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호텔의 투숙객들은 프라다의 수트 케이스와 트렁크를 끌고 펜디의 퍼코트를 입는다. 바로 웨스 앤더슨 감독의 만든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이다.

때는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27년. 어느 날, 동유럽의 가상 국가인 ‘주브로스카’의 산 꼭대기에 위치한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서 흉흉한 사건이 발생한다. 대부호 ‘마담 D.’(틸다 스윈튼)가 호텔에 다녀간 뒤 누군가에게 살해 당한 것. 마담 D.의 재산을 호시탐탐 노리던 아들 ‘드미트리(애드리언 브로디)’는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호텔 지배인이자 마담 D.의 연인인 ‘구스타브(랄프 파인즈)’를 지목하고 구스타브의 누명을 벗기 위한 이야기로 영화는 진행된다.

특유의 동화적인 색감과 흡인력을 가진 스토리로 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는 웨스 앤더슨 감독의 신작 <그랜드 부다 페스트 호텔>에는 어느 때보다 더욱 눈을 즐겁게 해주는 소품과 의상들로 가득 하다.

먼저 여행객들의 필수품인 수트 케이스와 트렁크를 살펴보자. 이들은 1920~30년대의 화려함을 지닌 것은 물론, 각 캐릭터의 성격과 특성에 맞춰 제작되었다. 마담 D.를 위한 트렁크는 피치 핑크 새틴 코튼 소재를 안감으로 이용해 여성스러움을 부각시켰으며 우드 프레임에 오크 컬러의 부드러운 소가죽을 감싸 빈티지한 매력을 더했다. 남자 주인공인 구스타브의 트렁크는 같은 프레임에 블랙 컬러를 사용해 묵직하면서 진중한 느낌을 준다. 직접 프라다에 제작 의뢰를 한 웨스 앤더슨 감독 역시 이 트렁크들을 받아 들고 몹시 마음에 들어 했을 것이다. 이 외에도 페이던트 핸들, 스냅 잠금 장식 등 장인들이 손수 제작한 장식들을 부착하는 등 섬세한 디테일이 엿보인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등장인물들의 의상은 앤더슨 감독의 작품 중 하나인 <다즐링 주식회사>의 의상을 담당한 밀레나 카노네로와 펜디의 손끝에서 탄생했다. 퍼(Fur)소재를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펜디답게 모피를 활용한 고급스러운 의상들을 선보인다. 마담 D.의 블랙 밍크 칼라가 달린 붉은 벨벳 케이프, 살인사건 조사관인 ‘헨켈스’(에드워드 노튼)이 착용한 아스트라칸 소재로 제작된 더블 브레스트 코트 등이 대표 아이템. 내로라하는 패션 하우스와 남다른 비주얼 감도를 지닌 영화 감독이 의기투합한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영화 팬들과 패션을 사랑하는 이들을 모두 행복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