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일 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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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 보리가 우리 곁을 떠나간 지 어느덧 1년이 흘렀다.

사진가는 언제나 프레임 바깥에 선 사람이다. 아무리 많은 사진을 찍었어도, 그 속에 자신의 모습은 없다. 하지만 거꾸로 어떤 사진도 사진가가 현장에 없으면 찍을 수 없다. 사진이라는 결과물은 포토그래퍼가 그때 거기 존재했다는, 틀림없는 증명인 것이다. 모든 사진은 그래서, 사진가가 부재하는 채로 사진가를 기억하게 하는 매개이며 유산이다.

지금은 세상에 없는 패션 사진가 보리의 전시 <Light and Shadow>가 열린다. 한 번이라도 그녀와 함께 일했던 사람이라면 촬영할 때의 열정적인 태도를, 스태프들을 대하는 따뜻한 마음을, 털털하고 시원시원한 몸가짐이며 웃음을, 꼭 그녀처럼 생동감 넘치던 사진을 떠올리며 그리워하고, 또 아까워하고 있을 거다. 그러지 못한 사람이라도 이 전시에 가서 보리라는 사진가가 있었음을 기억해주면 좋겠다. 전시의 마지막 날인 4월 8일은 그녀가 만 40년을 살고 세상을 떠난 지 꼭 1년이 되는 날이다. 4월 3일부터 8일까지, 가나아트센터.

에디터
황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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