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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연필이 빽빽하게 들어차 분수처럼 뿜어져 나오는 <연필>, 현대 사회를 상징하는 수많은 지표들이 펑크(Funk)를 타고 흐르는 <훵케스트라> 등 이미지가 줄 수 있는 극한의 자극을 건드리는 작품을 선보여온 작가 홍경택. 그의 작품 속에는 늘 삶과 죽음, 성과 세속, 질서와 혼돈이 공존한다. 20여 년에 걸친 작가의 작품 세계를 패션 화보로 돌이켜보며, 삶의 다양한 층위들이 충돌에서 화합으로 치환되는 접점을 탐구했다.

베일처럼 머리에 쓴 블랙 톱은 Donna Karan 제품.

베일처럼 머리에 쓴 블랙 톱은 Donna Karan 제품.

검지와 중지에 낀 반지는 Suel, 약지에 낀 반지는 Vintage Hollywood 제품.

검지와 중지에 낀 반지는 Suel, 약지에 낀 반지는 Vintage Hollywood 제품.

주름 스커트는 Celine, 니트 양말이 장착된 펌프스 힐은 Chanel, 십자가 펜던트 목걸이는 Panache 제품.

주름 스커트는 Celine, 니트 양말이 장착된 펌프스 힐은 Chanel, 십자가 펜던트 목걸이는 Panache 제품.

구조적인 레드 니트 드레스는 Fendi, 블랙 코르셋은 Agentprovocateur, 볼드한 금색 초커 목걸이는 Minetani, 금색 뱅글은 Balmain, 해골 모티프 반지는 Alexander McQueen 제품.

구조적인 레드 니트 드레스는 Fendi, 블랙 코르셋은 Agentprovocateur, 볼드한 금색 초커 목걸이는 Minetani, 금색 뱅글은 Balmain, 해골 모티프 반지는 Alexander McQueen 제품.

진주 장식이 촘촘히 박힌 트위드 소재의 드레스는 Chanel, 다이아몬드 반지와 귀고리는 모두 Chanel Watch & Fine Jewelry 제품.

진주 장식이 촘촘히 박힌 트위드 소재의 드레스는 Chanel, 다이아몬드 반지와 귀고리는 모두 Chanel Watch & Fine Jewelry 제품.

검정 오프 숄더 드레스는 Plein Sud by 21 Defaye, 크리스털 귀고리는 Chanel, 눈 모티프 크리스털 반지는 Fendi 제품.

검정 오프 숄더 드레스는 Plein Sud by 21 Defaye, 크리스털 귀고리는 Chanel, 눈 모티프 크리스털 반지는 Fendi 제품.

허리에 묶은 금색 수트 재킷과 금색 팬츠는 모두 KimSeoRyong Homme, 십자가 펜던트 목걸이는 Chrome Hearts 제품.

허리에 묶은 금색 수트 재킷과 금색 팬츠는 모두 KimSeoRyong Homme, 십자가 펜던트 목걸이는 Chrome Hearts 제품.

대중, 우상, 섹슈얼리티, 종교, 철학을 아우르는 현대 사회의 무수한 징표들이 펑크(Funk)의 반복적인 선율에 끌려들어가 카오스를 이루는 <훵케스트라> 연작이 시작된 2000년대 초반, 홍경택은 지금과 같지 않았다. “육체적인 에너지가 넘치던 시기였습니다. 무언가를 재단하는 세상의 모든 잣대가 온통 편협하고 모순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종교의 가르침과 현실에서 보고 듣고 즐기는 것들 사이의 간극에 예민하게 반응했죠.” 그 후 1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고, 작가는 40대 중반에 이르렀다. <W Korea>와의 컬래버레이션 화보를 앞두고 다시 한번 ‘성과 속’이라는 주제를 꺼내들었지만, 그들 사이의 괴리에만 집중하지는 않는다. “저에게 있어 충돌의 시대는 지나갔어요. 성과 속이라는 개념 역시 대립이 아니라 화합으로 다가왔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다양한 층위들이 충돌하고, 불꽃이 일고, 결국에는 화합하는 과정을 즐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 기저에 흐르는 종교적인 맥락은 의도하든 그렇지 않든 홍경택의 작품을 규정하는 묵직한 요소다. 작품 중앙에 위치하는 인물, 인물 뒤로 뻗어 나가는 광배, 십자 구도 등의 종교적 도상은 작가가 자신의 기존 작품을 다시 한번 해석하는 과정을 거치면서도 사라지지 않는다. “성당에 나가지 못한 지 꽤 오래되어서, 신앙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나는 스스로를 종교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신이 진정으로 존재하는지 그렇지 않은지는 아무도 모르죠. 하지만 제가 예술을 통해 추구하는 가장 고귀한 가치는 숭고함이고, 그건 분명 종교가 갖고 있는 가치와 상통하니까요.”

화려하고 분출하는 이미지로 기억되는 작가가 어찌하여 숭고하게 수렴되는 최신작 <손>에 이르렀는지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꿈을 꾸었어요. 제가 커다란 발에 기대 휴식을 취하는 꿈이었죠. 절대자는 그렇게 전체, 실체를 드러내지 않고 부분으로 보여지나 보다, 그러한 모티프에서 <손>이 시작된 겁니다. 실제로 작은 그림이지만 사물을 더 작게 그림으로써, 손이 커 보이도록 표현하는 방법을 택했고요. 신조차도 위악적인 모습과 선한 모습을 동시에 가지고 있지 않을까요? 그런 것들을 언어 다음으로 풍부한 표현력을 지닌 손으로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화보 비하인드 스토리>
1. 홍경택 작가와의 미팅을 위해 찾아간 작업실. 작가를 대표하는 ‘연필’ 과 ‘펑케스트라’ 시리즈를 가까이서 보니 그림이 주는 힘이 강하게 밀려들었다.

2. 회화 작가의 작업실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을 것 같은 로망. 모두들 있지 않을까? 감각적으로 흩어진 물감과 붓, 이리저리 묻은 물감자국! 작은 작업실 안은 그야말로 아티스트의 고뇌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멋진 공간이었다.

3. 홍경택 작가의 취향을 엿볼 수 있는 개인 작업실. 잉어가 좋아 잉어와 관련된 모든 것들을 모은다는데, 전세계 각국의 잉어 아이템들이 여기 다 있었다. 물론 실제 잉어가 노니는 수족관도 포함해서!

4. 홍경택 작가의 작품과 합성될 사진을 촬영하기 위한 촬영 현장. 너무 아름다웠지만 아쉽게도 빠진 이 컷을 위해서는 모델 이혜정이 백합 헤어 피스를 쓰고 열연했다.

5. 선과 악의 가운데, 미묘한 감정을 표현해야 했던 모델 지현정. 중세느낌의 메이크업이 유난히 잘 어울렸다.

6. 소품이었던 사과를 들고 위트 있는 포즈를 취한 모델 지현정.

7. 이번 화보 촬영의 청일점이었던 모델 제임스의 모습. 특수 제작한 금빛 물질을 머리와 손에 묻혀 연출했는데, 예수를 닮은 긴 머리가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화보 메이킹 영상>
Artist / Hong Kyoung Tack

에디터
김신(Kim Shin), 피처 에디터 / 김슬기
포토그래퍼
홍루
모델
이혜정, 제임스, 지현정, 최소라
스탭
헤어 / 한지선, 메이크업 / 오미영, 어시스턴트 / 한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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