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문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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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무엇을 입고 어떻게 벗는지를 모두가 이야기한다. SNS 시대에 스타로 산다는 건 멘션 창에 쏟아지는 욕설을 견뎌야 하는 일이지만, 마일리 사이러스는 자신의 도발적 이미지가 마치 펑크록 같은 저항이라고 여긴다.

톱은 Alexander McQueen 제품, 귀고리는 마일리 사이러스 본인 소장품.beauty note: Fresh의 라이프 보디 오일을 넉넉히 바르면 섹시한 몸을 연출할 수 있다.

톱은 Alexander McQueen 제품, 귀고리는 마일리 사이러스 본인 소장품.
beauty note: Fresh의 라이프 보디 오일을 넉넉히 바르면 섹시한 몸을 연출할 수 있다.

“그녀는 쿨하고 스캔들 덩어리예요.” 사과 같은 뺨을 한 13세의 크리스틴이 소음을 뚫고 외친다. “머리 모양이 마음에 들어요.” 옆에 서 있던 12세의 모건이 덧붙인다. “그녀는 난잡해요.” 뚱한 표정의 14세 케일리가 단언한다. 빨갛게 염색한 머리는 색이 바래고 있고, 입안 가득 풍선껌을 물고 있다. “난 아리아나 그란데 보러 온 거예요.” 아리아나 그란데? 워드 프로그램의 서체나 스타벅스에 새로 나온 커피 이름인가? 분명한 건 여긴 내가 있을 곳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LA 스테이플스 센터의 숨 막힐 듯한 광란의 도가니 속, 12월의 밤인 지금 여기는 잘나가는 아티스트들이 출연하는 콘서트 시리즈인 ‘징글 볼’ 때문에 열기로 가득 차 있다. 크리스틴과 모건은 ‘스마일러’다. 마일리 사이러스의 열광적인 팬들은 자신들을 ‘스마일러’라고 부른다. 팬 중 일부는 사이러스를 스타로 만들어준 디즈니 채널 드라마인 <한나 몬타나>에 푹 빠져 있으며, 다른 팬들은 2013년 앨범 <뱅거즈>에서 보여준 사이러스의 더 신랄한 모습을 좋아한다. 어쨌거나 모두 그녀의 열혈 팬들이고, 사이러스를 잠시라도 보려고 몇 시간씩 기다린다.

무대의 조명이 희미해진다. 뿜어 나오는 안개 속에서 빨간 반짝이가 언뜻 보인다. 사이러스가 걸어 나온다. 스팽글이 달린 비키니를 입고 있다. 꼼꼼한 비키니 왁싱을 해야 했을 정도로 다리 라인이 치켜 올라간 옷이다. 그 뒤에는 크리스마스트리 의상을 입은 키 큰 흑인 여자가 몸을 흔들고 있다. 나중에 사이러스는 그녀를 뒤로 돌려서 엉덩이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관객을 향해 짓궂게 혀를 날름거린다. 그 옆에는 은색 레오타드를 입고 원뿔 모양 가슴을 단 작은 사람이 뛰어다닌다. 사이러스는 무릎을 꿇고 장난스럽게 그 가슴을 움켜쥔다. 관객 1만8천 명이 의기양양하게 폭발한다. “아, 맙소사. 난 그녀를 사랑해!” 크리스틴이 날카롭게 외친다. 울기 직전이다.

“난 애들을 좋아하지 않아요.” 콘서트 전날, 지친 사이러스가 담뱃재를 떨며 내게 말한다. 우리는 그녀의 거실에 있는 20세기 중반 스타일의 흰 석조 벽난로 앞에 앉아 있다. LA 도심이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자리한 그녀의 맨션에는 벽난로가 세 개 있다. 높은 대문으로 격리되어 있고, 무수히 많은 보안 카메라로 감시하는 곳이다. 불편해 보이는 튤립 모양 의자에 앉은 그녀의 피곤한 몸에 벽난로의 불이 그림자를 드리운다. 마른 몸에는 흑백 스트라이프 샤넬 티셔츠를 걸치고 있다. 화장기 없는 그녀의 얼굴 위에 웨이터 같은 뱅 머리가 내려와 있다. 그녀는 상처받기 쉬운 어린아이 같아 보인다. 오른쪽 가운뎃손가락에 빨갛고 굵은 글씨로 새긴 BAD라는 문신(지난번에 세어봤을 때 그녀의 문신은 총 21개였다)만이 내일 밤 그녀가 무대에서 보여줄 장난기 많은 서커스 단장 같은 모습을 암시한다. 그녀는 얼마 전에 스물한 살이 되었다. 내가 대답을 하려 하지만 사이러스는 듣고 있지 않다. “아이들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한 번에 너무 많은 아이들 틈에 둘러싸여 있어서인 것 같아요. 너무 많은 애들 틈에 끼어 있어서.”

