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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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별,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지극히 ‘미국적’인 샤넬의 공방 컬렉션을 입고 칼 라거펠트의 카메라 앞에 섰다.

‘샤넬’과 ‘미국’. 그다지 잘 어울리는 조합은 아니다. 미국의 수많은 지역 중에서 아이코닉한 남부 도시인 텍사스 주 댈러스(Dallas)로 구역을 한정한다면, 샤넬과의 연관성은 더더욱 멀어져보인다. 우아한 샤넬의 파리지엔들이 미국 서부로 몰려가 카우보이 옷차림을 하고 말을 타는 것은 좀처럼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때문에 당신이 샤넬이 2013/14 공방 컬렉션의 테마 도시를 댈러스로 정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도대체, 왜?’라는 의문이 드는 것도 무리는 아니겠지만, 과거를 돌아보면 샤넬과 미국의 인연은 생각보다 꽤 깊은 곳에서 출발한다. 1953년, 제2차 세계 대전이 끝나고 마드무아젤 샤넬이 패션계에 컴백했을 때, 그녀의 모국인 프랑스의 언론은 냉소적 태도로 그녀의 귀환을 평한 반면 미국에서는 열광적인 환호를 보냈고, 댈러스에 지사를 둔 미국의 대표적인 고급 백화점 니만 마커스에서는 샤넬의 작품을 대거 구매하면서 부활의 밑바탕을 마련해주었다. 그러고 보면, 미국은 늘 샤넬에 대해 일방적이다 싶을 정도의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1914년, 유서 깊은 미국 패션 언론인 <WWD>는 스포티한 샤넬의 저지 소재 피스를 두고 ‘대단한 성공이 예상된다’는 기사를 내보냈고, 미국의 참전 용사들은 1945년, 전쟁이 끝나자마자 샤넬의 부티크로 달려가 고향에 있는 연인에게 선물할 No.5 향수를 사기 위해 기꺼이 긴 줄을 섰다. 아이러니하지만 재클린 케네디가 남편의 암살 사건 당시 입고 있었던 것도 샤넬 스타일의 핑크색 트위드 수트였다. 참고로, 케네디 대통령이 암살당한 곳이 바로 댈러스다. 디지털 방식에 의거한 현대적인 최신 의상 제작 기법이 보편화된 오늘날까지도 샤넬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10개의 공방을 기리기 위해 샤넬은 2002년부터 매년 하나의 도시를 테마로 한 컬렉션을 발표해왔다. 상하이(2010), 비잔틴(2011), 봄베이(2012), 에든버러(2013)에 이어 지난 12월 댈러스 페어 파크에서 공개된 2013/14 공방 컬렉션에서는 남북전쟁 이전의 텍사스, 19세기 카우보이 등 미 서부 지역의 아이콘에 대한 칼 라거펠트의 로맨틱한 상상력이 현실화된 패션을 볼 수 있었다. 곧이어 이 독특한 컬렉션의 광고 모델로 미국 여배우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선정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샤넬의 모든 광고와 룩북 촬영을 직접 진행하는 ‘사진가’이기도 한 칼 라거펠트는 스튜어트를 직접 파리의 스튜디오로 초대해 촬영을 진행했다. “매우 미국적이기에 나와 잘 어울린다”고 말한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샤넬의 의상에 대해 재미있고 격렬하며, 매우 쿨하다고 묘사하며 라거펠트와의 작업에 흥분하는 모습이었다. 그녀는 이번 캠페인 작업에 대한 소감을 다음과 같이 <W Korea>에 전해왔다.

비잔틴(2011), 봄베이(2012), 에든버러(2013)에 이어 지난 12월 댈러스 페어 파크에서 공개된 파리-댈러스 컬렉션은 프랑스 장인들의 의상 제작 기술에 미국 서부 특유의 거칠고 위트 넘치는 디자인 요소를 더한 것이다. 가장 미국적이며 동시대적인 얼굴로 평가받는 배우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광고 모델로 선정되며 더욱 화제를 낳았다.

비잔틴(2011), 봄베이(2012), 에든버러(2013)에 이어 지난 12월 댈러스 페어 파크에서 공개된 파리-댈러스 컬렉션은 프랑스 장인들의 의상 제작 기술에 미국 서부 특유의 거칠고 위트 넘치는 디자인 요소를 더한 것이다. 가장 미국적이며 동시대적인 얼굴로 평가받는 배우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광고 모델로 선정되며 더욱 화제를 낳았다.

