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모두가 입을 모아 ‘쿠튀르는 끝났다’라고 얘기했다. 그러나 쿠튀르는 끝나지 않았다. 2014 F/W 시즌, 침묵의 시대를 거쳐 젊은 고객들과 함께 새로워진 쿠튀르의 2막이 올랐다.

 

(왼쪽부터)이번 아르마니 프리베 쿠튀르에 참석한 클로이 모레츠와 지난 2014 F/W 미우미우 쇼에 참석한 엘르 패닝.패션계는 어느 때보다 빠르게 변화하며, 젊은 소비자들이 새로운 VIP로 떠오르고 있다. 그 단서 중 하나는 패션계 ‘잇 걸’들의 나이 변화다. 미우미우의 14 S/S 광고 캠페인의 얼굴을 담당한 4명의 여배우 중 엘르 패닝(Elle Fanning)은 98년생, 헤일리 스타인펠드(Hailee Steinfeld)는 96년생으로 아직 얼굴에 솜털이 가시지 않은 소녀들이다. 케이트 모스의 동생이자 새로운 잇 걸로 떠오르고 있는 로티 모스(Lottie Moss) 역시 스무 살이 채 되지 않았으며 이번 아르마니 프리베 쿠튀르 쇼의 프론트 로우에는 97년생 클로이 모레츠(Chloe Moretz)가 앉아 있었다. 바야흐로 패션계의 ‘소녀 시대’가 열린 셈이다. 브랜드 광고 모델뿐 아니라 소비자도 함께 젊어졌다. 특히 아시아와 남미, 서유럽 등 다양한 지역적 배경을 가진 젊은 소비자들은 쿠튀르 시장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샤넬과 아르마니 프리베, 그리고 60년 만에 다시 돌아온 스키아파렐리도 쿠튀르로 인한 수익이 상승했다고 밝혔다.그렇다면 왜 부유하고 어린 소비자들이 쿠튀르로 시선을 돌리게 되었을까? 디올의 CEO인 시드니 톨레다노는 WWD와의 인터뷰에서 이러한 현상을 쿠튀르가 젊은 세대들에게 ‘창조성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환상적인 경험’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쿠튀르는 그들이 뉴욕이나 홍콩에서 매일같이 마주치는 브랜드의 매장에선 볼 수 없었던 좀 더 창의적인 세계를 보여주고 여기에 매력을 느낀 소비자들이 쿠튀르에 열광한다는 의견이다. 한편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소비자 층의 ‘세대교체‘에 중점을 둔다. 어머니의 고급스러운 취향을 보고 자란 아들딸들이 이 고차원적인 패션의 형태를 이해하고 소비하기 시작했다고 보는 것이다. 이유야 어찌되었건 오늘날 쿠튀르는 분명히 안팎으로 젊어지고 있다. 이번 14 시즌 런웨이 위에서 그 명제는 더욱 확실해졌다. 물론 이 흐름으로 인해 쿠튀르가 새로운 소비자들의 요구에만 집중한 나머지 지나치게 키치적으로 흘러가는 등 중심을 잃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스키아파렐리는 여전히 전위적이며, 아르마니 프리베는 우아함을 잃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 어린 고객들은 그저 새로운 것에 열광하기 급급한 철없는 풋내기가 아니라 여러 패션 하우스의 의상과 그 안에 배인 가치를 보고 느끼며 자란 이들이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에겐 그저 디자이너들이 이 까다롭고 새로운 소비자들을 어떻게 매혹시킬 것인지 흥미진진하게 지켜보는 일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