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마레 지구 생통쥐 거리 19번지는 탐 그레이하운드의 첫 번째 해외 스토어가 자리를 잡게 된 주소다. 매장 디자인을 지휘한 건축가 듀오 피에르 보클레 & 장 크리스토프 포지올리가 이 공간에 깃든 이야기를 귀띔했다.

탐 그레이하운드 파리의 매장 설계 및 디자인에 관한 전반적인 설명을 듣고 싶다. 두 개 층으로 나뉜 공간을 각각 어떻게 구성했나?
장 크리스토프 포지올리(이하 JP) 이 공간에는 두 개의 다른 이야기가 깃들어 있다. 아래층은 일반적인 매장에 가까운 열린 공간이다. 유럽적인 강렬한 느낌을 표현했다. 한편 파리의 오래된 아파트를 떠올리게 하는 2층은 주요 고객 혹은 패션계 인사들을 위한 VIP 룸으로 꾸몄다.
피에르 보클레(이하 PB) 멀티숍에 입점한 다양한 컬렉션이 작은 조각으로 나뉘듯 파편화된다는 점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이 단편들은 개별 장면에 해당하는 동시에, 전체적으로 연속된 장면(세캉스, sequence)을 구성하게 된다. 우리는 그래픽적인 디자인 요소들을 응용함으로써 공간에 입체감을 부여하곤 한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바코드 같은 요소를 논리적 근거로 참고했다.
JP 외부와 입구의 관계도 중요하다. 전면이 쇼윈도인 다른 매장에 비해 탐 그레이하운드의 파사드는 사적인 느낌이 강하다. 역동적이며 자유로운 분위기로 충만한 마레 지구에는 선별된 브랜드 매장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이런 환경에서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 위해 독특한 세계의 입구 같은 장면을 연출했다. 금속, 나무, 거울 등을 활용한 수직 구조물이 율동감과 에너지, 그리고 역동성을 부여한다.

탐 그레이하운드 프로젝트에서 특히 공을 들였고, 그래서 강조하고 싶은 공간이나 디테일이 있을까?
PB 전체적인 조화가 가장 중요시했기 때문에 어느 한 공간을 꼭 집어 말하기는 어렵다. 그래도 굳이 하나를 들어야 한다면 세캉스를 만들어내는 벽체들이 아닐까 싶다. 이번 프로젝트의 디자인 콘셉트가 집약된 부분이다. 꼼데가르송, 요지 야마모토, 디올, 랑방 등 패션 브랜드와 관련된 공간 디자인 프로젝트를 특히 많이 맡아왔다.

다른 공간 설계, 예를 들어 아파트나 오피스와 비교할 때 패션 매장 디자인은 어떤 점이 더 흥미롭게 느껴지나?
PB 물론 우리가 패션 관련 작업만 하는 것은 아니다. 아파트같은 주거공간부터 박물관까지, 상당히 다양한 종류의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그중 패션 관련 프로젝트는 스타일에 관한 강한 정체성을 찾는 작업이라는 점이 마음에 든다. 나름의 시나리오에 기반해 아이덴티티를 부여하는 과정이 흥미롭다. 이번 프로젝트 역시 여러 브랜드의 다양한 이야기를 살리면서 동시에 전체를 아우르는 것이었기 때문에 재미있었다.

패션 매장은 그 브랜드의 이미지를 대변하는 공간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클라이언트의 다양하고 구체적인 요구 사항에 부딪치는 작업일 거라는 짐작이 든다. 건축가 및 디자이너로서의 욕심과 클라이언트의 요구 사항이 충돌할 때, 둘은 어떤 해결책을 사용하나?
PB 지금껏 심각한 충돌을 경험한 적은 없다. 프로젝트의 진행 과정은 매우 복잡하기 때문에, 시작부터 고객과 디자이너 사이에 공동 작업이라는 인식과 유대감이 명확해야 한다. 극단적 충돌이 발생하는 관계라면 절대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다.
JP 작업 초반부터 서둘러 클라이언트와 팀워크를 다지는 편이다. 놀(Knoll)이라는 가구 브랜드와 협업을 할 당시 공동의 팀을 구성하고, 거의 모든 내용을 적극적으로 공유했다. 물론 프로젝트 초반에는 결과물에 대한 각자의 구상이 다를 수 있다. 하지만 감수성의 합의점만 신중하게 찾는다면 이후의 진행은 원활하게 흘러갈 거다.