샤넬의 의상을 입고 행사에 참석한 모습은 가끔 봤는데, 광고 모델은 처음이다. 왜 캠페인 작업을 하게 되었나?
크리스틴 스튜어트 17살 때인 2007년 토론토 국제영화제의 <인투 더 와일드> 시사회에서 처음으로 샤넬 의상을 입었다. 이후 메트로폴리탄 뮤지엄 행사,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잡지 표지 등을 찍을 때 같은 중요한 순간에 자주 샤넬을 입었다. 칼 라거펠트 같은 예술가를 가까이하고, 샤넬의 일부가 된다는 건 특권으로 느껴질 정도다.

지난해 겨울 파리-댈러스 쇼에 직접 참석했다. 어떤 느낌이 들었나?
로렌 허튼이나 다코타 패닝 등 나를 비롯한 셀레브리티들 역시 아무도 그곳 출신이 아니었기 때문에 마치 다른 시대로 이동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방인이지만 이방인이 아니라고 할까. 프랑스 브랜드인 샤넬이 세계의 예술이나 역사에서 아이디어를 많이 얻는다는 건 알았지만 카우보이 모자까지 멋지게 섭렵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이번 컬렉션이 본인과 비슷하다는 말을 했다. 무슨 의미인가?
다듬어지지 않은 듯한 느낌. 가공되지 않은 것을 손질해 독창적으로 탈바꿈시켰다는 점이 특히 좋았다. 내가 진주로 대표되는 클래식한 샤넬의 전형적인 얼굴은 아니지만 그런 역할을 조금이나마 해볼수 있다는 점도 멋졌다. 이번 컬렉션은 굉장히 미국적이어서 나와 좀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간지난다’가 적절한 표현은 아니지만, 재미있고 거침없는 요소가 있었다. 직설적이고 대담한 느낌이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의상은?
별 자수가 놓인 검은색 튈 드레스. 그리고 광고에서 신은 페이턴트 송아지 가죽 레이스업 슈즈도 마음에 든다. 광고에서 보이는 셔츠를 묶는 스타일링은 내가 직접 한 것이다.

광고 촬영에서 기억에 남는 점이 있다면?
무엇보다 칼 라거펠트라는 사람 자체다. 내 생각에 라거펠트가 무서워 보이는 건 실제로 무서워서가 아니라 사람들의 선입견 때문인 것 같다. 실제로 그와 일을 함께해보면 너무 멋진 사람임을 알게 된다. 그처럼 창의적이며, 식견이 넓고, 욕심이 많고 활기차기까지 한 사람은 가까이 있는 것만으로도 얻는 것이 많다. 그가 사진을 찍는다는 것도 알고는 있었지만 얼마나 재능 있는 작가인지 알고 꽤 놀랐다. 라거펠트는 단순히 패션 디자이너가 아니라 진정한 르네상스적인 교양인이며, 우리 시대의 가장 위대한 예술가 중 한 사람이다.

패션계가 무척 사랑하는 여배우 중 하나다. 패션계에서의 경험은 영화 일을 할 때 어떤 도움을 주나?
나는 패션과 직접적인 연관도 없고 남들처럼 협업을 하지도 않지만, 패션쇼장에서 오감을 사용해 쇼를 관람하는 것을 매우 좋아한다. 이야기가 있고 장소와 맥락이 있는 패션쇼는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과도 같다. 패션쇼도 극예술처럼 결국은 어떠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것이기에, 그런 에너지를 느끼는 것이 배우로서 경험할 수 있는 최고의 순간인 것 같다. 특히 멋진 패션쇼를 관람하고 있자면 내가 역사의 한 장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어떤 배우들은 마음에 드는 옷을 입고 행사에 참석하는 그 자체를 즐기기도 하는데, 내 경우는 어떤 이야기가 전개되는 듯한, 꽉 찬 경험을 할 수 있는 패션쇼 현장을 더욱 선호한다.

에디터
패션 디렉터 / 최유경
포토그래퍼
KARL LAGERFELD
기타
COURTESY OF CHAN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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