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향수는 처음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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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새로운 개념의 니치 향수 브랜드, 이센트릭 몰리큘스 (Escentric Molecules)의 창립자 제프 라운즈(Jeff Lounds)가 한국을 찾았다. 그의 열렬한 지지자인 미국 스타일닷컴의 선임 에디터 팀 블랭크(Tim Blanks)와 함께.

이센트릭 몰리큘스의 디렉터 제프 라운즈와 미국 스타일닷컴의 컨트리뷰트 에디터 팀 블랭크.

이센트릭 몰리큘스의 디렉터 제프 라운즈와 미국 스타일닷컴의 컨트리뷰트 에디터 팀 블랭크.

브랜드명이 굉장히 독특한데 어떤 의미가 있나?
이센트릭(Escentric)은 향을 뜻하는 단어 ‘센트(Scent)’와 독특하다는 의미의 ‘익센트릭(Esccentric)’에서 따온 일종의 합성어인데, 여기에 분자(Molecules)라는 말을 더했다. 단순히 향의 이미지가 아닌 향수와 분자와의 관계, 조향의 기술에 대해 강조하고자 만든 이름이다.

보통의 향수가 남성용/여성용으로 출시되는 것과는 다르게 각각의 01, 02, 03 시리즈는 다시 이센트릭 01과 몰리큘 01 하는 식으로 나뉜다. 어떤 개념인가?
향수를 만드는 과정과 연관이 있다. 우리는 가장 먼저 어떤 분자를 사용할지 결정한 후 이것은 독특하게(Eccentric) 해석해 몰리큘을 만든다. 몰리큘 향수는 일제히 단일 향료로 이루어지는데, 01은 ‘Iso E Super’를, 02는 앰버그라스에서 발견되는 ‘Ambroxan’을, 03는 순수한 상태로 정제된 베티버 향인 ‘Vetiveryl acetate’를 담고 있다. 그 다음 각각의 몰리큘 위에 이런저런 향을 블렌딩해서 만든 것이 이센트릭 시리즈다.

케이트 모스부터 나오미 캠벨, 비욘세와 제이지, 리애나, 휴 잭맨, 엘튼 존까지. 엄청난 셀렙 마니아를 두었다. 아무래도 스타 에디터인 팀의 영향이 컸을 듯하다.
단언하건대 우리는 단 한 번도 셀렙들에게 향수를 선물한 적이 없다. 심지어 우리의 조향사인 게차 쇤(Geza Schoen)은 셀렙들의 이미지로 팔리는 향수를 위해 자신의 재능을 쓰는 걸 매우 모욕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의 에이전시에서 협찬을 문의해왔을 때도 정중하게 거절했을 정도. 물론 직업 특성상 셀렙들과 가까이 지낼 일이 많다. 종종 그들이 무슨 향수를 썼냐고 물기도 하는데, 그럴 때면 시치미를 뚝 떼며 리버티나 콜레트 등에서 살 수 있다고 안내한다.

Escentric Molecules 몰리큘스 01 & 이센트릭 01. 각각 100ml, 가격 미정.

Escentric Molecules 몰리큘스 01 & 이센트릭 01. 각각 100ml, 가격 미정.

이전의 인터뷰에서 “이것은 다른 누구의 향수도 아니다. ‘나’의 향수다”는 말을 했다. 어떤 의미인가?
처음 향수를 뿌리면 딱 두 가지다. 아무런 향기도 느껴지지 않거나, 알코올 냄새가 나거나. 우리의 제품은 다른 향수들과는 분자 차원에서 다르게 작용한다. 뿌리자마자 향료가 후각을 통해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시간차를 두고 체취와 섞여 조금씩 발향된다. 매장에서도 일단 뿌리고, 조금 뒤에 다시 오라고 한다. 보통의 체취가 그러하듯 본인은 영원히 그 향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지만 틀림없이 주변에서 ‘좋은 향기가 난다’고 말할 것이다. 같은 향수를 사용해도 각자의 체취와 섞여 저마다 다른 향이 나기 때문에 그 누구의 향수도 아닌 오롯이 ‘나의 향수’가 된다. 마치 페로몬처럼!

많은 니치 향수들이 한국에 소개되었다. 그들 브랜드와 차별점이 있다면?
우리는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지만 아직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다. 말 그대로 ‘니치(niche)’인 거다. 쉽게 찾을 수 없고 가까이 있는 것이 아니기에 더 매력적인 부분이 있다. 만약 이센트릭 몰리큘스를 갖게 된다면 그 누구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은 마음이 절로 생길 거다. 향에 있어서 차별점은 향을 맡는 즉시 반응이 온다기보다는 맡을수록 더 깊어진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우리 향수에 중독성이 있다고 말한다. 오묘하다는 뜻이기도 하고, 아주 복잡하지만 동시에 매우 심플하다는 평가도 많았다.

두 사람이 가장 좋아하는 제품은?
팀 블랭크 이센트릭 01. 몇 년 동안이나 늘 같은 걸 뿌린다.
제프 라운즈 나는 몰리큘 라인을 선호한다. 꾸준히 몰리큘 01을 사용했는데 몰리큘 01이 런던에서 너무나 이슈가 되면서 요즘은 어쩐지 몰리큘 02에 애착이 생겼다.

향수를 제외하고, 두 사람이 지금 빠져 있는 것.
팀 블랭크 예술 작품 수집과 독서. 그리고 맛집 투어!
제프 라운즈 지독한 시계 수집가다. 저가 제품부터 명품 브랜드까지 다양하다.

에디터
뷰티 에디터 / 김희진
포토그래퍼
서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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