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할 수 밖에 없는 그녀, 케이트 윈슬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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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력을 검증받은 영국 배우이자 세 아이를 둔 워킹 맘이며, 내숭 떨기보다는 욕을 입에 달고 사는 화끈한 여자. 우리가 사랑할 수밖에 없는 케이트 윈슬렛의 맨 얼굴이다.

서섹스 근교에 위치한 그녀의 집 근처 카페에서, 임신한 상태의 케이트 윈슬렛과 마주 앉았다. 그녀는 아기들에게 옹알이로 말을 걸고, “네 핑크색 선글라스 정말 멋지다”며 어린 소녀에게 지분거리는 데 열심이다(“전 완전히 애들 생각밖에 없어요”라고 고백할 정도다). 이런 그녀를 보는 사람들은 오스카 수상자가 자신의 아이에게 관심을 보이는 것이 언제나 일어나는 몹시 평범한 일인 척하며 평정을 유지하기 위해 무진 애를 쓴다.

사실, 케이트 윈슬렛은 태생부터 빛나는 사람은 아니었다. 우연히 동세대 최고의 여배우 중 하나가 되었으며, 어쩌다 상습적으로 상을 타고(골든 글러브 9회 노미네이트 가운데 3번 수상, 에미상 하나, 그리고 앞으로 몇 번 더 받을지 모르지만 오스카까지 하나), 게다가 랑콤의 간판 모델까지 되었지만, 출신은 영국 레딩 출신의 평범한 소녀였다. 소탈하고 친절한 것이 그녀의 재능이라면 재능이다. <더 리더>로 오스카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후에는 거의 쏟아내듯 수상 소감을 발표했는데, 마침내 상을 받기까지 무려 여섯 번이나 후보에 올랐었으니 그 정도는 봐줘도 될 것 같다. 진 팬츠에 튼튼한 부츠를 신은 케이트는 귀농하면 잘 어울릴 것 같은 차림이다. 집을 수리 중이라 나를 점심에 초대하지 못한 데 대해 미안해했는데, 그녀에게서 아주 약간이나마 ‘할리우드’를 연상시키는 것은 오버사이즈 프라다 선글라스 정도였다. 약간의 마스카라와 틴티드 모이스처라이저 외에는 화장을 하지 않았다. 사랑스러웠지만, 얼굴의 주름 하나하나를 펴지 않은 서른여덟의 셀레브리티 앞에 앉아 있는 것은 어색한 일이었다. 나이 드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자 그녀는 어깨를 으쓱한다. “괜찮지 않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모두 받아들이는 것의 문제고, 어떤 사람에게는 그게 좀 더 쉬운 일이에요. 지금까지는, 저는 다 문제없어요.”

케이트는 최신작 <레이버 데이>에서 다시 한번 주연상에 걸맞은 연기를 보여줬다. 그녀는 광장공포증을 앓고 있는 우울한 싱글맘 아델 역을 훌륭하게 소화했다. 십대 아들인 헨리를 지키기 위해 간신히 자신의 존재를 붙들고 있는 역할이다. 집으로 찾아온 탈옥수가 그들을 인질로 잡은 어느 주말, 그들의 인생은 완전히 뒤바뀌게 된다. “아델이라는 캐릭터에서 좋았던 점은, 그녀가 아들을 위해 뭔가 할 수 있다는 점이었어요. 그건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고, 그녀 안의 슬픔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들어요. 이전까지의 삶이 어땠든지 상관이 없고, 어머니로서 오직 그래야 한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걸 견뎌내는 건 정말 대단한 일이죠. 풀 타임으로 일하는 엄마들은 진정한 영웅이에요.” 이 영화에는 어두운 구석이 많다. 케이트는 지금까지 까다롭고 알 수 없는 캐릭터들에 현실감을 부여하는 연기를 펼쳐왔다. <더 리더>에서의 글을 읽을 줄 모르는 나치, <레볼루셔너리 로드>에서의 무너지는 결혼 생활 속의 아내, <밀드레드 피어스>의 불운한 여자 역할처럼 말이다. 그러나 지금 그녀 자신의 삶은 퍽 장밋빛을 띠고 있다.

간략히 요약하자면 이렇다. 영화감독 샘 멘더스와의 결별 이후, 2010년 케이트는 이제 열세 살이 된 딸 미아(조감독 짐 트리플턴과의 첫 번째 결혼에서 낳은 아이) 그리고 멘더스와의 사이에서 낳은 여덟 살짜리 아들 조를 데리고 영국으로 다시 옮겨왔다. 1년 후, 버진그룹 회장인 갑부 리처드 브랜슨 소유의 섬에서 휴가를 보내던 중, 그녀는 브랜슨의 조카인 네드 로큰롤을 만나게 된다. 마치 동화처럼, 그녀는 불이 난 집에서 브랜슨의 연로한 어머니를 안전하게 구조해냈다. 모든 것이 이토록 로맨틱하니 ‘그리고 그들은 결혼해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하는 결말로 끝난대도 놀라운 일은 아니다. 두 사람은 실제로 그렇게 했고, 내가 그녀를 만났을 때는 그의 첫아이 출산을 앞두고 있었다.