사이러스와의 대화는 대화라기보다는 엄청나게 빠른 의식의 독백에 가깝다. 그녀는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에서 마지막 챕터 내내 마침표 없이 문장을 이어 말하는 몰리 블룸 같다. 인스타그램을 배경으로 한 몰리 블룸이다. 사이러스는 거의 숨도 쉬지 않으며 자기 세대의 언어로 이야기한다. 인간 문자 메시지라고 할까? “어린애들은 엄청 못됐어요. 애들이 부모랑 같이 있는 걸 어쩌다 볼 때면, 내가 가서 때려주고 싶어요. 그러니까, 걔들은 이런 식으로 말한다고요. ‘엄마, 엄마는 아이폰 쓸 줄도 몰라요? 사진은 찍을 줄 아는 거예요?’ 그럼 난 이런 생각이 들죠. ‘야, 내가 어렸을 때 우리 엄마한테 그딴 식으로 말했으면, 난 전화도, 컴퓨터도, TV도, 전부 뺏겼을 거야.’ 그래서, 네. 애들은 정말 못됐어요.”

요새 사이러스에게 못된 짓을 하는 사람이 아주 많다. 트위터에서 사이러스를 팔로우 하는 사람들이 1천6백70만 명인데, 그녀의 멘션 창에는 매일같이 몹쓸 말들이 쏟아진다. 사이러스가 ‘난 짐 싸는 게 싫어’라고 하면 ‘암에나 걸려라’는 답이 날아오는 식이다. 그녀는 ‘어린 나이에 유명세를 치르다’는 표현을 의인화한 것 같은 존재다. 유례없이 사생활을 침해하는 미디어, 사생활 침해에 굶주려 있는 대중들, 유명인이든 아니든 간에 우리 모두를 현미경 아래에 놓아둔 네트워크 세상. 그녀는 이것들을 유혹하는 동시에 그 대가를 치르고 견딘다. 사이러스는 같이 음모라도 꾸미듯 목소리를 낮춰서 내게 말한다. “내 생각엔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등이 있어서, 이젠 모든 사람이 다 파파라치예요. 정말 무섭지 않아요? 결코 안전하지 않은 거예요. 보통 사람들도 마치 날 아는 것처럼 이야기할 수가 있어요. 당신도 경험해봤을 테지만요.”

사이러스는 나와 마찬가지로, 어렸을 때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무럭무럭 자란 사람이다(에디터 주: 마일리 사이러스를 인터뷰한 로넌 패로는 우디 앨런과 미아 패로 사이의 유일한 친자로 태어난 저널리스트다). 처음엔 유명한 컨트리 가수 빌리 레이 사이러스의 딸로서였다. 데스티니 호프(마일리의 본명)는 빌리 레이의 ‘Achy Breaky Heart’가 차트 1위를 장식한 해인 1992년에 태어났다. 테네시 주 프랭클린의 500에이커짜리 농장에서 사이러스가의 여섯 남매는 여름이면 밖에서 주로 시간을 보냈다. “우린 절대 집에 안 들어갔고, 신발도 절대 안 신었어요. 아마 그래서 내가 옷을 거의 안입는 걸 좋아하고 늘 벗고 다니나 봐요.” 사이러스는 그녀의 매니저를 맡고 있는 어머니 티쉬와 아주 가깝다. “날 돌봐주는 유모 같은 건 한 번도 없었어요. 아침, 점심, 저녁을 다 엄마가 먹여주셨어요.” 하지만 그녀의 부모는 해서는 안 될 일의 사례가 되기도 했다. 예를 들어 사람을 너무 쉽게 믿는 것 같은 일 말이다. “아빠는 세상에서 제일 사람을 잘 믿는 사람이에요. 기본적으로, 된통 당하기 전까지는 누구나 다 믿으세요. 엄마도 악의를 품는 법이 없고요. 엄마는 누구한테 두 번 당하고도 그냥 넘어가고, 그러곤 잊어버려요. 나도 예전엔 그랬어요. 요샌 난 마음 한구석에 기억을 해둬요.” 사이러스가 유명해지기 전에 받았던 다른 영향으로는 그의 할아버지 론 사이러스가 있다. 켄터키 주 국회의원이었던 그는 사이러스에게 반문화적 성향을 물려주었다(‘엄청나게 보수적인 주에서 민주당원으로 살다 보면 미칠 것 같아요. 사람들이 무슨 죄인 보듯이 하니까요.’). 그리고 그녀의 대모인 컨트리 가수 돌리 파튼이 있다(‘내가 돌리에게서 좋아하는 점은, 같은 출연진에게 가서 인사하기 전에 배식하는 사람에게 먼저 인사한다는 거예요.’).