탐 그레이하운드 파리의 경우는 어땠나? 클라이언트와의 의견 조율 과정에 대해 이야기해준다면?
PB 상당히 수월했다. 우리는 작업 초기부터 클라이언트에게 아이디어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편이다. 일단 충분한 대화를 나눈 뒤 한섬으로부터 자유 연상을 할 몇 주간의 시간을 허락받았고, 기한 안에 16장의 이미지를 완성했다. 그 그림들이 이번 프로젝트의 밑그림이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건물의 입면이나 수직적 요소들이 연속된 장면을 만들어내는 구조는 거기서부터 시작된 것이다. 한 팀을 이루는 파트너로서 고객의 의견은 매우 중요하다. 우리가 이 프로젝트의 조력자로 약 6개월을 일했다면, 한섬은 적어도 5년 이상을 고민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루브르 박물관의 샤를 10세 갤러리 등 뮤지엄 전시실도 디자인한 바 있다. 각각 비즈니스와 예술을 다룬다는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무언가를 ‘보여주는’ 곳이라는 점에서는 패션 매장과 박물관도 상통하는 듯하다. 박물관 프로젝트를 할 때는 어떤 내용을 우선순위로 생각하나?
JP 박물관은 자칫하면 관람객에게 지루한 공간이 되기 쉽다. 그래서 뭔가 놀라움을 줄 만한 요소를 두려고 한다. 조명을 신중하게 고르고 전시품이 시선을 끌 수 있도록 신경을 쓰는 편이다. 오래된 물건들이 자리한 전시장이 공동묘지 같은 인상을 주지 않도록 말이다. 그리고 특히 박물관의 역사적인 환경과, 그 안에 적용되는 절대적인 방법론을 존중해야 한다. 물론 관람객을 유도한다는 점에서 매장 디자인과 유사할 수도 있다. 하지만 박물관 디자인에서는 과학적이고 난해하기까지 한 주제에 대한 복잡한 설명 없이도 누구나 이해 가능한 전시를 구성해내야 한다는 게 중요하다. 즉, 묵직한 콘텐츠와 흥미로운 전시의 외형을 어떻게 조율하는가가 핵심이다.

두 사람이 한 팀으로 공동 작업을 하지만 매사에 의견이 일치하지는 않을 거다. 두 사람의 취향이나 작업상의 특징에서 특히 다른 면이 있다면? 각각의 개성은 어떻게 다른지, 그리고 그렇게 다른 개성을 어떻게 발전적으로 조화시키는지 묻고 싶다.
JP 만약 우리가 완벽한 클론이었다면 오히려 더 문제가 됐을 거다. 오랜 기간 함께 작업을 해왔지만, 서로 여전히 다른 점이 많다. 이는 단점보다는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작업에 있어서는 항상 저울이 균형을 맞추듯 서로 반론을 제기하고, 또 설득을 위한 대화를 이어간다. 그 과정에서 최선의 해결책을 찾게 된다.
PB 성격과 개성이 다르기 때문에 공동 작업에서 서로를 보완할 수 있다. 커다란 테이블 중앙에 자료들을 올려둔 채 함께 작업할 때가 많고 장거리 출장을 같이 가는 경우도 잦다. 서울, 뉴욕, 파리 등으로 여행하는 동안 대화를 많이 나누는데 그 안에서 작업의 실마리를 찾곤 한다.

피에르 보클레와 장-크리스토프 포지올리의 디자인을 몇 개의 단어로 설명한다면? 어떤 것들이 적절할까?
PB 작업마다 키워드나 콘셉트가 달라지기 때문에 단어보다는 슬로건이 적합할 듯하다. ‘각각의 작업은 하나의 멋지고 놀라운 이야기가 되어야 한다(Chaque projet doit etre une belle histoire)’는 어떨까. 인터뷰 | 김도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