삶이 이렇게 황홀하다면, 배우는 어떻게 어둠을 연기할 수 있을까? “알 게 뭐예요.” 그녀가 명랑하게 대답한다. “솔직히 말해서, 스스로의 마음을 잘 속여 넘기게 되는 것 같아요. 연기는 젠장, 정말 무서워요. 저는 아직도 순간순간 ‘못하겠어. 다들 내가 완전 후지다고 생각할 거야’라는 기분이 들 때가 있어요. 저를 정말 겁에 질리게 했던 장면들이 있죠. <레이버 데이>에도 하나 있었고, <더 리더>에서의 법정 장면 전체도 그랬구요. 좀 창피하지만 전 종종 토해요. 아드레날린 때문이죠. 축구 경기에서 패널티킥 차기 전에 토했던 게 지단이었나요?” (2004년 유로리그에서였다.) 그녀는 잠시 멈추더니 미소를 짓는다. “이렇게 이야기하다 보니 제가 쿨해 보이네요. 아들이 좋아할 거예요.”

경계를 늦춘 채 따뜻하고 재미있으며 거침없는 것이 케이트의 수다 스타일이다. 자신의 사생활에 대해서는 부드럽게 보호하는 태도를 보이는 그녀는 “삶에 이런 새로운 챕터를 맞은 건 정말 믿을 수 없는 행운”이라고 느끼지만, 가족을 노출하는 데 선을 긋고 있기도 하다. “우리가 같이 있는 사진이 언론에 보도된 적은 거의 없죠.” 그녀는 의심의 여지 없이 사랑에 푹 빠져 있지만, 결혼 생활에 대해 미주알고주알 떠들지는 않는다(스물두 살, 첫 번째 결혼에서는 그랬다). 대신 모든 것을 사생활의 영역으로 남겨둔다. “네드와 제가 결혼했을 땐, ‘전화로 얘기하지 마!’라고 할 정도였죠. 슬픈 건, 대중의 시선을 받아본 사람이라면 누구든 전화기가 도청될 거라고 생각하게 된다는 점이에요. 지금도 사적인 대화를 나누게 되면 ‘전화로 얘기하지 마’라고 말할 거예요.”
영국의 언론은 케이트가 뉴욕에 사는 동안 그리워하지 않았던 단 한 가지다. “초기에는 스스로를 방어해야 한다고 느꼈어요. 영국 언론은 정말 심술궂게 굴거든요. 왜 가끔씩은 누군가를 칭찬할 수 없는지 이해가 안 돼요.” 사실이다. 그녀가 그 오스카 나부랭이 중 하나를 가지고 있긴 하지만(트로피는 화장실에 보관 중이다), 그와 상관없이 주제 넘는 간섭을 당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알 게 뭐예요!” 케이트가 웃는다. “누군가 성공하면 스스로를 뭔가 특별한 사람으로 여길 거고, 그러니까 콧대를 꺾어줘야 한다는 식으로 언론은 행동하죠. 하지만 저는 제가 전혀 특별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진실은 제가 저의 소박한 삶, 다른 모든 것을 떠난 소박한 삶을 정말로 사랑한다는 거예요. 저는 터덜터덜 걸어 다니고, 친구를 만나고, 저녁 식사를 준비해요. 이상해요. 생선튀김과 영화 촬영장이라는 두 세계는 너무 다르지만 어머니인 여배우는 그 두 세계를 모두 겪어야 해요. 당연히 요리를 해주고 운전을 해주는 일손을 부릴 수도 있죠. 하지만 그러면 제가 행복하지 않을 거예요. 저는 제 아이들이 그런 식으로 자라는 걸 원하지 않아요.”
“사실 언론에 나오는 어떤 것도 읽지 않아요. 그랬다가는 제가 미친 사람이 될 테니까요.” 케이트가 고개를 흔든다. “누구도 제 삶에 진짜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지 못해요. 정말이에요, 결국 중요한 건 제가 어떤 식으로든 망하지 않았다는 거예요.”

