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봄, 중국으로부터 난데없는 불청객이 찾아왔다. 꽃샘추위도 황사도 아닌 바로 미세먼지. 그 이름처럼 작디작은 입자들이 우리의 피부와 건강을 삼켜버릴 듯 위협하고 나섰다.

뼛속까지 저혈압에 아침잠 많기로 치자면 둘째도 서러운 나의 아침은 항상 힘겹다. 놀란 듯 벌떡 일어나 쫓기듯 치장하고 부리나케 현관을 나서는 아슬아슬한 일상의 반복. 1분 1초가 늘 아쉬웠다. 이런 풍경에 얼마 전부터 작은 변화가 생겼다. 제아무리 바빠도 아침에 일어나 TV를 켜고 뉴스 채널을 고정한다. 밤새 일어난 사건사고나 오늘의 날씨에 흥미가 생긴 건 아니다. 귀를 쫑긋 세우고 기다리는 건 오직 미세먼지 소식. 최근 들어 더욱 기승을 부리는 중국발 미세먼지는 그 이름처럼 아주 미세해 보지도 느끼지도 못하는 사이 우리의 생활 속에 깊게 파고들었다. 구체적인 정황은 이렇다. 누구나 감탄할 만한 좋은 피부는 아니지만, 나는 그래도 피부 건강 하나만큼은 자신 있었다. 한 달의 1/3은 밤낮없이 일하고, 다른 1/3은 담배 냄새 가득한 지하 스튜디오에서, 또 다른 1/3은 땡볕 아래를 뛰어다니며 10여 년을 살았건만 여간해서는 제 컨디션을 잃지 않는 피부는 미안하면서도 든든한 존재였다. 그런데 최근 난데없는 비상에 걸렸다. 얼굴 곳곳이 기분 나쁘게 ‘간질간질’하더니 물만 닿아도 화끈거릴 만큼 피부가 예민해졌다. 환절기 탓이려니 하며 버텨보았지만 건조한 날씨에 평소 쓰던 보습제마저 듣질 않으니 미칠 노릇. 연화제라도 처방 받을까 싶어 찾은 피부과에서 마침내 그 원인을 찾았다. 미세먼지로 인한 경미한 피부염. 옆 동네 이야기인 줄만 알았던 미세먼지의 강펀치를 제대로 한 방 먹은 것이다.

미세먼지, 막을 수 없다면 씻어내라
불안한 마음에 습관처럼 뉴스를 매일 확인하고는 있지만 실내외를 막론하고 미세먼지를 완벽하게 피하기란 불가능하다. 이 작디작은 입자들은 그만큼 몹시 가벼워서 바람을 타고 어디든 흘러가고 또 아래로 가라앉지 않은 채 오래도록 공기 중에 머문다. 제아무리 마스크로 꽁꽁 싸매고 집 안에만 머문다고 해도 언제든 눈과 코, 피부를 통해 우리의 몸속으로 스멀스멀 침투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넋 놓고 당할 수도 없는 노릇.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클렌징’을 강조한다. 자, 솔직히 말해보자. 하루에 세수를 몇 번이나 하나? 대부분 아침과 저녁 각각 한 차례씩, 고작해야 하루 서너 번을 넘기지 않을 거다. 심지어 귀가 직후가 아닌 잠들기 직전에 세안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요즘같이 미세먼지나 황사가 기승을 부리는 계절에는 당장 횟수부터 늘려야 한다. 매번 클렌저로 ‘뽀도독뽀도독’ 닦아낼 필요는 없지만, 평소보다 물로 헹구는 시간을 길게 하여 수시로 먼지를 씻어내는 과정은 필수. 비 온 뒤 비로소 공기가 깨끗해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클렌저의 포뮬러도 중요하다. 피부 위에 안착한 먼지 입자가 나도 모르는 사이 표면에 날카로운 상처를 입히거나 자극을 줄 수 있으니 섣부른 마사지는 금물. 세안 전에 물로 가볍게 헹궈낸 다음, 불순물 입자를 둥글게 한 번 감싸 탈락시키는 원리의 오일이나 젤크림 타입의클렌저를 쓴다. 약간의 각질층은 모공 속으로 먼지가 침투되는 것을 막아줄 수 있으니 오버 클렌징으로 각질이 과도하게 벗겨지는 일은 없도록 주의하되,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모공 딥클렌징을 해주면 도움이 될 것이다. 얼굴뿐 아니라 두피나 보디 피부도 마찬가지다.

