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그를 ‘아이콘’이라고 말한다. 그가 아메리칸 프레피 룩을 대변하는 상징적인 디자이너라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역사’ 혹은 ‘전통’ 등의 단어로만 타미 힐피거를 형용하기엔 아쉬움이 있다. 타미 힐피거는 동시대의 문화에 역동적으로 반응하는 동시에 그를 브랜드 아이덴티티에 재빠르게 이식하며 끊임없이 진화 중이기 때문이다.

디자이너 타미 힐피거와 함께 포즈를 취한 아이린. 아이린이 입은 타탄체크 터틀넥 니트 풀오버와 주름 장식 랩스커트와 웨지힐 부츠는 모두 Tommy Hilfiger 제품.

디자이너 타미 힐피거와 함께 포즈를 취한 아이린. 아이린이 입은 타탄체크 터틀넥 니트 풀오버와 주름 장식 랩스커트와 웨지힐 부츠는 모두 Tommy Hilfiger 제품.

지난 2014년 2월 10일 오전 11시, 높은 빌딩 숲 사이로 부는 날카로운 겨울바람을 뚫고 타미 힐피거 쇼장에 도착한 게스트를 맞이한 것은 눈이 소복이 쌓인, 고요하고 포근한 산장이었다. 2014 S/S 시즌 그는 런웨이에 캘리포니아 해변의 모래사장을 펼쳐 보였고, 그 앞 시즌에는 거대한 아이비리그의 서가를 재현했기에 아마 게스트들은 이번에도 뉴욕에서는 보기 힘든 큰 규모의 세트를 기대했을 것이다. 물론, 멋진 세트는 그 기대를 충족시키기 충분했지만 그것 뿐만이 아니었다. 현대적으로 변형된 타탄체크, 울, 벨벳과 네오프렌을 결합한 신소재, 아웃도어 스포츠웨어의 디테일을 장착한 위트 넘치는 액세서리들, 그리고 낚시, 등산 등 아웃도어 스포츠웨어에서 영감을 얻었지만 지금 당장 당신 옷장의 그 어떤 옷과 매치해도 멋지게 어울릴 아우터들! 쇼가 열리기 사흘 전, 뉴욕 타미 힐피거 오피스와 같은 건물 내의 대형 스튜디오인 허드슨 스튜디오 프리뷰 현장에서 만난 타미 힐피거는 곧 선보일 컬렉션에 무척이나 흥분된 모습이었다. 인터뷰 장소에 설치된 스크린에는 무드보드 이미지가 차례로 보여졌고, 널따란 스튜디오를 가득 채운 옷과 액세서리를 최종 점검하는 스태프들의 손놀림에서는 긴박감과 설렘이 동시에 느껴졌다. “이게 바로 제가 뽑은 이번 시즌 베스트 아우터예요!”

아이비리그의 말끔한 숙녀들보다 사진 찍히기를 즐기는 SNS 스타들에게 더 어울릴 듯한 경쾌한 디자인의 보머 재킷과 코트를 각각 두 벌씩 행어에 걸며, 자랑스러운 어조로 타미 힐피거가 말했다. 그렇다. 브랜드 초창기, 스눕독이나 닥터 드레 같은 힙합 스타들에게 옷을 입히고 MTV를 공격적인 마케팅의 토대로 삼으며 엄청난 성공을 거둔 타미 힐피거가 지금 올인하는 것은 바로 SNS. 이번 쇼에서는 엄청난 팔로워를 거느린 SNS 스타인 한국 모델 아이린과 전 세계에서 초대된 여배우들이 퍼스트로를 공유했고, 쇼장 앞에는 쇼 관련 비주얼 자료를 그 자리에서 다운받을 수 있는 ‘소설 컨시어지’라는 이름의 부스가 마련됐으며, 전 세계의 파워풀한 인스타그램 이용자 20명이 인스타미트 (InstaMeet)를 통해 타미 힐피거 쇼를 관람했다.

두 가지 색상이 조화된 니트 판초와 군청색 스커트, 레이스업 부티는 모두 Tommy Hilfiger 제품.

두 가지 색상이 조화된 니트 판초와 군청색 스커트, 레이스업 부티는 모두 Tommy Hilfiger 제품.

<W Korea>와의 촬영을 몇 번이나 중단해야 했을 만큼, 오늘 당신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바로 어제까지도 헤어와 메이크업, 모델 선정, 피팅 및 스타일링 등 세세한 것을 점검하기 위해 수도 없이 회의를 했다. 다행히도 우리에겐 이 모든 것을 하나의 일관된 지점을 향해 끌고 갈 수 있는 환상적인 팀이 있고, 나 자신 또한 에너지가 넘치고 모든 것이 정신없이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이나 분위기를 한편으로는 즐긴다. 방금 전에도 <더블유 코리아>와의 촬영을 위해 새로운 스타일링을 고민하다가 런웨이에서 선보일 좋은 아이디어를 얻었다!

