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뜨거운 남자, 퍼렐 윌리엄스를 뉴욕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주제는 퍼렐의 이름을 달고 나오는 단돈 1만9천9백원짜리 티셔츠에 관한 것이었다.

퍼렐 윌리엄스를 만나러 뉴욕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 최신호를 읽었다. 매년 발표하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 특집 기사가 게재된 호였는데, 뮤지션으로서 ‘거물(Titans)’ 부문에 이름을 올린 사람은 1위로 선정된 비욘세와 퍼렐 윌리엄스뿐이었다. 저스틴 팀버레이크는 이 기사에 윌리엄스를 소개하는 글을 쓰면서 ‘그가 만들어내는 모든 것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듭니다’라는 찬사로 끝을 맺었다. 실제로 2013년 음악 시장을 휩쓴 윌리엄스의 싱글 ‘Happy’를 비롯해 다프트 펑크와 협업한 ‘Get Lucky’, 로빈 시크와 함께한 ‘Blurred Lines’을 비롯해 최근의 솔로곡 ‘Marylin Monroe’ 등은 한국에서도 메가 히트를 기록했고, 이를 흥얼거리는 사람들의 표정은 모두 행복을 말하는 듯했다.

팝음악계 최고의 미다스의 손이라 불리는 퍼렐 윌리엄스는 음악만큼이나 스타일을 프로듀싱하는 데에도 도가 튼 사람이다. 낙서로 가득한 아디다스 스탠스미스,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보울러 햇 같은 90년대의 유산을 부활시킬 때도 케케묵은 그런지 룩의 답습에서 벗어나 바시티 재킷과 배기 진으로 스스로의 룩을 개발했다. BBC(Billionaire Boys Club), BGC(Billionaire Girls Club), 아이스크림 등 퍼렐이 디렉팅하는 3개의 패션 브랜드가 10주년을 맞는 동안, 루이 비통과 몽클레르 같은 하이패션 브랜드들이 앞다투어 그의 프로듀싱을 받고자 했다. 그리고 파리에서 꼼데가르송과 협업한 전시를 선보이며 패션 큐레이터에도 도전할 예정이다. 생각해보면 퍼렐이 새롭게 시도한 것 중에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았던 것은 거의 없었다.

퍼렐 윌리엄스가 유니클로와 협업해서 발표한 UT 프로젝트, ‘아이 엠 아더(I am OTHER)’ 역시 퍼렐의 팬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보통 사람’들로부터 즉각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아이 엠 아더는 퍼렐이 관여하는 모든 음악, 필름, 멀티미디어와 패션 브랜드, 섬유 기업과 유튜브 채널을 망라하는 통합 브랜드다). 루이 비통과 몽클레르를 프로듀스한 퍼렐의 다음 선택은 왜 유니클로의 티셔츠였을까?
“이번에 협업한 티셔츠와 모자에 쓰인 문구를 통해 대중에게 다가가고자 했다. 티셔츠 중 ‘싱크 아더(Think Other)’라는 문구를 프린트한 것이 있는데, 다르게 생각한다는 것은 어떤 면에서는 특별함을 부여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믿음을 사람들과 공유하는 것보다 더 훌륭한 기회는 없을 것이다.”

여기에 퍼렐은 유니클로와의 작업이 ‘다른 장르’여서 좋았다는 말을 보탰다.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반인이 오히려 관심의 대상이 되는 요즘, 자신을 포함한 아티스트들도 셀렙보다는 일반인에게서 영감을 얻기에 다양성을 경험하면서 거대 기업(유니클로)의 존재감도 함께 누릴 수 있는 기회라고 했다. 이번 UT 제품에 들어간 작품 중 일부는 미국 출신의 젊은 여성 아티스트이자 뮤직 비디오 감독인 바슈티 콜라(Vashtie Kola), 그리고 아이 엠 아더 스태프들과 함께 만든 것인데, 100% 퍼렐이 직접 만든 것은 ‘The Same is Lame(똑같은 건 시시해)’, ‘That Which Makes You Different, is What Makes You Special(당신만의 다른 점이 당신을 특별하게 만든다)’ 등 텍스트 메시지가 들어간 작품들로, 평소 그가 즐겨 쓰는 문장이라고 한다. 현대 패션에서 티셔츠는 입는 사람의 생각을 드러내는 효과적인 수단이 되어 왔다. 퍼렐은 UT를 통해 어떤 생각을 전하고 싶었던 것일까?

“남들과 같지 않은 것은 결코 틀린 것이 아니다는, 때로는 규정에 맞지 않은 것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 반드시 A, B, C, D 순서를 따르지 않거나 반드시 Z로 끝내야 할 필요도 없다. 얽매일 필요가 없다는 거다. 세상에 같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그리고 그 다름 속에서 우리는 아름다움을 발견한다.”

40세가 넘은 나이에도 여전히 ‘스웨거’의 호칭에 걸맞은 퍼렐은 하이패션이 가장 UNIQLO탐내는 패션 아이콘이기도 하다. 그는 인터뷰 장소에 ‘Think Other’라는 문구의 UT와 회색 카디건, 남색과 노란색이 섞인 바시티 재킷, 배기 진과 아디다스 스탠스미스 스니커, 샤넬 벨트와 코스튬 목걸이 차림으로 나타났다. ‘돈’으로는 절대 설명할 수 없는 스타일이었다. 럭셔리 브랜드 티셔츠의 1%에 불과한 가격의 티셔츠를 만든 것에 대해 퍼렐은 이렇게 설명한다.

“햄버거 세트를 사먹을 돈이 있으면 내가 만든 티셔츠를 살 수 있다. 분명히 말할 수 있는데, 이 티셔츠의 질은 최고다. UT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니고(Nigo)가 옷감 선택부터 아주 심혈을 기울였고 핏감도 나무랄 데 없다. 10만원 이상 하는 티셔츠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말하다 보니 ‘비싼 게 좋은 거다’는 논리를 내세우는 기계와 싸우는 기분이 든다. 내가 이 티셔츠를 입냐고? 물론이다.”
퍼렐 윌리엄스와 유니클로가 협업한 아이 엠 아더 UT는 미국에서는 19.99달러에, 한국에서는 1만9천9백원에 팔리고 있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남들과 다른 개성을 갖는다는 것은 돈을 얼마나 갖고 있느냐와 전혀 별개의 문제라면서, 이런 감성은 스스로의 자존감이 전부라는 말을 보탰다. 퍼렐이 스타카토처럼 한 단어씩 강조해 말한 이 문장들은 한 치의 거짓도 없는 진심으로 느껴졌다. 인터뷰가 끝나고 호텔에 돌아와 퍼렐의 최신 뮤직 비디오, ‘마릴린 먼로’를 돌려 봤다. 랑방이나 꼼데가르송 같은 익숙한 하이패션 브랜드의 의상과 함께, 햄버거 세트 가격의 아이 엠 아더 티셔츠를 입고 있는 패럴의 모습을 새삼 발견할 수 있었다. 정말, 엄청나게 멋지고 믿을 수 없게 진실한 남자 같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