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노는 사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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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시미어의 역사 속 스토리와 프라이빗 클럽의 숨겨진 사진, 주얼리 패션신과 모델의 비공개 컷 등 우리가 숨 쉬고 밥 먹는 그 시간에도 당장 펼쳐보고 싶은 매력적인 책은 출간되고 있다. WWD에서 꼽은 이달의 교양 서적 7선을 주목하시라.

1. 숄에 대하여
레비 스트로스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문화 인류학자인 동시에 캐시미어 컬렉터로 유명하다. 50년대 파리의 벼룩시장에서 산 것을 시작으로 30여 년간 캐시미어를 수집하며 자연스럽게 이 분야 전문가가 되었다고 한다. 캐시미어의 아름다운 색감과 패턴, 정교한 수공예 장식과 그 시대에만 알 수 있는 시대별 캐시미어의 특징 등 자신이 알고 있는 캐시미어의 아름다움에 대해 이 책을 통해 설파하고 있다. 캐시미어 숄이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던 시절에는 지금의 밍크 코트보다도 가격이 높기도 했다는 얘기도 적혀 있다. 누가 캐시미어 숄이 이렇게 다양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 생각이나 했을까? <Cashmere: A French Passion, 1800-1880>, Thames & Hudson 출판

2. 에메랄드 원석의 영광과 힘
선명한 초록빛을 띠는 에메랄드는 한 덩어리로 보면 더 아름다운 원석이다. 에메랄드를 빛낸 패션 신을 모은 이 책에는 까르띠에의 티아라와 마들레네 디트리히가 착용한 에메랄드 팔찌, 인디언 왕족을 위해 만든 5백86개의 에메랄드와 다이아몬드 세팅 왕관 등 그동안 공개되지 않은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다. 또한 마치 옛날 옛적 이야기를 듣는 듯 1912년에 만든 엘리자베스 여왕의 주얼리, 잉글랜드의 왕인 제임스 1세 시대(1603~25년) 제커비언 스타일의 주얼리, 여러 왕국에서 쓰여진 에메랄드의 역할 등 역사 속에 등장하는 스토리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설명해놓았다. <Emerald : Twenty-One Centuries of Jewelled Opulence and Power>, Thames &Hudson 출판

3. 도시의 장면들
거칠고 열광적이며 위험하기도 한 할렘가에서 벌어진 기념적인 장면을 모은 사진집이다. 열정적으로 춤을 추는 댄서들, 배우 에델 워터스의 1930년대 성가대 단원 시절, 세례를 받는 모습, 1955년에 마일스 데이비스가 촬영한 사진, 1964년의 마사 앤 더 반델라스의 사진도 담겨 있으며, 아폴로 극장의 50주년을 기념하는 1985년대의 사진까지. 시대의 흐름과 도시의 변화를 엿볼 수 있다. <In the Spirit of Harlem>, Assouline 출판

4. 비밀 상자를 열다
마이애미의 엘리트 사교 클럽인 ‘Surf Club’은 윈저 집안의 귀족과 공작 부인들, 배우 제리 루이스와 딘 마틴, 게리 쿠퍼와 아내 베로니카 발페, 프랭크 시내트라와 에바 가드너, 엘리자베스 테일러와 윌리엄 D. 등 화려한 인물들이 소속된 유명한 사조직이다. 특히 윈스턴 처칠의 행사를 준비하던 스태프들과 이곳 멤버들이 함께 찍은 스냅 사진이 유명하다. 바로 이 책에서 그러한 생생한 모습이 담긴 사진들을 볼 수 있으며, 멤버들의 사적인 사진, 파티와 관련된 것들(초대장, 음식, 메뉴판, 파티장 전경 등)을 모두 감상할 수 있다. <The Surf Club>, Assouline 출판

5. 유리 전문가의 일생
이 책은 1968년에 태어난 아메리칸 유리 제조인 제프 짐머만에 관한 첫 번째 논문이다. 건축가 마야 린과 조각가 키키 스미스, 앤 해밀턴, 피노 시뇨레토 같은 유명 아티스트들과 함께 수학하며 유리 공예를 연구한 인물로 베네치아의 유리 불기 테크닉을 이용해 만든 조명 기구나 꽃병, 양초 꽂이 등 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많은 작품을 선보였다. 그의 과거와 현재의 작품이 망라되었고, 그의 아주 개인적인 공간과 영국, 이탈리아, 한국과 미국 등 곳곳에 있는 그의 작품까지 모두 볼 수 있다. <Jeff Zimmerman>, Damiani 출판

6. 기이한 아름다움
네덜란드 화가 이헤로니뮈스 판 아컨(Jheronimus van Aken)은 생애에 대해 거의 알려진 바가 없는 독특한 화가다. 작품 역시 다른 동시대 화가들의 경향과 뚜렷한 차이를 보여 미술 역사상 가장 신비에 싸인 인물 중 한 사람. 환상적이지만 기괴하고 끔찍한 그림, 7대 죄악과 인간들의 범죄, 지옥과 악마들이 생생하게 묘사된 악몽의 세계를 그린다. 그의 작품은 모방이 많아 현재의 것들이 그의 작품이라고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오직 20개뿐이라고 하는데 그의 탄생 500주년을 맞아 완성한 이 책에 그의 모든 작품이 집대성되어 있다. 그의 가장 유명한 작품인 ‘The Garden of Earthly Belights’의 경우 책 안에 접지들을 모두 펼치면 110cm의 길이로 볼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Jheronimus Bosch: Complete Works>, Taschen 출판

7. 아름다운 베르슈카
신비로운 마스크의 모델, 베르슈카는 독일의 귀족이었다. 미국으로 건너온 뒤 단숨에 스타덤에 오른 그녀는 모델에서 배우로 영역을 넓혀가며 한 시대를 풍미한 인물이다. 이 책에는 그녀가 60년대에 찍은 아름다운 화보들이 실려 있는데 숨어 있어 빛을 보지 못하다가 최근 우연히 발견한 사진들로 구성되어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로마의 카프리와 사르데냐에서 찍은 사진들이 주를 이룬 덕분에 이탤리언 패션을 읽을 수 있는 귀한 자료가 될 듯하다. <Veruschka: From vera to Veruschka/The unseen photographs by Johnny Moncada>, Rizzoli New York 출판 글 | Lorna Koski

에디터
패션 에디터 / 김한슬
포토그래퍼
WWD/MONTRO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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