든 듯 만 듯 | 더블유 코리아 (W Korea)

든 듯 만 듯

2015-11-05T18:45:02+00:002014.06.13|쇼핑|

오늘날의 백이 갖춰야 할 미덕은 무엇일까. 트렌드를 충실히 반영하는가, 트렌드와 상관없는 불멸의 가치를 지닌 디자인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혹시, 가벼움은 아닐까?

1. 크림색 나파 가죽으로 된 클러치인 도큐먼트 월릿은 버버리 제품. 86만원. 2. ‘두개의 가죽’이라는 뜻을 나타내는 이름을 가진 파스텔 톤 두블레 백은 프라다 제품. 3백13만원.3. 군더더기 없이 클래식한 형태의 베이지색 락킷백은 루이 비통 제품. 가격 미정. 4. 커다란 금속 장식을 가죽으로 대체한 소프트 리키백은 랄프 로렌 제품. 3백10만원. 5. 정교한 펀칭 장식으로 흑백 패턴을 표현한 숄더백은 토즈 제품. 2백만원대. 6. 지퍼나 잠금 장식 등을 전혀 사용하지 않은 빨강 스윙백은 구찌 제품. 1백34만원. 7. 위빙과 뱀피 소재로 무게를 줄인 백은 디올 제품. 가격 미정.

1. 크림색 나파 가죽으로 된 클러치인 도큐먼트 월릿은 버버리 제품. 86만원. 2. ‘두개의 가죽’이라는 뜻을 나타내는 이름을 가진 파스텔 톤 두블레 백은 프라다 제품. 3백13만원.
3. 군더더기 없이 클래식한 형태의 베이지색 락킷백은 루이 비통 제품. 가격 미정. 4. 커다란 금속 장식을 가죽으로 대체한 소프트 리키백은 랄프 로렌 제품. 3백10만원. 5. 정교한 펀칭 장식으로 흑백 패턴을 표현한 숄더백은 토즈 제품. 2백만원대. 6. 지퍼나 잠금 장식 등을 전혀 사용하지 않은 빨강 스윙백은 구찌 제품. 1백34만원. 7. 위빙과 뱀피 소재로 무게를 줄인 백은 디올 제품. 가격 미정.

“요즘은 무슨 백 사야 해?” 패션 에디터로서 가장 자주 받는 질문인 동시에 요즘 들어 가장 답하기 어려운 질문. ‘잇백’의 개념이 흐려진 지 오래지만 그렇다고 그 자리를 각 브랜드의 아이코닉 백이 대신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굳이 말하자면 부담 없는 가격에 개성 있는 디자인을 지닌 클러치나 캔버스 백을 ‘가볍게 즐기는’게 최근의 추세. 그런 탓에 에디터로 일하는 동안 사 모은 각 브랜드의 아이코닉 백과 과거의 시즌 잇백에는 켜켜이 먼지가 내려앉은 지 오래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오랜 시간 빛을 보지 못한 제품이라면, 운동 기구를 방불케 하는 엄청난 무게를 가진 모 브랜드의 5년 전 ‘잇백’. 당시 두어 시즌 폭풍 같은 인기몰이를 했지만, 날씬한 몸매에 높은 힐을 신고 균형을 유지하면서 그 무거운 백까지 감당할 수 있는 여자들은 많지 않았고, 이 백은 이내 패션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갔다.

‘명품 소유자’ 혹은 ‘트렌드 좀 아는 잇백 유저’임을 과시하기 위한 액세서리로서 가방의 입지가 줄어들면서 패션 브랜드들은 현실적인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기 위해 오래 함께할 수 있는 클래식한 디자인, 그리고 드디어(!) 가벼운 무게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칼 라거펠트는 “립스틱, 그리고 모바일 폰, 그리고 신용카드. 그게 요즘 여자들의 백 안에 필요한 전부죠”라고 말한 바 있지만, 여전히 대다수 여성은 그 이상을 수납할 수 있는 백을 필요로 하니까. 알렉산더 왕이 2014 F/W 컬렉션에 선보인 백에 휴대폰과 아이패드, 디지털카메라 등 ‘현대인의 생존 필수품’(이라고 왕은 말했다)을 위한 포켓이 주렁주렁 달려 있었던 것을 떠올려보면, 디지털 기기의 발달이 여성들의 짐을 덜어주지는 못한 듯하다. “오히려 아이패드 같은 디지털 기기를 편리하게 수납하기 위한 가벼운 백을 찾는 여성 고객이 늘어나고 있죠.” 이번 시즌 혁신적으로 무게를 줄인 두블레 백을 선보인 프라다 홍보 담당자의 말. “핵심은 겉감인 사피아노 꾸이르 가죽(시그너처 소재인 빗살무늬 소가죽)과 안감인 나파 가죽을 하나로 만드는 공정 방법이에요. 장인의 수작업으로 정교하게 접착된 두개의 가죽을 오랜 시간 망치로 두드려 균일한 2.3mm 두께로 된 하나의 가죽으로 만드는데, 안감과 겉감이 모두 가죽임에도 무게가 1kg밖에 나가지 않아요.” 지퍼나 잠금 장식처럼 무게를 더하는 어떤 부속품도 사용하지 않은 것은 물론이다. 구찌의 스윙백, 버버리의 나파 가죽 도큐먼트 월릿 또한 금속 장식을 사용하지 않고 자석으로 여밈을 대신함으로써 무게를 최소화한 케이스다. “로에베는 아예 안감 가죽을 배제하고 가죽 한 겹으로만 백을 만드는 언라인드(Unlined) 공법을 이용해요 이렇게 안감을 덧대지 않으려면 안과 밖이 동일한 퀄리티를 가지는 상위 3% 내의 최고급 가죽을 사용해야만 하죠. 대표적인 모델인 아마조나를 보면 백을 뒤집어서 사용할 수도 있을 정도로 가죽의 안쪽면이 고급스럽죠.” 루이 비통에서 이번 시즌 새롭게 선보이는 락킷백 또한 무게를 줄이기 위해 특별히 가볍고 부드러운 가죽을 사용하는데, 이때 빛을 발하는 것이 이런 가죽으로도 백의 견고한 형태를 유지할 수 있게 만드는 장인의 공정 기술이라고. “보테가 베네타의 까바 백은 무게를 줄이기 위해 솔기와 이음새까지도 모두 생략해버렸어요. 그게 바로 위빙만으로 백의 견고한 형태를 만드는 인트레치아토 기법이죠.”

이쯤 되면 1g이라도 줄이려는 백의 무게 경쟁이 눈물겨울 지경. 랄프 로렌은 심지어 시그너처 백의 세부 디자인을 변형하면서까지 이 무게 경쟁에 뛰어들었다. “리키가 다소 무겁다는 고객들의 의견을 받아들인 거예요. 소프트 리키는 시그너처 리키 락, 걸쇠, 버클 등의 크기를 크게 줄이고 이를 가죽 장식으로 대체한 제품이죠.” 디올, 토즈, 제롬 드레이퓌스처럼 가죽에 미세한 펀칭 장식을 하는 것 또한 특히 여름 시즌에 통하는 무게 줄이기 기법이다. 존재감은 묵직해야 하지만, 실제로 묵직할 필요는 없다. 손바닥만 한 미니 백을 살게 아니라면, 백 쇼핑에 앞서 반드시 무게를 염두에 둘 것. 트렌드나 브랜드보다, 내가 소중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