1. Neutrogena 메이크업 리무버 클렌징 타울렛
피부 위 불순물과 기름기까지 언제 어디서든 간편하게 닦아주는 1회용 클렌징 티슈. 25X4팩, 1만9천원대.

2. Clarisonic 딥포어 솔루션
초당 300회 좌우로 회전하는 브러시 헤드가 강력한 물살을 만들어 모공을 클렌징해준다. 22만원대(클렌저&마스크 포함).

3. Organic Surge 프레쉬 오션 샤워젤
글리세린이 풍부하게 들어 있어, 샤워 후에도 피부가 건조한 기분이 들지 않는 오가닉 샤워젤. 250ml, 1만5천원.

4. Avene 로씨옹 네뜨와이양뜨 뿌르 뽀 엥똘레랑뜨
피부가 극도로 예민해져 세안조차 쉽지 않을 때 유용한 저자극 클렌저. 200ml, 2만7천원.

5. John Masters Organics 허벌 사이더 헤어 클래리파이어&컬러 실러
천연 허브와 유기농 사과식초 성분이 석회분이나 모근 주변 노폐물까지 말끔하게 제거해주는 두피 스케일링 제품. 236ml, 3만5천원.

6. Chanel 수블리마지 클렌저
얼굴에 바르고 마사지를 하면 오일로 변하는 젤 포뮬러가 자극 없이 노폐물을 제거한다. 150ml, 10만5천원.

7. Darphin 아로마틱 클렌징 밤 위드 로즈우드
꿀이 고농도로 함유된 밤 타입 클렌저. 40m, 6만원.

이미 예민해진 피부에는 진정만이 살 길이다
미세먼지와 황사가 극성을 부리면서 갑작스레 뒤집히거나 예민해진 피부는 알레르기성 접촉 피부염을 의심해보자. 중금속이나 각종 화학 물질이 모공 속에서 피지와 엉켜 모공을 막고, 노폐물이 배출되는 것을 방해해 뾰루지나 간지럼증 같은 피부 트러블을 유발하는 증상이다. 심한 경우 홍조나 모세혈관 확장 같은 증상을 동반하기도 한다. 모든 질환에는 예방이 최선의 치료라지만, 이미 성난 피부를 달래는 데 필요한 건 첫째도 진정, 둘째도 진정이다. 제 컨디션을 잃은 피부는 주변의 모든 것에 예민하게 반응하는데, 매일 사용하던 스킨 로션이나 세안 시 피부에 닿는 물마저도 스트레스 요인이 되곤 한다. 그러니 예민해진 피부를 위한답시고 고기능성 화장품을 바르는 건 불난 데 기름을 끼얹는 격. 이때 가장 효율적인 처방은 보습을 강조한, 심플하면서도 순한 성분의 화장품을 바르는 것이다. 각종 알코올류나 인공 향, 과도한 유분을 피해야 함은 두말하면 잔소리. 성분표시표의 리스트가 그리 길지 않으면서 어려운 화학 성분보다는 알로에나 아보카도, 시어버터 같은 한 번쯤 들어봤음직한 자연 성분으로 된 것을 고르면 쉽다. 제품명에 ‘수딩’이나 ‘카밍’, ‘너리싱’ 등의 단어가 들어간 제품도 비슷한 역할을 해줄 것이다.

1. OM 미울리바 널싱 나이트 크림
사과의 200배에 달하는 비타민 C를 함유한 씨벅손 나무 추출물과 오렌지 껍질 추출물이 노폐물을 제거하고, 가려움증을 완화해준다. 50ml, 14만9천원.

2. Davi 바인 프레시 미스트 토너
포도에 함유된 유기산이 피부에 그대로 흡수되어 디톡스 효과를 준다. 60mlX2, 3만5천원.

3. Kate Somerville 퀸치 하이드레이팅 마스크
물속에 얼굴을 담그고 있는 듯 시원하게 피부를 진정시켜주는 젤 타입 수분 마스크. 60ml, 6만9천원.

4. So’ Bio by Ontree 알로에베라 모이스처라이징 토닝 로션
피부를 진정시키는 동시에 염증과 세균으로 인한 2차 손상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한다. 200ml, 2만9천원.