최근 줄곧 크고 화려한 세트를 선보여왔다. 이번 시즌에도 그러한가?
그렇다. 세트 디자인은 쇼를 한층 풍요롭게 해주고 무대 위의 ‘소녀’들에게 생명을 불어넣어주니까.

이번 (2014 F/W) 타미 힐피거 컬렉션 피스를 살펴보니, 클래식한 요소들과 동시대적이고 젊은 요소들이 아주 잘 믹스된 느낌이었다. 예를 들어 체크 패턴은 클래식이지만, 이를 이어 붙인 방식은 새로웠고, 결과적으로 아주 다른 느낌의 룩이 탄생했다.
디자인을 할 때 즐거운 부분은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 간의 정확한 균형을 찾는 것이다. 나는 항상 클래식한 실루엣과 구조, 혹은 스타일을 새로운 직물과 색상 및 디테일을 통해 새롭게 표현하고자 노력해왔다. 이번 시즌 이러한 성향이 폭발적으로 나타났고, 덕분에 현재의 타미 힐피거 걸을 위한 새로운컬렉션을 선보일 수 있게 됐다.

요즘 젊은 여성들이 어떤 옷을 입고 싶어 한다고 생각하나?
옷을 입고 있을 때 자신감을 느껴야 한다는 것이 첫 번째다. 하지만 요즘 젊은 여성들은 이와 동시에 편하고 클래식하며 신경 쓰지 않은 듯 보이는 룩을 좋아한다. 이러한 룩에서 풍기는 여유로움이 매우 매력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내년이면 30주년이 된다. 브랜드 초창기와 지금을 비교하면 가장 큰 차이가 무엇일까?
가장 큰 차이는 바로 ‘속도’다. 30년 전에는 온라인 판매와 SNS, 블로그가 없었으니까. 타미 힐피거라는 브랜드를 시작할 당시에는 패션쇼를 소비자들이 접할 때까지 6개월 정도가 걸렸다. 지금은 패션쇼가 인터넷 매체와 SNS를 통해 전 세계로 생중계되지만.

당신 자신과 브랜드 타미 힐피거는 최근 몇 년 새 진행된 이 새로운 현상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나?
나는 이것을 아주 멋진 기회라고 생각한다. 소셜미디어 덕에 모든 사람들이 어떤 사건이나 이슈에 관해 자신의 의견이나 해석을 내놓을 수 있다. 특히 태생적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것’을 좋아하는 패션계는 이 미디어와 아주 잘 맞는다. 우리는 따로 팀을 만들어 소셜미디어에 지속적으로 접근, 그 안에서 타미 힐피거의 입지를 구축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이번 2014 F/W 시즌 쇼장에서도 SNS와 관련된 다채로운 이벤트를 경험할 수 있을 거라고 들었다.
그렇다. 먼저, 쇼장 앞에 설치될 ‘소셜 컨시어지’에서 쇼에 참석한 게스트들과 전 세계 타미 힐피거 마니아들이 쇼가 끝나고 곧바로 백스테이지 사진과 모델의 자필 메시지 등원하는 자료를 다운받을 수 있게 했다. 세계 곳곳에서 초대된 20여 명의 인스타그램 이용자들과 함께하는 최초의 패션쇼 인스타미트(InstaMeet) 또한 기대가 크다. 쇼에 초청된 20명의 파워 인스타그래머들은 쇼를 관람하는 것은 물론 쇼가 시작하기 직전에 세트와 백스테이지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될 것이다. (이들의 리포트는 쇼 시작 직전부터 #tommyfall14 혹은 #nyfwinstameet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전 세계의 소셜미디어 유저들에게 퍼져 나갔다.)

끝단이 거칠게 처리된 러플 장식 체크 셔츠와 미니스커트는 Tommy Hilfiger 제품.

끝단이 거칠게 처리된 러플 장식 체크 셔츠와 미니스커트는 Tommy Hilfiger 제품.

‘전통’, 혹은 ‘클래식’이라는 단어는 타미 힐피거에게 아주 중요한 모티프다. 하지만 이런 소셜미디어들이 부추기는 속도감 때문에 대중이 소비하는 패션은 점점 더 빠르게 변해 트렌드나 유행이라는 것이 거의 일회용이라고 느껴질 정도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테크놀로지의 발달과는 상관없이, 나는 언제나 뛰어난 스타일을 최고의 가치로 두었다. 패션계에 몸담은 40년이란 시간 동안 얻은 단 하나의 교훈은, 스타일은 일시적인 트렌드를 뛰어넘는 변치 않는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타미 힐피거를 론칭한 1985년대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당신이 디자이너로서 경험한 시간 중 가장 강렬한 순간은 언제였나?
오, 나는 우리 브랜드의 역사와 함께 경험한 믿을 수 없는 모든 순간을 돌아보는 시간을 무척 좋아한다. 특히 좋은 기억들은 주로 음악과 관련되어 있다. 지금 막 뇌리를 스치는 장면은 1999년 롤링스톤즈의 ‘No Security’ 투어 후원부터 비욘세의 트루스타 퍼퓸 공동 작업, 지난해 웨스트 할리우드의 플래그십 매장 오픈을 기념하기 위해 열었던 알리샤 키스와 건즈 앤 로지스의 멋진 콘서트 등이다.