9세 때 사이러스는 이미 아버지의 TV 프로그램 <닥>에서 작은 역할을 맡아 자신만의 스포트라이트를 얻었다. 3년 뒤 12세 때, 그녀는 자신을 스타로 만들어준 역을 맡게 되었다. 모든 미국 여자아이의 가장 친한 친구, 한나 몬타나다. 사이러스를 캐스팅한 리샬랫 체멜은 사이러스가 풋내기였지만 자신만만했다고 회상한다. “그때는 의욕이 넘치는 아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개방적이었고 앞으로 나아갈 의지가 있었죠.” 그리고 사이러스는 정말로 앞으로 나아갔다. 사이러스는 디즈니 사에서 가장 수익성이 좋고 머천다이즈 제작이 많이 된 스타들의 반열에 올랐다. <한나 몬타나>는 2006년에서 2011년까지 방영되는 동안 디즈니에 10억 달러를 벌어주었다. 하지만 인기 때문에 가혹한 비판을 받아야 하기도 했다. 2008년에 15세가 된 사이러스는 <배니티 페어>에 실린 애니 레보비츠가 찍은 사진에서 침대보 하나만 두르고 등장해 팬들을 분노하게 만들었다. (당시 사이러스는 이렇게 말했다. “정말 부끄러워요. 제가 정말 아끼는 팬들에게 사과드려요.”) 다음 해에 그녀가 어워드 쇼에서 폴 댄싱을 하는 영상이 나와서 다시 한번 난리가 났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는 대마초를피우는 영상이 온라인에 돌아서 또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사이러스의 개인적인 이미지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흔들린 적이 없지만, 그 관심을 통해 상업적 성취를 거두는 그녀의 능력은 잠시 흔들린 적이 있다. 2010년 디즈니에서 낸 앨범 <Can’t Be Tamed>는 그녀의 앨범 중 가장 인기가 없었다. 배우로서의 커리어를 살려보려는 시도도 잘되지 않았다. 그러다 2013년이 찾아왔고, 극적인 이미지 전환이 있었다. 이젠 사과할 필요 따위는 없었다. 악명 높았던 MTV 뮤직 비디오 어워드에서는 살색 라텍스 비키니를 입고 빙빙 돌았으며, 가장 인기 있었던 ‘Wrecking Ball’ 뮤직 비디오에서는 알몸으로 레킹 볼을 탔다. 소셜미디어에 은밀한 사진을 찔끔찔끔 올렸다. 사이러스는 그렇게 대중의 의식을 포위했다. 2013년 말, 그녀는 미국에서 구글 검색이 가장 많이 된 사람이 되었다.

새 음악 매니저를 고용하면서 자신의 음악도 다시 창조해냈다.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논란 많던 커리어를 지휘한 것으로 유명한 래리 루돌프였다. 믿음직한 히트곡 제조가 퍼렐 윌리엄스, 닥터 루크, 신인 마이크 윌 메이드 잇 등 막강한 프로듀서들을 불러왔다. 이 역시 성과가 있었다. <뱅거즈> 앨범은 빌보드 200 차트 1위를 차지했으며 비평가들에게도 호평을 받고 있다. “<롤링 스톤>지에 2013년 최고의 앨범 기사가 났어요.” 사이러스는 담배를 빨며 말한다. “그런데 내 앨범이 들어가 있는 거예요! 그걸 출력해놨어요. 내 자신에게 그런 걸 줘요, 보라고.”