5. Kenzoki 모이스처라이징 스킨 가디언
젤리처럼 탱글탱글 탄성이 느껴지는 진정 크림. 오염, 스트레스, 열과 추위에 강한 수수 추출물이 함유되었다. 50ml, 6만3천원.

6. Melvita 칼렌둘라 뷰티 오일
찰과상, 화상, 습진 치료를 위해 사용될 만큼 염증 완화와 진정에 효능이 탁월한 것으로 알려진 칼렌둘라 오일. 50ml, 4만2천원.

7. Bobbi Brown 엑스트라 수딩 밤
보습 성분인 시어버터와 비즈왁스, 진정 효과가 뛰어난 아보카도, 피부 스트레스를 덜어주는 로즈메리 오일을 함유했다. 15ml, 9만5천원.

피부 질환도 결국은 면역력의 문제다
내과를 가도 이비인후과를 가도 ‘면역력’을 운운한다. 요즘 같은 형세라면 만병의 근원은 스트레스가 아닌 면역력 저하에서 비롯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다. 피부도 크게 다를 바 없다. 같은 공기를 마시고 동일한 환경에서 사는 데도 누구는 피부가 뒤집히고 누구는 멀쩡한 건 면역력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피부 면역력을 키우는 방법은 의외로 단순하다.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밤시간대에 피부 재생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나이트 케어에 집중하는 것이다. 재생을 통해 건강한 잠재력을 지닌 피부는 하루 종일 먼지구덩이에서 뒹굴지라도 제 컨디션을 유지할 힘을 지니기 때문. 좋은 자외선 차단제도 필수다. 최근의 자외선 차단제는 UV 광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는 것은 기본, 가벼운 막을 형성해 공해나 먼지가 피부에 달라붙거나 모공 속으로 유입되는 것을 맞아주는 안티 폴루션 기능도 갖췄다. 먼지나 매연, 공해 같은 환경 문제가 대두되면서 항산화 기능의 제품도 인기를 더하고 있다. 마치 철이 녹슬 듯 우리 몸이 산화되는 프리래디컬 작용에 대항하여 피부가 지치고 칙칙해지는 현상을 막아줄 뿐 아니라 지속적으로 사용하면 피부를 튼튼하게 해 노화도 예방한다. 먹자마자 힘이 불끈 솟는 보약은 아니지만 부지런히 복용하다 보면 언젠가 조금씩 건강해지는 피부 영양제랄까?

1. Estee Lauder 어드밴스드 나이트 리페어 싱크로나이즈드 리커버리 콤플렉스 Ⅱ
캡슐형의 안티폴루션 성분과 강력한 항산화제를 함유. 밤사이 손상된 피부를 회복시킨다. 50ml, 15만5천원.

2. La Prairie 쎌루라 스위스 아이스 크리스탈 크림
강력한 수분 베일을 만들어 공해나 미세먼지가 피부 속으로 침투되는 것을 막아준다. 50ml, 39만5천원.

3. Chantecaille 바이오 리프팅
세럼 항산화, 항염 효과가 탁월한 안토시아닌과 라즈베리 추출 성분이 손상된 피부를 빠르게 재생시켜준다. 30ml, 33만9천원.

4. Kiehl’s 울트라 라이트 데일리 UV 디펜스 SPF 50/PA+++
미세먼지, 황사 등으로 피부가 예민해졌을 때도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순한 포뮬러의 자외선 차단제. 30ml, 4만6천원대.

5. La Mer 컨센트레이트
화상으로 생긴 흉터도 회복시킬만큼 재생력이 뛰어난 미라클 브로스 성분, 라임 티, 해양&식물 추출물을 듬뿍 함유한 고농축 에센스. 30ml, 41만원.

6. Sisley 시슬리 유스
젊은 여성을 위한 안티에이징. 공해와 스트레스, 피로, 불규칙한 식습관 등으로 피부가 지치고 칙칙해지는 것을 예방한다. 40ml, 20만원.

7. Clinique 이븐 베터 다크 스팟 디펜스 SPF 45/PA+++
얇은 필름막을 형성해 자외선은 물론 유해한 환경으로부터 피부를 완벽하게 차단해준다. 30ml, 4만8천원.

미세 먼지가 궁금하다
미세먼지나 황사의 유독 성분은 우리 몸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나?
황사의 경우 토양에 섞인 금속 성분이 주를 이루며 경로에 따라 유해한 중금속을 일부 포함하기도 한다. 미세먼지는 화석연료의 연소에 의해 발생한 유기탄화수소, 질산염, 황산염 등으로 구성되는데 호흡기 깊숙한 곳까지 들어와 천식, 만성 기관지염 등을 악화시키고 호흡기계 감염을 일으킨다. 또 전신에 걸친 염증 반응의 증가로 인한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을 높일 수도 있다. – 오승원(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 가정의학과 교수)

