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이 티셔츠의 소재로 쓰이기 시작한 건 꽤 오래전의 일이지만, 어디까지나 미술관 기념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뉴욕현대미술관(MoMA)과 유니클로가 협업한 SPRZ NY 프로젝트 티셔츠는 이 판도를 완전히 뒤집어놓았다.

SPRZ NY(서프라이즈 뉴욕이라 읽는다)은 뉴욕현대미술관(MoMA)에서 소장하고 있는 유명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티셔츠 디자인에 사용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유니클로의 최신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가 기존의 패션계 협업과 다른 점이 있다면 작품의 2차 가공을 불허하는 저작권법 때문에 보통 한 폭의 작품을 통째로 프린트하곤 했던 방식과 달리 작품의 일부분을 디자인 요소로 사용했고, 과정 전반에 모마의 큐레이팅, 혹은 작가의 의견이 적극 개입되었다는 점이다. 회화를 담당하는 사라 스즈키와 사진을 담당하는 에바 레스피니. 두 모마 큐레이터가 이 흥미로운 협업 과정을 더블유 코리아에 전해왔다.

SPRZ NY의 첫 프로젝트를 통해 공개된 주요 아티스트의 명단
키스 해링, 장 미셸 바스키아, 앤디 워홀, 잭슨 폴락, 로렌스 와이너, 잭 피어슨, 라이언 맥기네스, 새러 모리스 등.

아티스트 선정 기준
먼저 우리가 작가 명단과 작품을 제안하고, 이를 티셔츠로 제작했을 때 디자인 효과가 클 작품들을 유니클로 측에서 선정했다. 모마 입장에서는 현대미술의 세계적인 트렌드를 반영하도록 신경 썼다. 관람객들에게 인기가 높은 작가라 할지라도 티셔츠에는 적절하지 않으면 배제했다.

티셔츠로 재탄생했을 때 가장 놀라웠던 아티스트
잭슨 폴락. 그는 근현대미술의 판도를 파리에서 뉴욕으로 옮겨놓은, 그래서 모마를 가장 잘 대변하는 아티스트다. 티셔츠에다 그의 작품을 단순히 프린트한 것이 아니라 작품의 모티프를 분리하거나 반복하여 재해석해 완전히 새로운 잭슨 폴락 티셔츠가 탄생했다.

티셔츠에 직접 개입했던 아티스트
가장 적극적이었던 건 새러 모리스. 원래 작품의 색을 티셔츠에 적절하도록 다른 오렌지색으로 변경할 것을 먼저 제안했다. 통상적으로 아티스트들은 자신의 작품이 제품화되어 유통되는 일을 두려워하는데, 매우 예외적인 사례였다. 큐레이터의 역할이 중요한 대목이기도 했고.

이 협업을 통해 모마가 얻고자 한 가치
이건 기념품 가게도 할 수 있는 수준의 작업이 아니라 작품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이
기에 소장품의 수준을 극명하게 드러내고 대중에게 어필하는기회가 된다. 소장품 가운데역사적으로 중요한 1920~30년대의 작품을 티셔츠에 담아, 이 작품이 처음 공개되었을 때처럼 새로운 감성으로 대중에게 어필하는 분위기를 조성했고, 전도 유망한 신진 작가들의 작품도 띄울 수 있게 됐다.

큐레이터로서 줄 수 있는 작품 감상의 팁
각 티셔츠에는 태그가 달려 있고, 해당 아티스트의 약력이 적혀 있다. 사소하지만 작품을 보여주는 독특한 방식이다. 로렌스 와이너 같은 경우 자신의 약력을 3줄의 시적인 텍스트로 담아 보냈다. 따라서 이 태그 또한 ‘무료’ 예술 작품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