점프수트는 Balmain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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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러스는 자신의 도발적인 이미지는 계산된 거라고 주장한다. 그녀가 보기에 자기 또래들에게 진정성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여자애들 절반 정도는 대체 무슨 옷을 입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어요. 내가 보기엔 죄다 구닥다리 여배우 같아요. 여자애들에게 이런 말을 해주고 싶어요. ‘그따위 거 필요 없어. 메이크업을 할 필요도, 긴 금발머리를 할 필요도 큰 가슴을 가질 필요도 없어.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야. 너만의 스타일이 중요한 거지.’ 난 내가 섹슈얼리티와 관련이 있고, 아무것도 상관하지 않는 펑크록 쪽으로 꼽힌다는 게 좋아요. 마돈나나 블론디, 조안 제트처럼요. 전 지금도 제트 옆에 있으면 좀 떨려요. 제가 한 일을 훨씬 더 미친 방식으로 밀고 나간 사람이에요. 그때 여자애들은 가죽 바지를 입고 미친 듯 로큰롤을 하면 안 됐잖아요. 그런데 제트는 그걸 했으니까요.” 하지만 제트는 소셜미디어의 시대에서 자라지 않았다. 사이러스는 툭하면 공격을 받는데, 그 모든 게 멍청한 트위터 멘션만은 아니다. 최근엔 진지한 비난을 받기도 했다. <징글 볼> 쇼의 흑인 여성 같은, 사회적 소수에 속하는 백업 댄서들을 악용한다는 비난이다.

<가디언>은 그녀가 흑인 댄서들을 쓰고 엉덩이에 초점을 맞추는 것을 ‘민스트렐 쇼’라고 불렀다. 사이러스를 ‘흑인들을 액세서리로 삼는다’고 비난한 컬처 웹사이트 Jezebel.com의 칼럼은 조회수 74만6천 건 이상을 기록했다. 그러나 사이러스의 ‘We Can’t Stop’ 뮤직 비디오에 출연했고 크리스마스트리 의상을 입었던 댄서 아마존 애쉴리는 사이러스의 퍼포먼스를 변호한다. “난 평론가들에게, ‘사기 치지 마’라고 해요. 사이러스는 날 굉장히 존중해줘요. 야한 춤 추는 게 내 일인데요. 난 그걸 즐겨요. 난 그런 걸 하는 사람이에요.”
비난에 대해서 묻자 사이러스는 간단하게 대답한다. “상관 안 해요. 난 정치적으로 올바르기 위해서 아시아 여자애, 흑인 여자애, 백인 여자애가 다 같이 밝은 색 티셔츠를 입고 나오는 디즈니가 아니에요. 난 무슨 주장을 하려는 게 아니에요. 남을 싫어하는 사람은 늘 그 사람 밑에 있는 사람이에요. 남이 가진 걸 질투하니까 그런 거예요.” 사이러스는 남의 말을 듣지 않는 초능력을 키운 것 같다(“남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게 힘들어요.” 본인도 인정한다). 비난도 그렇고, 다른 사람들의 말도 그렇다. “전화해서 만나 놀 사람은 많아요. 하지만 친구는 거의 없어요. 이게 말이 되나? 거의 아무 대화도 나누지 않는 사람이 많아요. 다들 늘 ‘넌 참 알 수가 없어’라고 하죠.”