타미 힐피거를 대변하는 세 가지 단어를 꼽는다면?
Classic, American, Cool. ‘프레피’ 또한 중요한 단어일 것이다. 맞다. 타미 힐피거라는 브랜드의 헤리티지, 그 중심에 있는 이스트 코스트의 클래식한 대학생 스타일은 언제나 영감의 원천이 된다. 프레피 스타일은 멈추지 않고 진화하고 있고, 그것이 내가 그 스타일을 사랑하는 이유다.

프레피 룩에 대한 당신의 첫 번째 기억이 궁금하다. 특별히 프레피 룩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
17세에 처음 집을 떠나 케이프코드라는 부티크 숍에서 일을 하며 여름을 보냈는데, 거기서 클래식한 프레피 스타일에 대한 각기 다른 스타일과 해석에 눈을 떴다. 프레피 하면 동부 아이비리그의 엄격하고 딱 떨어진 교복 스타일을 떠올리는데, 케이프코드 부티크 숍에서는 서부 샌타모니카 비치의 자유로운 라이프스타일이 느껴지는 새로운 프레피 룩을 접할 수 있었다. 클래식하지만 동시에 쿨한 감성을 가진 사람들과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은 곧 바로 타미 힐피거의 DNA가 되었다. 잘 재단된 블레이저, 셔츠와 매치된 편안한 반바지와 플립플롭, 그리고 그들의 자연스럽게 태닝된 피부와 미소 등이 굉장히 멋졌던 기억이 난다.

‘프레피’를 주요 콘셉트로 하는 다른 브랜드와 타미 힐피거를 구별하는, 타미 힐피거만의 프레피 룩이란 어떤 것일까?
나는 정통 프레피 룩이 아닌, 유쾌하고 유니크한 프레피 룩을 만들고 싶었다. 프레피 룩의 아이코닉 아이템인 네이비 블레이저를 예로 들면, 여기 주름이 잘 잡힌 팬츠보다는 디스트로이드 데님을 매치하는 식이다. 혹은 셔츠 소매 밑단에 선명한 색이나 재미있는 패턴을 숨겨놓아 단정한 셔츠의 소매를 걷었을 때 깜찍한 ‘반전’을 경험하게 하는 것도 매우 타미 힐피거다운 것이다. 나는 아티스트나 뮤지션 같은 주변의 친구들에게서 많은 영감을 받았는데, 타미 힐피거를 론칭하기 전, 친구와 함께 운영한 피플스 플레이스(People’s Place)라는 숍에서 빈티지 데님과 샴브레이 등의 소재로 여러 가지 시도를 했던 게 기억난다. 2010년의 아이코닉 컬렉션, 2011년 <True Prep>의 저자 리사 번바흐와 함께한 프렙 월드 캡슐 컬렉션, 현재 진행 중인 트루투더블루 캡슐 컬렉션도 모두 그 연장선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은 미국의 아이코닉한 요소를 집대성한 <Iconic America>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 미국의 어떤 점이 당신에게 영감을 불러일으키나?
미국 내 사람과 문화, 전통과 스타일의 다양성을 좋아한다. 종종 다양한 역사를 구성하는 상징적인 인물과 장소, 물건 등 미국적인 빈티지 아이템에서 영감을 받는다. 제임스 딘의 피코트, 그레이스 켈리의 트렌치, 데보라 헤리의 후드 스웨트 셔츠, 모노폴리와 미키 마우스부터 시내트라, 프레드 아스테어에 이르기까지 모든 미국의 팝 컬처가 내 영감의 원천이다. 목표는 언제나 클래식 아메리칸 스타일에 신선한 변화를 주는 것이다.

가장 최근 당신에게 영감을 준 요소를 꼽는다면?
여배우 주이 디샤넬의 유머와 세련미는 나로 하여금 오드리 헵번을 추억하게 한다. 그녀와 함께 만든 16가지의 드레스가 캡슐 컬렉션의 형태로 4월 14일에 첫 공개될 예정이다.

좋아하는 예술가가 있는지?
팝아트 광팬이다. 특히 미국의 팝 문화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앤디 워홀을 존경한다.

올초, 서울 가로수길에 꽤 큰 규모의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었다. 이 매장 오픈은 어떤 의미를 가지나?
전 세계가 음악과 패션 및 대중문화에서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한국을 주목하고 있다. 한국은 재미있고, 역동적이며 매우 경쟁적인 패션 시장이다. 이러한 도시의 가장 패셔너블한 지점에 우리의 라이프스타일과 브랜드 정신을 궁극적으로 표현한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한다는 것은 매우 큰 의미가 있다. 나는 타미 힐피거가 ‘클래식’을 가장 모던하게 변주하는,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브랜드이기를 바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