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시태그는 방대하고 막막한 SNS의 바다에서 사람들이 띄워놓은 부표, 파랗게 반짝거리는 불빛이다. #눌러보세요.

옥스퍼드에서 선정한 2013년의 단어는 ‘셀피(selfie)’, 한편 ‘해시태그(hashtag)’는 미국 언어연구회에서 정한 2012년의 단어였다. 미국의 언어 조사 기관인 ‘글로벌 랭귀지 모니터’에서 지난해 영어 사용권 온오프라인 미디어에서 사용된 단어의 빈도수를 조사한 결과로는, 인터넷 오류 메시지에 뜨는 ‘404’ 그리고 ‘fail’에 이어서 세 번째로 자주 등장한 낱말이기도 하다. 단어 앞에 ‘#’ 표시를 붙여 주제어를 표기하는 해시태그는 트위터, 인스타그램, 텀블러 등에서 사용하고 있었는데 뒤이어 페이스북에서도 2013년 6월부터 도입하면서 본격적으로 SNS의 핵심 기능이 되었다. 게시물 속의 다른 단어와 차별화되는 점은 #을 붙이면서 링크가 생성돼, 클릭하면 검색 결과를 보여준다는 것. 예를 들어 ‘iphone’이라는 낱말을 그냥 썼을 때와 다르게 ‘#iphone’으로 쓰면 이 해시태그를 포함한 다른 게시물들까지 한꺼번에 볼 수 있다. 인기 있는 해시태그의 경우에는 트위터의 ‘트렌드’ 창에 올라가 사람들의 최근 관심사를 반영한다. 3월 11일 현재에는 #소녀시대 미스터미스터 #SXSW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 텍사스 주 오스틴에서 열리는 대중음악 및 영화, 인터랙티브 콘퍼런스), #MalaysiaAirlines등이 인기 해시태그로 올라 있다.

해시태그는 이슈를 모아 보고 검색을 편리하게 하기 위해 도입되었지만, 사용자들이 반드시 그런 목적으로 쓰고 있지는 않다. 해시태그를 단 영역은 푸른색으로 도드라져 보이기 때문에 단순한 감탄사나 강조 기능으로 쓰기도 하며, 특정 주제에 대한 관심과 지지를 드러내는 메시지로도 활용한다. 지난해 8월 29일에는 마이클 잭슨의 생일을 맞아 그를 추억하는 인터넷 해시태그 이벤트가 벌어지기도 했다. 인스타그램에서 마이클 잭슨의 사진 혹은 직접 부르고 춘 그의 노래나 춤을 동영상에 담아 #MJWeAreOne이라는 해시태그를 붙여 업로드하면 모여 보여주는 이벤트를 연 것. 비슷한 방식으로 윤종신이 대표로 있는 기획사 미스틱89에서는 해시태그를 활용해 ‘투개월’의 디지털 싱글 뮤직 비디오를 제작했다. 연인과의 행복한 순간, 또는 다퉜던 순간의 사진과 영상을 업로드하면서 #mystic_valentine을 붙이면 이를 모아 소스로 활용한 것. 소치 동계올림픽 직후 트위터에는 피겨 은메달을 딴 김연아 선수에 대한 경의를 담은 #연아야고마워라는 한글 해시태그가 6만 건 넘게 올라왔다. 미국 쇼트트랙 선수인 셀스키 @jrcelski는 ‘빅토르 안이 금메달을 따는 걸 봐서 정말 좋다. 이 종목에 대한 노력에 존경을 느낀다’며 #worldclass라는 해시태그를 붙이기도 했다. #Sochi2014 같은 공식 해시태그가 있지만, 이런 식으로 무수한 스토리가 생겨나는 건 비공식적이고 감성적인 영역에서기도 하다. 얼마 전의 아카데미 시상식 역시, #Oscars2014라는 해시태그로 접근해서 시상식에 대한 실시간 정보를 얻을 수 있었지만 유저들은 ‘불쌍한 레오(#PoorLeo)’ ‘레오에게 오스카를(#GiveLeoAnOscar)’ 등의 해시태그를 올리며 유독 오스카와 인연이 없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놀리는 오락에 창의적으로 활용했다.