미세먼지 속 각종 중금속은 피부에 흡착이 잘되어 가려움증, 건조, 피부 자극 같은 경미한 증상을 비롯, 피부 트러블, 여드름, 지루성 피부염 등을 유발한다. – 윤성환(모델로 피부과 청담점 원장)

대기 중 미세먼지는 입자가 매우 작아 눈에 들어가기 쉽고, 각막에붙어 알레르기성 결막염 같은 안질환의 원인이 된다. 특히 지름이 2.5㎛ 이하의 초미세먼지는 세계보건기구에서 1급 발암 물질로 구분했을 만큼 위험하다. – 김진국(비앤빛 강남밝은세상안과 대표원장)

화장품의 유효 성분도 실제로 피부에 흡수되기가 어렵다던데, 미세먼지가 피부나 모공 속으로 침투한다는 것이 가능한가?
화장품 유효 성분의 흡수는 모공을 통한 침투보다 피부 표면의 흡수를 통한 전달이 주가 된다. 반면 미세먼지는 모공을 통한 침투가 대부분이다. 모공은 평균 150~300㎛ 크기인데, 미세먼지는 이보다 상당히 작은 10㎛ 이하다. 심지어 초미세먼지는 미세먼지의 1/4 정도 크기밖에 안 된다. – 윤성환(모델로 피부과 청담점 원장)

미세먼지나 황사를 막는 데 마스크가 도움이 되나?
일반 마스크는 미세먼지 차단에 효과가 없으나, 황사 마스크의 경우 미세먼지를 80% 이상 걸러준다. 단, 식품의약품안전처 기준을 통과한 제품만 해당된다. – 오승원(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 가정의학과 교수)

공기 오염이 시력 저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
알레르기성 결막염을 제때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시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초기에는 가렴움증과 시린 증상을 동반하며 이물감과 함께 눈이 충혈되기 쉬운데, 증상이 심해지면 결막이 부풀어 오르기도 한다. 이때 바로 치료하지 않을 경우 각막 궤양이나 각막 혼탁 등이 나타나 시력 저하를 유발한다. 특히 안구건조증이 심한 사람은 이물질 배출이 원활하지 않아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 김진국(비앤빛 강남밝은세상안과 대표원장)

미세먼지나 황사 등으로 인해 트러블이 생긴 피부를 케어하기 위해 피부과에서는 어떤 치료가 이루어지나?
트러블이 많다면 여드름에 준하여 각질 제거 관리와 피지선을 축소시키는 광역동치료를 시행하고, 먹는 약과 연고를 처방한다. 피부가 예민하거나 피부염이 발생했다면, 진정 수분 관리와 함께 스테로이드계 연고를 처방한다. – 윤성환(모델로 피부과 청담점 원장)

차단만이 최선이라는 것은 알지만 눈을 감고 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다. 눈은 어떻게 관리하는 것이 좋은가?
미세먼지나 황사가 많은 날에는 선글라스나 보안경을 착용한다. 자외선 차단은 안구 건강을 위해서도 필수. 콘택트렌즈의 착용은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으며 사용시에는 귀가 직후 렌즈를 빼고 세척한다. 만약 외출 후 눈이 건조하거나 이물감이 느껴진다면 일회용 무방부제 인공눈물로 눈을 헹궈준다. 평소에도 점안이 건조해지지 않도록 인공눈물로 관리하며, 따뜻한 수건으로 눈 찜질을 해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 김진국(비앤빛 강남밝은세상안과 대표원장)

공해 물질로부터 건강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할 3가지는?
1 외출 전후 클렌징을 철저히 한다. 2 물을 충분히 마시고, 수분과 비타민이 많은 과일과 야채를 충분히 섭취한다. 3 외출 시 자외선 차단제를 반드시 사용한다. – 윤성환(모델로 피부과 청담점 원장)

1 미세먼지가 심할 때는 가급적 외출을 자제한다. 2 외출 후에는 손을 깨끗이 씻어 2차 감염을 예방한다. 3 물을 많이 섭취한다. – 오승원(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 가정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