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책들의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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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의 관계가 갈수록 냉랭해지는 서울에,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고 잠시 책을 들여다보게 만드는 장소 두 군데가 생겼다. 자동차, 그리고 여행을 주제로 한 도서관이다.

1,2,3. 현대자동차 오토 라이브러리에서는 자동차와 접점을 가진 문화예술 전반에 관련된 책들을 열람할 수 있다.

1,2,3. 현대자동차 오토 라이브러리에서는 자동차와 접점을 가진 문화예술 전반에 관련된 책들을 열람할 수 있다.

판타지 소설 <꿈꾸는 책들의 도시>에는 책의 도시 부흐하임이 등장한다. 거리에는 수천 개의 헌책방이 즐비하고 종일 시낭송회가 열리며, 희귀 도서를 서로 차지하기 위한 책사냥꾼들의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곳. 책을 둘러싼 21세기의 심드렁한 풍경을 생각해보면 이런 도시는 그야말로 판타지다. 도시까지는 아니라도 건물 규모로 이 판타지를 조금은 경험할 수 있는 두 개의 도서관이 문을 열었다. 도산공원 사거리에 생긴 현대자동차의 새로운 문화 체험관인 모터 스튜디오 2층에 자리를 튼 오토 라이브러리는 메탈 파이프를 활용한 금속성의 인테리어가 자동차에 대한 인상을 확실히 심어준다. 차의 역사나 디자인, 기술적인 면에 대한 전문 서적 외에도 패션이나 영화, 여행 등 대중적인 주제와 맞닿아 있는 자동차 책 2천5백여 권을 갖추고 있다.

나무 책장이 천장까지 이어져 압도적이면서 아늑한 느낌을 주는 현대카드 트래블 라이브러리.

나무 책장이 천장까지 이어져 압도적이면서 아늑한 느낌을 주는 현대카드 트래블 라이브러리.

한편 학동사거리에 문을 연 현대카드 트래블 라이브러리는 나무로 된 책장이 천장까지 포근하게 감싸 편안하고 아늑한 도서관이다. 파리 콜레트, 상하이와 뉴욕 등의 유니클로 매장을 디자인한 일본 회사 원더월의 세심한 공간 디자인도 경험할 만한 포인트다. 소장 도서는 1만4천여 권. 5개 지역으로 나눈 여행 책을 기본으로 사진집, 식음료, 건축과 예술, 캠핑과 크루즈 등 여행을 둘러싼 넓은 주제로 확장했다. 가회동의 디자인 라이브러리에서 건축 잡지 도무스 전 권을 비치한 것처럼, 내셔널 지오그래픽을 전 권 망라하고 있기도 하다. 1층에서는 여행과 관련된 디자인 제품도 판매하고 있는데, 이를테면 돌로 만들어서 물에 넣어도 젖거나 찢어지지 않는 종이를 묶어낸 수첩 같은 아이템이 사랑스럽다. 어떤 오지로 여행을 떠나도 기록을 남길 수 있을 것이고, 어디로도 떠나지 않는다 해도 그런 상상을 하며 즐거워질 테니까. 차를 타지 않아도 차를 즐기고, 여행을 떠나지 않고도 여행을 떠날 수 있는 것, 그게 바로 책의 몫이고 도서관의 힘이다.

에디터
황선우
포토그래퍼
박종원
기타
COURTESY OF HYUNDAI C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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