에어 커튼’을 들 수 있다. 퀸즈로드 매장에 설치된 이 커튼은 외부의 너무 뜨겁거나 차가운 공기를 차단해 매장 온도를 적정 수준으로 맞춰줄 뿐 아니라 기존 자라 매장보다 연간 에너지 소비량을 15%나 절감할 수 있다.

홍콩 퀸즈로드 매장 파사드.

홍콩 퀸즈로드 매장 파사드.

오랜 기간 영국의 통치하에 있던 홍콩은 지금은 중국에 속하지만 다분히 서양적인 도시다. 퀸즈로드 매장은 이런 홍콩의 특성을 반영이라도 한 듯 곳곳에 동양과 서양의 건축적 요소가 절묘하게 섞여 있다. 네모반듯한 건물 디자인, 건물의 주재료인 콘크리트 등 기본 요소들은 서구화된 건물과 크게 다를 바 없다. 그런데 조금 더 주의 깊게 들여다보면 기둥과 기와에 중국 전통 자재를 사용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층마다 마련한 디스플레이 공간은 홍콩 길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열대 식물로 장식했다. 인테리어로 퀸즈로드 스토어만의 캐릭터를 부여한 것이다.
홍콩 퀸즈로드 플래그십 스토어는 총 4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3층에는 베이비와 키즈, 2층에는 여성 라인 중 베이식한 아이템이 주를 이루는 자라 우먼이 있다. 한 층 더 내려가면 트렌드에 민감한 여성을 위한 스튜디오 라인이, 지하 1층에는 맨즈 라인이 자리한다. 나이와 성별에 구애받지않고 누구나 즐겁게 쇼핑할 수 있다. 수많은 플래그십 스토어 중 다양한 제품과 멋진 인테리어를 가진 곳은 많을 것이다. 그러나 환경을 생각하고, 매장이 위치한 지역 특성까지 반영한 곳은 그리 많지 않다. 바로 이것이 홍콩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자라 퀸즈로드 스토어를 찾는 또 하나의 이유일 게다. 이제 플래그십 스토어라면, 이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이번 S/S 시즌 자라 룩북 중 일부. 편하면서 트렌디한 의상을 만날 수 있다.

이번 S/S 시즌 자라 룩북 중 일부. 편하면서 트렌디한 의상을 만날 수 있다.

에디터
디지털 에디터 / 강혜은(Kang Hye Eun)
기타
PHOTOS │ COURTESY OF ZARA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