1년 동안 사귄 24세 호주 배우 리암 헴스워스와 지난 9월 헤어진 이후, 남을 믿지 못하는 것 때문에 데이트가 힘들었다고 그녀는 인정한다. “남자들은 포르노를 너무 많이 봐요.” 그녀는 반짝이는 아이폰을 멍하니 만지며 말한다. “그런 여자들은 존재하지 않아요. 진짜 여자가 아니에요. 여자들이 로맨스 영화를 보는 거랑 비슷하죠. 그건 여자들의 포르노예요, 그런 남자들은 존재하지 않으니까.” 실제로 존재하는 남자들은 이렇다고 한다. “너무 애를 써요. 난 이런 기분이 들죠. ‘네가 나한테 대단한 인상을 줄 필요는 없어. 예를 들어, 멋진 레스토랑에 데려갈 필요 없어.’ 난 얌전히 앉아서 저녁 먹는 게 싫어요! 나한테 안 그래도 돼! 여행에 데려갈 필요도 없어! 난 정말로 그냥 여기서 쉬고 싶다고요!” 한참 흥분했던 그녀가 다시 평정을 찾는다. “그래서, 음, 덜컥 관계를 시작하지 않으려는 거예요… 난 내 음악을 정말로 사랑하고, 내가 하는 일을 정말 사랑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아니라 내 일이 내 반쪽이 된 거예요. 그래서 나는 내가 100퍼센트가 될 수 있어야 한다고 느껴요.” 인터뷰 중간에 사이러스는 네일 케어를 받기 시작했다.

“난 집 밖으로 안 나가요. 극장엔 왜 가요? 엄청 커다란 TV가 있는데. 끝내주는 음식을 만들어주는 셰프도 있어요. 나갈 필요가 없어요. 난 그냥 콕 박혀 지낼 수 있는 집 안에 있는 게 좋아요.” 나는 사이러스의 방을 둘러본다. LA 위로 해가 지고 있으며, 석양빛이 어두운 오크 바닥 위를 비춘다. 데커레이션은 현대식이고 간간이 뉴에이지 소품이 눈에 띈다. 진입로 분수에 있는 커다란 불상 머리 같은 것들이다. 차고 안에는 사이러스의 오토바이, 흰 벤츠 S 클래스, 포르셰, 마세라티가 있다. 하지만 사이러스의 말에 따르면 파파라치들이 밖에 있기 때문에 나갈 때는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한다.

올해 사이러스는 2월 중순에 시작된 투어 때문에 미국과 유럽을 돌아다닐 것이다. “난 투어 다니는 게 좋아요. 음악 만드는 게 좋아요.” 그녀의 표정이 밝아진다. 사이러스가 강렬하게, 깊게 귀를 기울이는 한 가지의 주제가 있다면 그건 음악이다. 내가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한 적이 있다고 하자, 사이러스는 자신이 커버한 적이 있는 뮤지션과 내가 함께 녹음한 곡을 들려달라고 한다. 내 전화기의 조그만 스피커를 자기 귀에 꼭 대고 3분 30초 동안 듣는다. “후렴구 죽이네요.” 그녀는 비트에 맞춰 고개를 까닥이며 말한다. “버스 부분은 팝적이지만 쿨하고, 후렴은 완전 올드 스쿨 느낌이라…” 음악을 몇 분 듣고 나자 그녀는 몇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누며 물었던 것보다 더 많은 질문을 던진다. 가사, 멜로디, 어디서 영감을 받았는지 등등. 사이러스가 개인적으로 영향을 받은 음악은 <뱅거즈> 앨범의 엄청나게 프로듀스된 팝과는 상당히 대조적이다. 나중에 우리는 그녀의 LP들을 살핀다.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사이키델릭 록 밴드 핑크 플로이드 판의 먼지를 털어내고, 돌리 파튼, 바비 빈튼, 얼마 토마스 등의 스탠더드 곡들을 듣는다. 2012년에 사이러스는 밴드와 함께 자신이 ‘뒤뜰 세션’이라고 부르는 녹음을 했다. 돌리 파튼의 ‘Jolene’ 같은 스탠더드 곡을 강렬한 보컬로 부른 것이다. 어렸을 때도 그녀에겐 음악에 대한 자신만의 고집이 있었다. 디즈니 시절에 자신이 장사를 위해 원칙을 버렸다는 느낌이 들어 프로듀서와 싸운 적이 있다고 한다. “ ‘내가 이걸 왜 하고 있는 거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결국 둘 다 울음을 터뜨렸다고 한다. “싸우다가 몸이 부들부들 떨리기까지 했어요. 하지만 난 원래 그렇게 격해요.”

