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분히 사적일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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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만큼이나 개인적인 향을 여실히 드러내는 게 있을까. 특히 트렌드라는 이름으로 감각 어린 스타일을 주도하고 매혹적인 미장센을 만드는 데 일가견 있는 이들이라면 더욱.

1. 구스 반 산트 감독의 영감을 자극하는 보물 창고인 포틀랜드 스튜디오. 2. 영화 프로듀서 로버트 에반스의 개인적인 히스토리가 담긴 로스앤젤레스 집무실. 3. 디자이너 미우치아 프라다의 현대적이고 아티스틱한 성향을 닮은 밀라노 오피스.

1. 구스 반 산트 감독의 영감을 자극하는 보물 창고인 포틀랜드 스튜디오. 2. 영화 프로듀서 로버트 에반스의 개인적인 히스토리가 담긴 로스앤젤레스 집무실. 3. 디자이너 미우치아 프라다의 현대적이고 아티스틱한 성향을 닮은 밀라노 오피스.

공간은 그곳에 머무는 누군가의 모습을 그대로 빼닮는다. 그런 면에서 메탈릭한 오브제와 흰색 문(초현실적으로 벽에 연출한)이 공존하며 극도로 현대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디자이너 미우치아 프라다의 창조적인 밀라노 공간, 그리고 교황에서 배우에 이르기까지 명망 높은 인물들과 함께 찍은 검은 프레임의 사진 액자들이 빼곡하게 장식된 영화 제작 프로듀서 로버트 에반스의 로스앤젤레스 사무실이 서로 완전히 다른 것은 당연한 이치다. 또 미국 오리건주의 최대 항구 도시 포틀랜드에 위치한 영화감독 구스 반 산트의 보금자리에서 일렉트릭 기타와 천체 망원경, 수많은 CD와 그림 및 사진 자가 혼재한 모습을 발견하는 것도.

뉴욕에 위치한 마크 제이콥스의 미디어 룸. 마크의 친구인 인테리어 디자이너 파울은 따뜻한 오크 패널과 관능적인 실크 벨벳 소파가 안정적인 조화를 이룬 이 방을 ‘아지트’라는 호칭으로 설명했다.

뉴욕에 위치한 마크 제이콥스의 미디어 룸. 마크의 친구인 인테리어 디자이너 파울은 따뜻한 오크 패널과 관능적인 실크 벨벳 소파가 안정적인 조화를 이룬 이 방을 ‘아지트’라는 호칭으로 설명했다.

디자이너 마크 제이콥스를 위해 뉴욕의 아늑한 방을 만든 인테리어 디자이너 파울 포춘(Paul Fortune)의 작업에 대해 설명을 듣다 보면 이 명제에 대한 믿음은 더욱 확고해진다. 취향이 잘 맞는 고객과 클라이언트의 관계를 넘어 마크와 오랜 세월 함께 일해온 친한 친구인 파울은 마크가 자신의 아이디어와 콘셉트를 공간에 잘 실현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한다. “취향이 비슷한 우리가 좋아하는 것들은 파리의 바빌론 거리, 생 로랑의 70년대, 1971년 작 영화 <핀치 콘치니의 정원>, 40년대 서양에서 유행한 중국풍 가구 등이에요. 마크는 옥션 카탈로그를 뒤적이다가 맘에 드는 오브제를 발견하면 내게 보여주는데, 그가 선택한 물건은 언제나 옳죠. 마크가 한때 매료되었던 폴 매카트니의 조각상처럼 작업이 쉽지 않은 적도 있었지만, 결국 우린 훌륭하게 해냈고요. 이번에 사용한 재질은 우아하고 섬세하지만 눈에 띄게 호화로워 보이진 않는 것이죠. 이처럼 전체적으로 글래머러스하기보다는 편안해 보이는 소재에 집중했어요.” 파울의 말은 현재 마크가 지향하는 미적 가치를 대변한다.

그러니 당신도 바쁜 일상으로부터 벗어나 편안함에 매료될 수 있는 당신만의 공간을 상상해보는 건 어떨지.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 나의 스타일을 정의하는 특별한 그 무엇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에디터
패션 에디터 / 박연경(Park Youn Kyung)
포토그래퍼
Jeremy Liebman(Marc Jacobs), Alessandro Furchino(Miuccia Prada), Adrian Gaut(Robert Evans, Gus Van Sa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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