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보의 탄생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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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이 화보의 영감은 어디서 얻었을까? 저 멋진 장소는 어딜까? 완성된 화보에서는 알 수 없는 카메라 뒤의 광경이 여기 펼쳐진다.

Glam Madness 지난 2월, 밀라노 컬렉션에서 목도한 디스퀘어드2 쇼는 눈 앞에 흥미로운 광경을 연출했다. 바로 기브스를 한 채 요양중인 관능적인 여인들의 은밀하고도 매혹적인 재활원. 이 특별한 스토리에서 영감을 받아 포토그래퍼 김영준과 함께 머리를 맞대 멋진 세트를 구상했고, 이를 위해 세트 스타일리스트 유여정 실장과의 첫 작업이 이루어졌다. 관건은 침대와 휠체어, 벽과 카페트 등이 적당히 앤티크한 동시에 우아함을 유지하는 것. 아니나 다를까. 촬영 현장, 볼록 벽거울 하나까지 세심하게 준비된 세트는 영화 촬영장을 방불케 하며 우리의 의도를 여실히 드러냈으니, 브라보! 그리고 주인공의 히스테릭한 캐릭터를 가장 훌륭하게 연기해 줄 모델 이혜정과 섬뜩한 간호사 역할의 모델 한경현의 캐스팅 역시 탁월한 선택이었다. 물론 매혹적인 붉은빛의 헤어를 연출한 헤어 스타일리스트 김선희와 캐릭터를 위해 아이라인 한 끝 차에도 심혈을 기울인 메이크업 아티스트 박혜령의 긴밀한 호흡도 극의 긴장감을 더하기에 충분했다. 한 마디로 프로페셔널한 스태프들과의 협업을 통해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바로 그 기쁨을 느끼게 한 순간! 더불어 오늘날 트렌디한 화보들이 ‘무드’를 얘기할 때 여전히 ‘캐릭터와 스토리’를 고집한 포토그래퍼와 에디터의 고집스러운 선택은 8월호가 출간된 후에 날아온 디스퀘어드2의 딘&댄의 땡큐 메일로 훈훈하게 막을 내렸다. 에디터 | 박연경

Timeless Glam 이번 화보를 위해선 드라마틱한 세트나 장소도 필요 없었다. 다이앤 폰 퍼스텐버그의 40주년을 기념하며 떠올린 것은 바로 디자이너 다이앤의 자화상을 녹여낸 오마주 화보였으니까. 그렇기에 더욱 더 모델의 선정이 중요했다. 결국 가장 바쁜 촬영 시즌에 여러 차례 모델과 스태프의 일정을 조정해가며 모델 박세라와 헤어 스타일리스트 이혜영, 메이크업 아티스트 원조연이라는 최고의 팀을 소집했다. 그리고 이 간결하지만 결코 만만치 않은 작업을 위해 디자이너의 70년대 소싯적 모습을 비롯해 지난 40년간의 다채로운 비주얼 자료를 모으고 모아 공부를 하며 결의를 다진 스태프들이 드디어 촬영장에 모였다. 헤어와 메이크업의 마술을 통해 모델 세라에서 다이앤의 모습으로 점차 변신해가는 모습을 흥미진진하게 살펴본 뒤, 기다리던 첫 컷을 시도! 이윽고 포토그래퍼 최용빈이 연출한 빈티지하면서도 고급스러운 톤 안에 녹아 내린 모델의 모습을 확인한 순간, 아뿔싸. 이건 완전한 다이앤 여사의 도플갱어로 분장한 여인이었으니… 에디터와 포토그래퍼가 아무 말도 내뱉지 않았건만 순간 헤어&메이크업 실장님들은 서로 눈빛을 교환한 채 모델과 함께 파우더 룸으로 쏜살같이 들어갔다. 뚝딱뚝딱, 5분 만에 다시 카메라 앞에 선 모델은 지극히 고혹적이고 관능적인, 우리가 바라던 바로 그 다이앤의 모습으로 환생해 있었다. 밤은 깊이 무르익었음에도 불구하고 촬영 중 메이크업 아티스트 왈, “나 너무 작업이 재미있어서 피곤하지도 않아”. 이 말에 모두 공감하며 의기양양해진 순간, 감이 한껏 오른 팀원들의 순발력이 발휘되며 촬영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고 뭔가 뿌듯하고 뜨거운 감정이 가슴에서 차 올랐다. 에디터 | 박연경