사이러스는 자신이 강한 이유가, 더는 증명해 보여야 할 것이 없다는 데서 온다고 생각한다. 21세에 그녀는 이미 두 번이나 변신해서 거물로 다시 태어났다. “난 돈을 벌었어요. 아무도 내 앨범을 안 산다 해도 괜찮아요. 집도 있고, 내가 사랑하는 개들도 있어요. 다른 건 필요 없어요.” 그녀가 가장 존경하는 전설적인 인물들은 이런 자신을 가졌기 때문에 계속 나아갈 수 있었다. “증명해 보일 게 없기 때문에 성공하는 걸 수도 있어요. 그냥 좋아서 하는 거니까요. 난 내가 돌리 같았으면 좋겠어요. 75세에도 계속 음악을 하는 거죠.”

사이러스는 음악 외에도 자신의 흥미를 뻗치고 있다. 그녀는 헴스워스와 헤어지고 나서 자신의 ‘We Can’t Stop’과 로빈 시크의 ‘Blurred Lines’ 비디오 감독인 다이앤 마텔에게 이렇게 부탁했다고 한다. “새 영화, 책, 미술에 나를 완전히 빠트려주세요. 난 그런 걸 접할 수 없는 내슈빌에서 살았단 말이에요.” 우리는 신디 셔먼의 사진집을 뒤적인다. ‘무제 #276’이 나오자 사이러스는 “이것 보세요”라고 한다. 셔먼이 그런지 신데렐라 같은 모습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레이디 가가가 이걸 베낀 거예요.” 사이러스는 영화 취향도 찾아가는 중이다. 톰 크루즈의 1990년 출연작 <폭풍의 질주>를 얼마 전에 사흘 밤 연속으로 봤다고 한다. 1951년에 영화화된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에도 빠져 있다. “난 블랑슈예요.” 그녀가 명랑하게 말한다. 나는 그녀를 빤히 쳐다본다. 테네시 윌리엄스의 연약한 캐릭터, 블랑슈 뒤부아와 이보다 덜 비슷한 사람은 상상이 되지 않는다. “그 여자를 볼 때마다 나는, ‘저건 나야!’ 그래요.” 비비안 리가 맡은 역할 중 사이러스와 닮은 인물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초반의 스칼렛 오하라일 것이다. 충동적이고, 아름답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똑똑하고, 남의 말을 잘 듣지 않고, 쉽게 말을 내뱉고, 자신의 성적 매력을 능숙하게 활용한다.
예술 너머의 세계에 있어서는 사이러스는 좀 미심쩍어 한다. “뉴스를 보면 좀 불안해져요. 그래서 정치적인 성향은 별로 없는 편이에요.” 대마초가 그녀의 이미지 한가운데에 자리 잡았는데도, 대마초 합법화에 대한 논의에 끼는 것도 주저한다. “난 대마초가 정말 좋아요. 피우고 취하는 게 좋아요.” 하지만 정치적인 것보다는 품질 유지에 더 관심이 있다. “그냥 좋은 유기농 대마초였으면 좋겠어요.” 정치적인 것에는 관심이 없다고 했지만, 사이러스는 무언가에는 영향을 미치고 싶다고 한다. 그녀는 진지하게 생각해본다. 동물 복지(“제 개들은 다 입양한 애들인데 정말 끝내주거든요.”). 학교 폭력(“난 사람들이 겁먹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정수(“물은 정말 중요한 거잖아요.”). 환경(“하늘이 파란색이 아니게 될까 봐 정말 겁나요. 이런 식으로 가다간 시꺼메질 거예요.”). 사이러스에겐 자신이 무엇을 위해 떨쳐 일어날지 생각할 시간은 있다.

녹음기를 끄고 묵직한 녹색 문 쪽으로 걸어간다. 나무 문에는 좁고 길쭉한 유리 창문 네 개가 달려 있다. 지금은 창문에 김이 서려서 바깥 세상이 보이지 않는다. 서늘한 LA의 밤공기 속으로 걸어 나가는데 사이러스가 나를 부른다. 우린 가장 좋아하는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고, 사이러스는 읽을 책을 추천해달라고 하더니 재빨리 덧붙였다. “너무 두껍거나 지루한 건 말고요.” 글 | Ronnan Farrow

에디터
황선우
포토그래퍼
MERT ALAS & MARCUS PIGGOTT
스탭
스타일리스트 / Edward Enninful, 헤어 / Olrando Pita for Orlo Salon NYC, 메이크업 / Lucia Pieroni for Cle de Peau Bea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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