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4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에 온다. 서민적이고 개혁적인 행보를 보여주며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는 그에게 소원을 한 가지씩 말해보았다.

교황님께서 술을 안 드시는 것은 알지만 잠이 안 오시는 날엔 깊은 밤 서울의 포장마차에 들러보세요. 서울 ‘꽐라’들이 농담과 푸념으로 교황님을 웃다가 울게 해드릴 겁니다. -박모과(레스토랑 파르크 대표)

수요일 저녁 야근을 마치고 귀가하는 2호선 전철에서 꾸벅꾸벅 졸다 어느 순간 옆 좌석에 앉아 평화로운 미소를 짓고 있는 당신을 만나고 싶습니다. 한쪽으로 기울어져 잠들어 있던 취객은 언제 술에 취했는지 모르게 멀쩡해져 웃고 있고, 어깨가 한참 처져 있던 20대 청년들이 얼굴이 환해져서 당신의 얘기를 듣겠죠. 누군가는 하소연을 하고 누군가는 옷깃을 잡아서라도 치유가 이루어지길 바라는 간절한 눈을 하고 있을 겁니다. 당신의 옆에 좀 더 있고 싶은 마음에 내려야 하는 역을 지나칠 수밖에 없겠죠. 순간 이 기적 같은 순간을 남기기 위해 당신과 셀카를 찍어 SNS에 올리면 어떨까 잠시 갈등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모두가 휴대폰에 얼굴을 묻고 있던 익숙한 풍경과 정반대로 모든 승객이 당신의 입술, 당신의 말 한마디에 집중하고 있어 조용히 제 자신을 반성할 것입니다. -이혁(정신과의사)

“만일 동성애자인 사람이 선한 의지를 갖고 신을 찾는다면 내가 어떻게 그를 심판할 수 있겠느냐”고 말씀하신 교황님을 기억합니다. 한국에 오신다면 이태원으로 저녁 산책 한 번 나가보시는 건 어떠하신지요. 그곳의 게이바 중 한 곳을 찾아 손님들과 ‘셀카’를 찍어 SNS에서 올려주세요. 그 사진 한 장으로 인해 이 나라에서 온갖 잡음을 내는 사람들이 줄어들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정우열(만화가)

프란치스코 교황님, 한국에 오시는 걸 환영합니다.이번 방한을 ‘8월의 크리스마스’라고 하더군요. 그만큼 교인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교황님의 소탈하고 진보적 행보에 응원을 보내고 있다는 뜻이겠지요? 사실 제일 먼저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액티브X를 없애주소서’라고 하고 싶지만, 교황님은 IT 전공이 아니시니까 아무래도 그건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 대신 한국에 오시면 두 군데만 들러주셨으면 좋겠어요. 바로 절과 교회입니다. 이곳의 일부 사람들은 다른 종교를 물리쳐야 할 경쟁 대상으로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각자 믿는 종교는 달라도 타인의 종교에 대해 존중을 가져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특별한 종교가 없는 제가 교황님을 존경할 수 있는 것처럼요. -이지영(오디오 프로듀서)

교황청에는 퇴마사들을 훈육하는 프로그램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 땅은 식욕밖에 남지 않은 좀비들과 인육을 거래하는 치들이 득실거립니다. 구마권을 가지신 사제들을 보내주셔서 그들의 퇴거를 부탁드립니다. 그러고도 남는 시간이 있으시면 한국의 시집 좀 사주세요. 인터넷으로 주문해서 할인받지 마시고 꼭 오프로드로 구입하셔서 읽으시길 권합니다. 서점에서 허름한 옷차림에 모국어로 된 우리의 시집을 뒤적거리는 당신의 뒷모습을 볼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권한다면 일단 <불온한 검은 피>라는 시집입니다. -김경주(시인)

제가 무지 사랑하는 보성이 형이 드디어 주목받고 있어요. 보성이 형처럼 맑은 사람이 사랑받는 건 당연한 일이잖아요. 순수한 사람이 웃음거리가 되는 대한민국이 싫어요. 사실 지금도 다들 그저 웃겨서 좋아하는 거예요. 보성이 형을 위해, 보성이 형의 굵은 팔뚝을 잡고 기도해주세요. 순수한 사람이 상처받지 않는 나라가 되게 해달라고. 그러면 보성이 형이 “의리!”라고 외쳐줄 거예요. -이우성(<아레나> 피처 에디터)

“한국에 가면 한국 자동차 중 가장 작은 차를 타고 싶다”라고 말한 당신을 기억합니다. G20 정상회담 때 삼성역 부근의 직장에 다니고 있던 저는 정상들이 회담하러 오는 게 아니라 태풍의 눈이 찾아온 줄 알았어요. 한국에서 가장 작은 차를 탄다고 해도 아마 포커페이스의 수행원들과 거대한 수행 차들이 당신을 에워쌀 테죠. 하지만 그때 교황님이 자애로운 미소로 “주님이 계시니 위험할 것 하나 없다”라고 말씀하시며 거부권을 행사해주셨으면 해요. 이미 곁에 ‘소울 갓’을 두신 당신에게는 ‘보디가드’가 굳이 필요하지 않을 테니까요. -진명현(상상마당 영화사업팀장)

친애하는 교황님, 대학로에 오셔서 소극장 공연을 한 편 감상하시는 것은 어떨까요? 꿈을 향한 열정 하나로 누구보다 치열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청년들이 모인 곳이 바로 그곳입니다. 비록 작고 딱딱한 의자는 불편하기 짝이 없고 눈이 휘둥그레지는 화려한 무대장치는 없겠지만 감히 교황님을 초대해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단 한 명의 관객을 위해서라도 언제든지 최고의 연기를 펼칠 준비가 되어 있는 배우들을 위해 짧은 기도 한 번만 해주세요. 부디 절대 포기하지 말고 용기를 내라고요. -오근욱(연극배우)

온 국민을 실망과 좌절에 빠뜨린 주범인 축구협회 이사들의 고해성사를 들어주세요. 실력보다 인맥을 앞세워 우리나라 축구계의 미래를 더욱더 망치고만 있는 그 사람들요. 애초에 공항에서 선수들 대신 엿 세례를 받았어야 마땅한 바로 그 인간들 말이에요. 언제부터 무엇이 어떻게 잘못된 건지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해요. 이대로 가다가는 2014 브라질 월드컵이 우리의 마지막 월드컵이 될 수도 있다는 무시무시한 사실요. 그리고 죄송하지만 저는 아직도 분이 안 풀려서 그들에게 ‘네 죄를 사하노라’라고 해달라는 말은 차마 못할 것 같아요. – 이채린(<더블유> 피쳐에디터)

화려한 예복을 거부하고 수수한 옷차림에 평범한 십자가를 애용, 경호 인력마저 최소화하며 ‘서민 교황’으로 높은 인기를 구가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을 맞아, 책을 팔아 먹고 사는 저에게도 작은 바람이 생겼습니다. 짧은 일정 탓에 많은 곳을 둘러보기는 힘들겠지만 저는 교황님이 약속된 장소로 향하다가 문득 눈에 띈 동네 서점에 들르셨으면 좋겠습니다. 그곳에서 직접 책을 한 권 구입하며 이렇게 얘기해주세요. “아아 사람들아, 책 좀 사서 봐라.” -김홍민(출판사 북스피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