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판과 사랑에 빠져 버린 에디터의 고백.

아마 지구상에서 음악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없지 않을까? 그런데 나는 모두가 좋아하는 그 음악을, 유독 심하게 좋아한다. 누군가에게 알려주거나 내보이기 위함이 아니라, 그냥 기분에 따라 음악을 찾아 듣는 그 시간이 즐겁다. 이런 내가 LP를 듣게 된 건 이사 갈 때마다 보자기에 싸가지고 다니는 엄마의 레코드 꾸러미를 발견하고부터였다. 물어 물어 턴테이블을 구입하고(내 인생에서 드물게 빠른 추진력을 보인 때였다), 엄마 컬렉션의 LP를 듣기 시작했다. 도착한 턴테이블 위에 판이 돌아가고, 톤암의 바늘이 살포시 내려앉던 순간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MP3 파일에서는 느낄 수 없는 진한 울림과 찡한 감정을 느꼈으니까. 그리고 음악을 들으면서 내 나이 무렵이었을 엄마의 모습을 생각했다. 산울림, 들국화, 에릭 클랩튼, 아바, 비틀즈, 비지스, 라이오넬 리치.. 엄마와 따로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은 없었지만 그것을 듣고 있으면 왠지 둘만의 비밀 이야기가 생긴 것 같은 느낌이 들곤 했다. 엄마 덕분에 형체 없는 음악만 즐기던 딸이 이제 LP를 듣는다. 그리고 나도 내 딸과 함께 듣고 싶은, 나의 젊은 시절을 말해줄 LP를 하나씩 모으는 중이다. 좋아하는 음반을 하나하나 사 모으는 이 느낌, 한 달에 하나씩 고생한 나에게 무언가를 선물하는 이 기분은 아마 어떤 것으로도 대신할 수 없을 것 같다. 평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