이렇게 해시태그는 검색 키워드이며 메시지인 동시에 유머의 코드, 나아가 트위터 공간에서 번지는 일종의 집단 창작 놀이가 되었다. 국내 트위터 유저들 사이에는 하나의 단어가 아니라 문장 형식의 해시태그가 유행하고 있기도 하다. #남들은_겪어보지_못했을_경험을_말해보자 #1998년에_다들_뭐하셨나요 #알바_경험을_살려_유익한_정보를_말해보자 #8년전_자신에게_절대_믿지못할_말을_해_보자 #명작_동화를_위험하게_만들어보자 등. 이 가운데 ‘#명작의_제목에_치킨을_넣어보자’라는 해시태그를 누르면 ‘치킨과 함께 사라지다’ ‘치킨을 위한 나라는 없다’ ‘치킨의 50가지 그림자’ ‘시간을 달리는 치킨’ 등의 게시물이 줄줄이 나온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가벼운 앙케트 또는 기지를 발휘하는 패러디 게임, 자신만의 스토리텔링의 소재로 활용되고 있는 셈이다.

공식 계정의 팔로어 수가 브랜드의 인지도와 파워를 가늠하는 지표라면, 개별 사용자들이 자발적으로 달아서 올리는 해시태그는 그 반대 방향으로 브랜드가 어떻게 소비되고 있는지의 양상을 보다 다층적으로 섬세하게 보여준다. 인스타그램에서 #chanel 해시태그를 입력하면 6백8만여개의 게시물이, #nike는 2천3백47만여 개의 게시물이 뜬다. 당연히 브랜드나 제품을 홍보하는 마케터들에게 유혹적인 툴일 수밖에 없다. 지난 뉴욕 패션위크 기간 중에 팔로어가 1천9백만 명까지 늘어난 마이클 코어스의 경우, #WhatsInYourKors 같은 해시태그를 적절하게 활용해 유저들의 참여를 유도한 게 유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나의 주제에 대한 소통이 활발해지고, 사용자들이 관련 게시물에서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기 때문에 해시태그는 광고 매출에도 도움이 된다. 페이스북에서 해시태그를 도입한 데는 분명 이런 고려가 있었을 것이다. 지난달 미국 슈퍼볼 기간에 방송된 TV 광고 52개 가운데 절반이 해시태그를 넣었는데, 예를 들어 싸이를 모델로 쓴 원더풀 피스타치오 광고에는 #CrackinStyle을 삽입했다. 하지만 마케터들이 탐내는 영역인 해시태그는, 그들의 기획이
나 의도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점에서 까다롭고 예민한 도구이기도 하다. 맥도날드가 대표적인 재난 케이스. 고객들에게 맥도날드에 대한 즐거운 스토리를 올려달라며 #McDStories라는 해시태그를 만들었지만 이걸 생각해내고 처음에 의기양양했을 SNS 담당자의 의도와는 다르게, 이 해시태그와 함께 올라온 글들은 ‘맥도날드 맛없다’ ‘비위생적이다’ 하는 혹평과 험담이 대부분이었다. 빅맥 세트 하나 상품으로 주는 보상도 없었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말이다.

SNS 환경은 완벽하게 통제되는 인큐베이터가 아니다. 유저들의 자발적 참여와 개입이 변수로 작용해, 예측할 수 없는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우주이며 해시태그 역시 그 안에서 자라나 숨쉬는 생태계의 일부다. 흥미로운 사실 하나, 인스타그램에서 가장 많은 게시물 수에 올라 있는 해시태그는? 바로 사랑 #love다. 이걸 눌러 보면 자신의 셀피부터 연인의 사진, 새로 산 신발, 아이스크림, 아이, 강아지, 휴대폰, 애완 뱀까지 제각각의 다양한 이미지가 나온다. 가장 보편적인 단어가, 하나로 묶이기 어려운 다양한 주제에 갖다 붙이는 가장 인기 있는 해시태그라는 점은 아이러니 하다. 아마 이 #love야말로 SNS 에서 모든 브랜드와 회사 담당자들이 궁극적으로 얻고 싶어 하는 목표일 거라는 점에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