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가방은 메거나 들거나 끌어안는 것이 아닌 ‘움켜쥐는’ 대상이 되었다.

이젠 ‘무엇을’ 드느냐만큼이나 ‘어떻게’ 드는지가 스타일링의 성패를 좌우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스트랩과 체인은 어깨나 손목에 자리하는,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기보단 일종의 장식적인 역할에 그치는 경우가 눈에 띄게 많아졌다. 즉 스트랩의 존재가 유명무실해진 것. 그런데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가방을 아기처럼 가슴팍에 소중히 끌어안거나 허리춤에서 부드럽게 감싸안는 것이 ‘쿨한 가방 들기’의 모범답안이었다면 변덕스러운 유행의 좌표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즉 마치 비닐봉투를 쥐듯이 아무렇게나 움켜쥐는 모습이 세련된 방식으로 대두된 것.

기백만원에 달하는 가방 ‘님’의 입장에선 굴욕이 아닐 수 없겠지만, 꽤 흥미로운 장면을 연출해 시선을 끈다. 생각해보면 디자이너들이 이런 스타일링을 제안하는 이유는 무너지듯 부드러운 형태의 가방이 슬슬 돌아오고 있기 때문. 그러고 보면 네모반듯하고 딱딱한 형태의 숄더 겸 토트백이 지긋지긋해질 때도 되었다. 물론 유행이라는 미명아래 멀쩡하게 스트랩이 달린 가방을 굳이 힘들게 움켜쥐는 게 뭐가 멋있느냐고 반문할 법도 하다. 그러나 공식은 깨지기 위해 존재하는 법. 분명한 건 가방을 감싸안은 듯 드는 모습이 아무렇지도 않듯 아직은 생경한 이 방식조차 머지않아 익숙해질 거라는 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