그녀는 의심의 여지 없이 자신의 아이들을 사랑하고, 그들은 가장 중요한 존재다. “‘유일하게’ 중요한 존재죠.” 그녀가 단호하게 말한다. “다른 사람의 삶이나 결정에 대해 말할 권리는 아무에게도 없어요. 누군가의 진실을 알기 전까지는 이러쿵저러쿵 판단하기가 정말 쉽죠. 사람들은 전혀 아무 생각이 없어요. 제가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건, 삶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서 저를 이리로 이끌어왔는지 말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에요. 제가 일순간 멋진 것을 얻게 되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얼마나 행운인지, 심지어 설명을 시작할 수조차 없어요.” 그녀는 음성에 점점 힘을 실으며 선글라스를 벗는다.
“아이를 가졌다는 사실에 대해 언론에서 불친절하게 보도하는 나라에 살고 있다는 건 무척이나 슬픈 일이에요. 한 사람의 사생활을 공개적으로 그렇게 다룰 수 있다는 사실은 정말로 저를 당황하게 만들어요. 제가 결혼하지 않은 채로 사랑에 빠지고 임신을 한 사실에 대해 이 나라의 언론에 진심으로 미안해요. 그게 무책임한 일이라고 여긴다면, 제가 사과할게요.”
할리우드가 함께 일하고 싶어 아우성치는(<레이버 데이>의 감독 제이슨 라이트먼은 케이트가 아델을 연기할 시간이 날 때까지 1년을 기다렸다) 지금도, 가족은 그녀의 모든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그녀는 <레이버 데이>의 아델조차도 “제가 부모가 되어보지 않았으면 연기하지 못했을 역할”이라고 말한다. “궁극적으로, 저는 이것이 가족에 대한 욕망을 다룬 영화였기 때문에 끌렸어요. 그리고 가족은 제 삶에서 그토록 큰 역할을 하죠. 제 중심이에요. 정말로요.”

곧 개봉할 SF 무비 <다이버전트>를 포함해 세 개의 영화를 연달아 찍고 난 후, 이제 그녀는 가족과 새로 태어날 아이와 함께 시골을 돌아다닐 것이다. “가족 전체가 정말 신이 나 있어요. 게다가 이건 네드의 첫아이니까요. 사실 그 점을 정말 고대하고 있어요.” 아이들 역시 파파라치의 시선에서 벗어나 그녀 자신이 했던 것처럼 나무에 오르고 무릎이 까지는 어린 시절을 보낼 수 있다. “런던에 살았으면 어땠을지를 생각하면 그냥 겁에 질려요. 뉴욕에 사는 것과 비슷해지기 시작했죠. 그땐 그걸 극복하려 터덜터덜 돌아다녔지만, 시골로 내려와서 더 이상 그런 경험을 할 필요가 없어지니 이런 생각이 드는 거죠. ‘와, 그땐 진짜 개판이었구나.’”
“재미있죠.” 그녀는 커피를 저으며 골똘히 생각한다. “<타이타닉> 직후 20대 초반에 하던 인터뷰나, 사람들이 제 삶이 얼마나 완전히 변화할지에 대해 이야기하던 걸 떠올려보면요. 그때도 저는 앞으로도 여전히 우유를 사러 동네 가게에 나갈 거라고 확신했지만, 그 시점에는 <타이타닉>을 둘러싼 언론이 완전히 제정신이 아니었던 나머지 제 아파트에 갇힌 작은 동물이 된 것 같은 기분이었어요. 하지만 이제는 우유를 사러 나갈 수 있죠, 정말 감사하게도요. 아이가 태어나고 몇 주 동안은 아무도 그 사실을 몰랐으면 좋겠어요.”

출산 이후, 그녀가 킴 카다시안처럼 되지 않으리란 건 확실하다(케이트가 킴 카다시안이 누군지 알고 있을지 모르겠다. 그녀는 집 TV에서 뮤지컬 채널만 틀어놓는다고 한다). “아이를 낳은 직후에 제 엉덩이에 대해 생각하진 않을 거예요.” 몇 년 안에 마흔이 된다는 것에 딱히 문제를 느끼지도 않는다. 심지어 쉰이 된다는 것도. “맙소사, 저는 지금 훨씬 행복해요. 20대 때는… 오, 주여. 우연히 <레이버 데이>와 <더 리더>에서 같은 메이크업 아티스트와 일하게 되었는데, 그녀는 두 영화 모두에서 제게 늙은 분장을 해야 했죠. 우리는 두 영화의 사진을 쳐다보며 ‘그래, 둘 중에 누가 여전히 섹스를 하며 살까?’라고 말했어요. 어떤 여자가 나이 먹었어도 좋은 시간을 갖고 있다는 건 그냥 보면 알 수 있죠. 내가 쉰 혹은 예순이 되었을 때 그렇게 보인다면, 정말 괜찮을 것 같아요.” 그녀는 웃음을 터뜨렸다.
“재미있는 건 이거에요. 저는 살면서 언제나 ‘다음엔 무슨 일이 일어날까?’라는 식이었어요. 언제나 얼마간 순응적이지 않은 사람이었죠. 내 인생은 사람들이 선망하는 드라마가 아니에요. 사실, 드라마와는 전혀 거리가 멀죠.” 케이트는 미소를 짓고 코트를 여민다. 집을 수리 중인 일꾼들에게 줄 차를 끓이기 위해 돌아가는 것이다. “이게 그냥 제 삶이에요.” 글 | Natasha Poliszczuk

에디터
황선우, 샬롯 앤 피들러
포토그래퍼
CHRIS CRAYMER
스탭
헤어 / Nicola Clarke, 메이크업 / Lisa Eldridge at Premier, 네일 / Shreen Gayle at Premi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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