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로 말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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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은 여자를 말하는 수단이자 타인의 마음을 효과적으로 획득하는 무기다. 신록이 예찬받아 마땅한 이 시기에, 당신을 더욱 빛나게 물들이는 두 가지 색이 여기에 있다.

BLUSH POWDER
컨템퍼러리 아트, 트라이벌, 스포티즘과 메탈릭 그래픽. 이번 시즌의 굵직한 트렌드들은 2014년에 맞게 현대적이라는 점을 제외하고는 공통의 교집합을 찾기가 힘들었다. 특히, 테마를 드러내는 주요 룩만 모아놓고 보면, 디자이너마다 강조한 색이 다 다르기에 이 점이 더욱 분명해진다. 하지만 오프닝부터 피날레까지 전체 룩을 전개도처럼 펼치면, 많은 디자이너들이 상업성을 고려해 배치한 색은 상당히 비슷하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연분홍색, 살구색, 연어색을 아우르는 ‘파스텔 핑크’ 계열로, 파우더처럼 보송보송한 질감이며 치크 파우더와 거의 비슷한 색이라 ‘블러시 컬러’라고 총칭되기도 한다. 상하의에 모두 아침처럼 상쾌한 연핑크색을 사용한 발맹, 살구색과 분홍색을 거의 기본 색처럼 적극 사용한 디올, 연어색 러플 장식으로 현대적인 히피 이미지를 만든 이자벨 마랑, 스포티즘에 분홍색을 결합한 존 갈리아노와 그야말로 솜사탕처럼 달달한 분홍으로 컬렉션을 만든 로샤 등 파리 디자이너들이 앞장섰고, 질 샌더, 필로소피, 펜디, 버버리 프로섬 등 다른 유럽 도시에서도 여성성을 강조하는 룩에는 어김없이 블러시 컬러가 사용되었다. 이 색이 흥미로운 이유는 옷을 입는 것만으로도 메이크업에서 블러시를 사용한 듯, 피부 톤도 어린 소녀의 얼굴처럼 보이는 효과가 있다는 것. 스모키나 레드 립보다는 맑고 깨끗하게 하는 편이 좋겠다.

1. 종이접기 방식의 커팅이 특징인 덱케의 직사각형 클러치.
2. 나비 모양과 투명, 핑크 다이아몬드가 어우러진 반 클리프&아펠의 반지.
3. 산뜻한 분홍색의 렌즈가 돋보이는 선글라스는 질 스튜어트 제품.

MULTI RAINBOW
각 컬렉션 간의 트렌드적 교집합이 없는, 그리하여 공통적으로 쓰인 시즌의 메가 히트 컬러가 없다는 사실은 이번 시즌의 색을 더욱 다채롭게 만든 주요 원인이기도 하다. 봄/여름은 원래 색이 강세인 시즌이지만, 지난 몇 년간의 봄 시즌을 돌아봤을 때도 이처럼 색이 다양하게 등장한 적이 드물었다. 갖가지 색을 쓰다 쓰다 못해 한 피스 안에 적어도 4~5가지 이상의 색을 동시다발적으로 사용한, 그리하여 무슨 색이냐 묻는다면 절대 대답하기 힘든 룩이 전 도시에 걸쳐 골고루 눈에 띄었다. 총천연색 그물망으로 된 드레스를 쇼츠 위에 매치한 알렉산더 매퀸, 검정 주름 사이사이에 ‘화면조정’을 연상시키는 원색의 비즈를 그래픽적으로 배치한 지방시, 팬톤 컬러 칩을 보는 듯한 프린트의 드레스와 블라우스 시리즈를 만든 샤넬, 수십 가지 색의 인덱스처럼 보이는 천 조각 패치워크 기법을 사용한 샬라얀프린, 무지개색 비즈의 사용법을 보여준 에밀리오 푸치톰 포드, 구찌 등 거의 모든 컬렉션에서 멀티 컬러로 구성된 룩을 선보였다. 칼 라거펠트의 말대로 10년 전에는 5가지 이상의 컬러를 프린트하는 것이 불가능했지만, 최근 비약적으로 발전한 그래픽 프린트 기술로 소재의 다양화를 이뤄낸 결과다. 컬러 블록을 이용하는 것보다는 룩 전체를 멀티 컬러로 택하고, 액세서리를 최소화하는 것이 스타일링의 정석이다.

1. 스파이크에 다양한 색을 넣어 표면에 배치한 핸드백은 크리스찬 루부탱 제품.
2. 브랜드 로고에 무지개색을 넣어 베젤에 장식한 시계는 베르수스 제품.
3. 색색의 프린트를 그래픽적으로 배치한 펌프스는 세컨드 플로어 제품.

에디터
패션 디렉터 / 최유경
포토그래퍼
JASON LLOYD-EVANS
기타
COURTESY OF ETRO, CHRISTIAN LOUBOUT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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