Autumn Sonata 야외 촬영이 힘든 이유는 날씨에 따라 화보의 성패가 달리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 더블유의 오랜 친구, 포토그래퍼 표기식과 함께한 화보는 빛의 반사를 이용한 콘셉트로 강하게 내리쬐는 태양이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촬영이 시작되고 내 마음 처럼 움직이지 않는 빛 때문에 한참을 거울과 사투를 벌이던 중 야속하게도 태양마저 구름에 숨어버리는 사태가 일어났다. 회색 구름 뒤에 숨어 좀처럼 나올 줄 모르는 태양이 어찌나 얄밉던지. 숨막히는 더위 속에서도 두툼한 퍼 베스트와 울 코트를 입고 더위와 사투를 벌이는 모델 박세라를 바라보는 것도 두번은 못할 짓. 심지어 한참을 속을 태우다 나머지 컷을 위해 스튜디오에 돌아왔는데 교통체증으로 인해 어느덧 태양이 뉘엿뉘엿 지기 시작한 게 아닌가! 결국 급속도로 어두워지는 햇빛을 바라보며 콩 볶듯 정신없이 촬영 완료! 아무래도 수명연장을 위해서라도 당분간은 날씨에 좌지우지 되는 촬영은 피하게 될 듯. 에디터 | 송선민

POP! 이번 촬영의 로케이션은 캐나다 토론토의 명물, 그래피티 앨리였다. 현란한 그래피티가 골목 골목을 가득 메운 이곳은 막상 가보면 좁고 지저분한, 동네 뒷골목에 가깝다. 그래도 꽤 이국적인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는데다 아침 시간에는 관광객도 드물어 촬영 장소로 낙점! 샤넬의 컬러풀한 F/W 컬렉션과도 꽤 근사하게 어울렸다. 밤새 다른 촬영을 마치고 피곤에 절은 채로 시작한 촬영은 다행히도 일사천리! 모델 수주의 다이내믹한 포즈와 사진가 유영규의 감각적인 앵글은 꽤 근사한 조화를 이뤘다. 그나저나 노점상 마냥 거리에 그 값비싼 의상과 주얼리를 펼쳐놓고 골목 골목을 뛰어다니는 동양인 무리가 어떻게 보였을지, 돌이켜보면 우습기도 하고 창피하기도 하고. 짧고 굵게 촬영을 마치고 들이킨 소맥과 곱창구이(무려 토론토에서!)의 맛은 아마 평생동 잊지 못하리라. 에디터 | 송선민

MORE THAN ART 3.1 필립림은 세상의 흐름에 유연하게 발을 맞추지만 클래식을 추구하는 브랜드다. 이런 브랜드와 가장 잘 어울리는 컨셉이 뭘까 오래 고민했고, 그에 대한 해답을 현대 미술에서 찾았다. 마침 관심이 가는 두 전시가 있어, 큐레이터에게 바로 도움을 청했다. 서울시립미술관의 ‘오작동 라이브러리’라는 전시와 송은 아트스페이스의 ‘이탈리아의 젊은 작가전’. 여러 번의 장소 헌팅 끝에 고르고 고른 여섯 개의 임팩트 있는 작품은 옷과 하나가 되어 어우러졌다. 모델도 우연찮게도 아트스타 코리아를 진행하고 있는 송경아씨. 스스로 작품을 해석하며 포즈를 바꾸는 멋진 모델 덕분에 유쾌하게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 에디터|김신

에디터
컨트리뷰팅 에디터 / 송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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